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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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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마 시절 - 김천의 무서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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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12월 3일) - 나의 아마 시절 - 김천의 무서운 곳
12월 3일 아침 6시 49분.
김천에는 무서운 곳이 있었다.
굴다리.
기차는 무서운 거였다.
그 다니는 철로 아래 사람들이 지나치는 길을 굴다리라 부른다.
언제나 깊었다.
의식을 감독하고 지배하는 자리였다.
김천 저 황금동 버스 터미널 앞에 김천기원이 있었다.
김천은 버스가 다니는 곳. 기차가 지나가는 大處. 황금동엔 버스터미널이 있었고 5분만 걸으면 甘川이라고 불리는 큰 시내가 있었다. 시내가 아니라 江이라 불러도 마땅한 그런 큰 내가 있었다. 듣기로는 6.25때 전차가 빠졌다고 할 정도로 깊은 물이었는데, 그 감천을 기차가 지나갔다. 그 아래도 굴다리가 있어, 여름에 그 아래에 내려가면 무섭고도 몸서리치는 물살이 어린 아이 다리를 휩싸고 빠져갔다. 난 물론 혼자서는 아니 갔다. 난 겁이 많았다. 수영도 할 줄 모르니, 실로 무서운 자리가 바로 강이고 물이었다. 그러나 묘하게도 내 四柱에는 흙이 많으니, 물을 필요로 한다.
말씀드리고 싶다. 사주라는 것은 갖고는 놀 수 있는 것이되, 빠지면 곤란한 그런 것이다. 인간을 소외시키기 매우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1969년. 그러니까 내가 국민학교 5학년 때다.
내가 김천기원에서 바둑을 두었다! 하하. 정말 바둑을 두었다. 그것도 어른들이 있는 그 웅성거리는 자리에서 바둑을 두었다. 14급.
丙組. 갑을병 중에서 병조에서 두었고, 몇 판 이기고 또 졌다. 그런데 김천에서는 나 같은 애가 신기한지 공책을 상으로 주었다. 하하. 정말이지 내 일생에서 처음으로 상을 받은 것 같다.
음, 상을 받은 기억이 즐거우니 그만 할까.
가볍게 아침을 시작하고 싶다.
겨울이라 언제 차가워질지 모른다. 나이 드신 분들은 집밖에 나서기 전에 얼굴을 두 손으로 문지르고 모자를 쓰는 것이 좋다고 들었다. 차가운 바람이 앞에서 불어오는 것은 겁나는 일이다. 대개의 경우 골목길에서 그 바람은 매서운 칼바람이 되기 쉽다. 골목길은 물살이 굽이쳐 돌아치는 그런 여울목과 다르지 않다.
다른 날 뵙겠다.
0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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