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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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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마 시절 - 나의 첫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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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12월 2일) - 나의 아마 시절 - 나의 첫 외출
12월의 2일 아침 7시 19분.
창을 연다.
회색빛이다.
나의 세상 첫 나들이가 저러했던가. 그래도 좋으리.
나는 첫 나들이를 주황으로 물들였다. 나의 첫 나들이.
내 태어난 곳은 지례. 智禮.
나의 첫 기억은 대덕. 한자로는 모르겠다. 그래도 대덕.
김천에서 청암사로 가는 길목에 있다.
내 기억에 차는 활처럼 굽어지는 길을 따라 左弦을 그린다. 그 첫 입구에 새겨진 대덕. 그 입구에 우리집은 있었다. 우리 아버지의 官舍.
우리 아버지는 농부가 어울리는 사람이었는데, 어쩌다 전매청의 공무원을 하셨다. 바보. 그냥 농부나 하시지. 왜 인간들하고 어울려서 바보처럼 살다가 바보처럼 돌아갔을까.
난 대덕에 중학교 3년에 다시 한 번 돌아가 봤다. 겨울 그 추운 겨울. 길은 돌고 돌아 구비돌아 구덕산장에 돌아가 대덕 우체국 앞에 내렸다. 버스에서.
난 언제나 아팠다. 이리 말해도 될까. 된다.
대덕의 우리 집. 난 그 기억이 너무나 생생해서 내가 마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사람처럼 헤멨다. 그런 적도 있었다.
불이 났었다. 주황으로 창문, 격자 창문, 창호지로 바른 문이었으리. 내 방 앞의 그 주황빛.
사실 이런 식으로 첫머리를 장식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난 다른 식으로 내 글을 쓰고 싶었는데, 세상 밖으로, 그런 이름으로.
그러나 어제 밤, 나는 탁주를 마셨고 소씨역전을 약간 읽었다. 나는 소씨역전을 아직 넘기지 못하고 있다. 물론 드물게 읽는다. 왜 못 넘는가? 내 보기에 그건 귀찮아서다. 마음 잡고 구조 한 번 생각하면 될 터인데, 그 詩句 속에 빠져드니 못 나가는 거다. 아니, 난 아낀다. 그 책이 소씨의 책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러리. 까짓거 한 번 맘에 차면 그것으로 그만인데, 그래. 그러니까 남겨둔다.
그 불이 난 밤에 난 두 살이었다. 어제 읽은 소씨역전엔 玄黃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 이리 쓴다.
격자창에 창호지에 물들여졌던 그 한 밤의 꿈이란!
그 집 앞에는
집을 나서면 오른 쪽에 큰 들녘이 펼쳐져 있었다. 그 둥근 들녘. 내 그릇이 그 들녘을 기초로 할 줄이야 내 짐작도 못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집 앞에는 개울이 있었다. 그 개울을 건너면, 전매청 깊은 창고로 들어간다. 창고는 두 개의 문을 갖고 있었다. 그 두 번째 문을 열면, 하나의 방이 나온다. 사방이 막혔으되 큰 저울이 기다린다. 쌀가마니를 다는 그런 저울. 그 저울에 뭐가 있었는가!
그 저울에는 피가 한 방울 떨어져 있었다.
붉은 핏.
나에게는 그 기억이 아직도 선명해서 내 그 핏을 피로 생각하곤 한다.
정신과 의사와 상담 한 적이 있었다. 과연 피였을까?
아니라고 하더군. 피는 시간이 지나면 검게 변한다. 그렇다고 하더군.
그러나 나에게는 피였다.
작은 형이 나를 그 옆에서 데리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 우리 작은 형! 그 바보.
어젯밤 술잔은 아직도 긴데
날은 회색이고
벼 거둔 들녘엔 서리 내렸다.
트랙터로 갈린 들녘.
선분으로 몸을 사린 들녘.
창으로 눈을 돌리니
어제 낮에 지나친 그 무덤 세 개.
그 언젠가 봄에 마주한 그 무덤.
내 햇살이었으면 그 무덤에도 몸을 누였으리.
개는 바보같이 아침을 일깨운다. 바보다, 바보야. 나는 죽어서도 개는 되지 않으리.
아침 하시라.
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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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초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