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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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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잠시 옆에 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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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11월 15일) - 도서를 잠시 옆에 두면서
11월 15일.
밤 9시 13분.
일본의 묘수집 중에서 자랑할 만한 것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死活妙機
1981년 山海堂 출간.
1952년 大阪屋號書店이 출간한 詰碁 死活妙機를 저본으로 했다.
우리 나라에서도 1974년인가 현현각에서 출간했다.
본인방 秀哉 名人의 창작 묘수집이다.
발양론, 기경중묘가 일본의 묘수집으로서 고전에 속한다면
중국에는 현현기경과 관자보가 있다.
어렵기로 본다면 발양론 다음은 갈 것이며,
실전적인 불안정을 기준으로 본다 해도 발양론 다음 갈 책이다.
하긴 어렵기로 본다면, 우리 나라 권오민 사범의 신기묘수가 있다. 발양론 다음에 꽂아두어야 할 책이 아닐까.
발양론이 가장 난해하고
현현기경과 신기묘수, 사활묘기가 그 다음을 갈 것이다.
가다의 묘수집도 마에다의 창작도 쉬운 건 아니다.
관자보에도 어려운 문제가 적지 않다.
선기무고는 제외하겠다. 앞서 다른 책에서 대부분 가져온 것이니까.
현람은 어떻게 할까. 그것도 난이도의 수준으로 본다면 뒤로 두어야 하겠다.
사까다의 주옥힐기는?
아, 그건 사활묘기에 버금간다.
그렇구나. 어려운가 쉬운가. 난이도를 기준으로 사활묘수집을 판별하는 것은 우둔한 일이 되기 쉽겠다. 물론 필요하긴 하다. 난이도를 구별해 두어야 공부할 입장에서는 수준에 맞는 책을 잡을 수 있을 테니까.
난이도라…
모르겠다. 모르는 건 접어두자. 난 언제나 그렇게 하지 않았던가. 모르는 건 외우자. 그것도 내가 하는 바였지만, 이제 외우는 것도 힘이 든다. 절로 외워지지 않는 것을 반복해서 읽고 외운다는 것은 사실 힘든 일이 분명하다.
힘에 부치게 외워야 할 이유는 없다. 그건 공부가 아니라 고통이다. 그렇게 해서도 아니 되리.
그러나 읽어서 외우지 못하면 아무 짝에도 소용없는 책도 세상에는 적지 않다. 외운 후에야 비로소 이해의 첫걸음을 띠게 되는 책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힘들다. 쉬어야겠다.
묘수집을 살펴보는 것은 다른 책과 달리 정신 노동이 꽤 되는구나.
나도 모르게 수순을 그리게되니, 내 원하는 바가 아니다.
오히려 어린 시절엔 모르는 게 있어도 그냥 넘겼던 듯하다. 머릿속에서 답을 찾으려 노력하지 않았던 듯하다.
사활묘기의 문제 몇 개 훑으면서 정신이 산만해짐을 느끼니, 바둑의 手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적당히 해야만 하겠다. 적당히 아니한 적이 있나? 있다. 왜 없겠나.
9시 44분.
11월 16일 아침 7시 42분.
이런 마음이 들었다. 얼마 전부터.
도서일기는 지겹다. 앞으로도 끝이 없을 것이고 - 끝이야 있겠지만 그래도 50권은 남았을 것이다 - 하니, 그만 다른 주제를 하나 하면 어떨까. 그리 생각을 몇 번 했다.
하고 싶은 것은 - 능력은 별개로 하고 - 다음이다.
나의 아마 시절 일기.
그 언젠가 10년은 된 듯하다. 버클리 동아시아 연구소에서 인류학자의 강연을 들었다. 우리 나라 서포지역 현지관찰 연구에 대한 것인데 시대는 1960년대로 기억된다. 누구더라? 도서관에서 찾아 읽은 적도 있었다. 그건 20년은 되었겠다.
강연이 끝나고 식사를 하는 중에, 어느 학자가 나에게 말했다. 저거 별 거 아닌 거 아냐? 우리 다 아는 거 아냐?
답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30년 정도 후에는 우린 저 자료에만 의존하게 될 겁니다. 그 인류학자는 미국인이었다. 나이도 적지 않았다. 우린 뭐야?
