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처럼 1박2일로 기차여행을 했습니다. 여행을 떠나게 되면, 낯선 곳에 간다는 설레임과 그것으로 인한 약간의 긴장감이 뇌 속에서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키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 온몸으로 퍼지는 그것을 느끼니까요.
평상시 정말로 뵙고 싶었던 귀한 분을 만났습니다. 전화로만 몇 번의 소통이 있었지만, 막상 뵙고 나니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습니다. 사내들이란 알코올이 부딪혀갈 때 가슴 속에 깊게 감추어졌던 정(情)이 우러나오나 봅니다.
찜질방에서 잠을 잤는데, 이 여현은 새벽형 인간인지라, 5시도 안되어 눈이 떠졌습니다. 반신욕으로 땀을 흠뻑 뺀 뒤, 여기에 비치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습니다. 동행한 분이 아직도 꿈나라에 계시므로 방해할 수 없기에.
이 여현이 비록 글이 짧고 감정이 무뎌도 제법 흥이 일었습니다. 시흥(詩興)이 난 김에 잊기 전에 남겨야겠다고 이렇게 부산을 떱니다.
아침에 태풍 곤파스가 수도권을 강타하여, 1호선 전철이 끊겼네 어쩌네 하여 제시간에 갈 수 있을까 걱정을 했습니다만, 오후에는 날이 개더군요.
黎朝狂風與瀑雨 (여조광풍여폭우) 컴컴한 새벽에 바람 불고 비 내리더니
黃昏淨澗亦寂流 (황혼정간역적류) 저녁 무렵에는 산골 물 소리없이 흐른다
風造白雲紋萬像 (풍조백운문만상) 바람 불어 뭉게구름 갖은 모양 빚는데
霞成赤紗冪千阜 (하성적사멱천부) 붉은 노을이 온 산을 물들인다
기차타고 가며, 만나서 술 한잔에 회포 나누고, 아쉽게 헤어지는 마음을 다음과 같이 읊어 봅니다.
月谷一舟泊 (월곡일주박) 달골에 배 하나 머물러 있고
砂丘參鷗飛 (사구삼구비) 모래구릉에 세 마리 물새 난다
黃鶴棲碧梧 (황학서벽오) 누런 학은 푸른 오동에 깃들고
黑鰲會淸池 (흑오회청지) 검은 자라는 맑은 못에 모인다
靑猿張嘯嘯 (청원장소소) 푸른 원숭이 길게 휘파람 불고
月輪出遲遲 (월륜출지지) 달무리는 더디게 나타나는데
何處老僧居 (하처노승거) 늙은 중은 어디 삽니까? 물으니
溪畔樽盞備 (계반준잔비) 이미 냇가 옆에 술자리가 마련되었다네
松深念佛聲 (송심영불성) 솔숲 깊은 곳에는 염불소리만
堂下百八尼 (당하백팔니) 법당 안에는 절하는 스님
喫茶歸欲去 (끽다귀욕거) 차나 마시고 돌아가렵니다 하니
挽袖託遠止 (만수탁원지) 옷소매 당기며 부디 멀리 가지마라 하네
아침 해가 벌써 떠올랐군요. 시간은 아침 일곱 시 삼십 분. 이제 곧 해장국에 반주 곁들여할 시간입니다. 빨리 일어나셔야 할 터인데...
여기까지 온 김에 낙동(洛東)의 도도한 물살을 느끼고 가렵니다.
이 시는 환대해주신 분께 헌정합니다.
돌발퀴즈 : 누구와 어디에 가서 누굴 만났을까요? 가장 먼저 맞추신 분께 오로볼 5개 드립니다^^* (힌트 : 拙作詩를 잘보시면 금방 해결할 수 있음)
정답 : 月谷 → 월곡천
黃鶴 → 黃岳山 → 직지사@김천
參鷗 → 三球 → 3쿠션
허초도 없이 단 일초식으로 꽤뚫으신 죽시사님께 오로볼 5개 올립니다.
한 방에 보내주셔서 흥미는 반감되었습니다만...
자고로 아는 자는 겸양을 마땅한 미덕으로 여긴다.
竹詩辭가 아니라 粥時死. 너 듁었어! =3=3=3=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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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죽시사
팔공선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