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 101, 위험한 동거 시리즈 1, 애처로운 그!

그는 자고 있다.

소파에 누운 그의 모습은 어딘지 애처롭다.

7:30pm이니 조금 후 일어나 한 끼 챙기곤 10시까지 병원으로 향하겠지.

새벽4시부터 이송 나이트 담당으로 7am까지 엑스레이 촬영을 약 35~50건을 처리한다.

평소 주간 이송담당들의 3일분 업무량을 불과 3시간 만에 마무리져야한다.

7시부터 8시 까지는 임상병리의 나이트 번이 퇴근하도록 마무리를 짓는다. 새벽 무렵부터 각 병동에서 임상병리로 보내오는 검체들은 마치 소낙비 쏟아지듯이 끝도 없다. 9개의 기송관과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에선 한 없이 Blood, Urine, Stool 혈액, 소변, 똥, 객담 등이 쏟아진다. 라텍스 고무장갑을 끼고 있어도 금세 오줌과 피에 흥건히 젖는다.

8시부터 13시 까지는 병동약국에서 한 번 앉아 보지도 못한 채 각 병동으로 컨베이어나 에어슈터 발송 작업을 한다. 커다란 사과궤짝 같은 컨베이어 벨트 용 박스를 수십개씩 쌓아놓고 끝없이 발송하는 모습은 연자방아의 소처럼 끝없는 인고의 한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매일 일하기를 원하는 그는 주말에 남들이 쉴 때는 Over Time(연장근무)에 조금이라도 더 벌기위해 애쓴다. 주말의 4시간짜리 근무는 모두 싫어하지만 그는 남들이 안하려는 것을 모두 받아 해치운다.

8월부터 Night 고정근무로 바꿔주었다. 50만 원 정도 수당이 더 붙어 젊은이들은 힘들어도 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 50넘은 이들에게는 무리인데 그는 좋아한다.

병원건너 고시원에 혼자 있다기에 새벽4시에 시작하는 Job을 권했던 것인데 너무 힘들어하고 가혹한 근무조건을 지속시키는 것이 마음에 걸려 병동 나이트 고정근무로 전환을 회사에 상신해도 비용증가를 피하려 승인이 나지 않았다. 결국 약국 나이트 한 티오를 빼서 그가 근무를 할 수 있게 한다.

약국직원들의 반발을 막으려 사전에 여론수렴용 투표를 실시했다.

자신들이 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업무내용과 량이고 남에게 주자니 야간수당이 아깝고 드러내놓고 반발은 못하지만 내심 불만들이 많은 기색이다.

5:30am 병동약국에 들어서니 나이트 근무자들이 고변을 하듯이 얘기한다.

“자기는 컨베어 작업만 지시받았다며 기송관 일을 보래도 안 하고 저 구석에 앉아 있다 새벽에 갔어요.”

남의 얘기나 거짓은 못 하는 그의 얘기는 전혀 다르다.

“나는 기송관 일을 두 시간 정도 하는데 그들은 컨베어 앞에 앉아 책만 보더라.”

“자리를 비우곤 담배만 피러 나가 들어오질 않더라.”

“컨베어 보낼 것은 많고 해 내가 다 보냈다.”

“나이도 20년씩 차이나는 반장님을 왜 김 반장이 어쩌고 저쩌고 하며 막 부르느냐 하자 50넘은 내게 싸울 듯이 대들어 무안했다.“

面從腹背(면종복배)라더니 내 앞에서만 듣는 척 하고 내가 없을 땐 아직 요지경이군 싶다.

그는 고시원에서 잠을 잘 수가 없어 너무 피곤해 몸을 못 이기겠다고 하소연한다.

창문 없는 좁은 방에서 잠만 자려 했지만 염천에 그조차 힘든가보다.

내가 주중에 머무르는 오피스텔에 같이 있을 수 있게 해 줄 수 없냐는 그의 청에 거절을 하지 못했다. 1편 끝.

2010.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