장풍은 내심 당혹감을 느꼈다.
이창호.이창호 하지만 이미 실력상으로는 한물간 기사가 아닌가?
주변에서 그렇게 말해왔기에 내심 이한판은 그리 어렵지않게 이길것이라고 쉽게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대국이 진행되자 장풍은 과거 누구의 대국에서도 느껴보지못한 무거운 압박감을 느껴야 했다

장풍의 기풍은 분방하고 파격적이어서 마치 천마가 천공에서 활공하는 그런 기세가 있었다
과거의 기사로는 마치 오청원과 후지사와를 합쳐놓은듯한 그런스타일 이랄까?
때문에 어지간한 기사는 그의 천재성에 압도되어 일방적인 판세가 되기 일쑤였다
물론 그러다가 한번씩 엉뚱한 실수를 하여 바둑이 일거에 뒤집어질때도 있었지만... 그것역시 장풍바둑의 매력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창호와의 이한판은 도무지 그런 특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초반에 호방한 대세력으로 웅장한 모양을 쌓아놓았지만  도무지 전투의 기미가 나타나지 않는다.
무협지에 검법의 하나로 만검(慢劍)이란 수법이 있다.느린검 이란의미인데 얼핏 생각하기에 검을 느리게 사용하여 어떻게 상대방을 제압할수 잇을까? 의심하겟지만 실은 이 만검이야말로 검법의 수많은 수법을 꿰뚫고 있어야 가능한것으로 미리 상대방이 치고들어올 자리를 먼저 선점하는 심오한 경지인것이다
장풍이 느끼기에 이창호의 바둑은 이 만검과 비슷하였다
느린듯 두텁게 두면서도 국면의 포인트는 꽉 움켜잡고있는....
그리고 국면은 별다른 진폭없이 담담하게 진행하는......
장풍은 형세를 계산이 아닌 한눈에 파악해버리는 천재형이다
그는 직감적으로 반집이 불리하다는걸 느꼈다
그리고 별다른 이변이 없는한 국면은 그대로 흑 반집승으로 굳어질거라는걸....
때문에 장풍은 움찔움찔 몇번이나 도발하고싶은 충동을 느껴야 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감히 승부수를 던질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결과가 안좋으리라는건 너무도 뻔하였으니까.
표정하나 없이 무심하게 반면만 바라보는 이창호를 보고 장풍은 생전처음 반집의 벽이 그렇게 두꺼울수 있다는걸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콩리안과 이세돌은 전투에 몰두하여 거의 무아지경 이었다
무려 70집짜리 대마를 버리고 대신 강력한 세력을 구축한 이세돌이 곧장 100집짜리 대마를 잡으러가자
반상은 살기가 가득했다.
쉽게 살기도 죽는다고도 할수업ㅆ다
관전자는 숨을 죽이고 있는데 장고하든 콩리안은 역습에 나섰다
공격해온 백마의 보급로를 차단하고 역으로 잡자고 나선것이다
워낙 넓게 퍼진 대마였기에 가능한 작전이었다
일단 포위되면 수상전은 어림도 없다
죽으면 만방이다.
어찌될까?
관전자들은  바둑내용이 워낙  오리무중으로 난해하여 할말도 잊어버리고 귀추만 주목할뿐...
돌연 이제부터 초읽기에 들어갑니다.
아가씨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리며 하나...둘..셋...
에구... 초읽기까지? 바둑도 어려운데.....
빨리 안두고 뭐하냐? 시간패하겟다.
관전자들중 몇명이 투덜거렸고
이세돌 역시 무었이 못마땅한지 인상을 찌푸리며 머리를 거칠게 쥐어 뜯었다
그리고는 딱! 한점을 놓는데 그것이 기가막힌 맥점이었다
와! 그런수가 있었네요? 저도 못보았는데....
해설자가 흥분하여 소리쳤고 이세돌은 그에부응하듯 멋진 수순으로 대마를 살아버렸다
야... 이세돌선수 정말대단합니다. 초읽기 하는중 저런 묘수를 발견하다니...그나저나 이렇게되면 흑대마는 어떻게 돼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