내 옆에 감성이 풍부하고 박식한 친구가 있다. 나는 그 친구에게 1970년대의 풍류세시기를 하나 쓰라고 몇 번이나 권했다. 너 같은 친구가 별로 할 일도 없으니, 글이나 쓰라고. 할 일이 없다는 것은, 그 친구가 집중해서 할 만한 주제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왜 없겠나. 그러나 시간은 흘렀고 생활에 시간을 들여야 한다.
나는 그의 재능을 참으로 아깝게 여긴다. 누구나 쓸 수야 있겠지만, 그래도 그 친구가 쓰면 참 좋을 터인데. 그러면 우리 모두 1970년대를 하나 얻을 터인데. 시대의 풍속을 쓰려면 재주가 있어야 한다.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감성이 풍부해서 민감해야 한다.
그 친구는 쓰지 않고 있다. 모르지. 몰래 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 저 뛰어난 벽초 홍명희도 그랬다지 않는가. 임꺽정을 쓸 때, 친구가 찾아오면 방석 밑에서 원고를 꺼내 읽어보라고 했다지 않던가. 일필휘지는 없는 것이다.
李白도 天生我在必有用을 썼던 이백도, 淸平調詞 3首를 만취한 상태에서 일필휘지, 경각에 썼던 이백도, 만년에 이르러서 남기고 떠나갈 때 草稿 뭉치를 한 아름이나 되는 초고를 가까운 이에게 주었다지 않던가.
나는 물론 재주가 없다. 친구와 술 마실 때 홀로 잡담하는 재주는 있지만 그건 그냥 노는거다. 그래서 아쉬움을 갖고 있으니, 왜 나는 풍류가 없는 건가. 왜 나는 삶을 모르는가. 왜 나는 시간을 돌아볼 줄 모르는가.
경험을 남기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나는 1958년에 태어나 멋모르고 자랐다. 당연하다. 주변에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많았으니 당연히 멋모르고 잘 자랐다. 잘 지냈다. 부족한 것이야 어찌 많지 않으랴만, 하고 싶은 것은 그런대로 약간은 접하고 살았다. 바둑도 그 중의 하나다.
바둑을 배우기 전에 물론 나는 술을 먼저 배웠고, 화투를 먼저 쳤으며 포카를 먼저 갖고 놀았다. 막내라서 따라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묘하게도 그 어떤 것에도 깊이 들어간 적이 없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도박의 종류는 - 도박이라고 할 수 있나? - 블랙잭밖에 없다. 그것도 10년은 된 듯하다. 벌써 그렇게나 흘렀나!
재미를 별로 느끼지 못한다.
당연히 강원랜드엔 가지 않는다. 좁은 경험으로 볼 때, 즐거움 속에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casino 놀이이다. 강원랜드는 분위기가 엉망이라고 들었다. 돈을 딴다? 그건 바보들이 하는 짓이다. 물론 프로가 되겠다고 공부하면 다르겠지만, 그건 타고 나야 한다. 승부사 기질도 타고 나야 하며 머리도 좋아야 한다. 그 방면의 머리가 특히 좋아야 한다.
11월 17일
밤 9시 13분.
쉬고 또 쉬었다.
그래도 쉬어야한다.
12월 1일부터 다른 일기를 쓰고자 한다.
나의 아마 시절
난 1968년에 바둑을 배웠다. 기억이 그 정도에서 멈춘다.
1983년 11월 입단했다.
나의 바둑은 우연이었을까?
아니다.
나중에 누군가가 풍속사를 하나 쓸 때 도움될 만한 그런 개인적 기록을 남기고 싶다.
지금 나는 술을 마신다. 오늘부터 열흘간 마실 생각이다.
더 취하기 전에 살펴보고 싶다.
그러므로 열흘은 쉬고 싶다.
글을 마치는 것이 쉬울까. 시작하는 것이 쉬울까.
난 나를 불안정하게 두고 싶다.
적어도 지금은.
나의 반상 도서일기는 불현듯, 그만 둔다.
적당한 때 다시 하겠다.
책은 많다.
많기 때문에 정말 나도 따분하다. 님들도 그렇지 않을까?
나는 며칠 후 거제도에서 둥근 하현달을 볼 것이다. 시리도록 추운 새벽이어도 좋다.
9시 20분.
12월 1일 뵙겠다.
아름다운 생활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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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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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가벼워. 나열은 하는데 얕아. 아까와. 허허 나이는 되었는데 기백이 약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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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운선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