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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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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관한 이야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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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바둑 하면 술, 그 주제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돌아보니, 나에게 있어 술과 바둑이 엮인 적은 거의 없다. 그래도 한 마디 남겨볼까. 바둑계에서 H 9단하면 술로 이름이 대단한 분. 이 분이 말씀했다. 문 사범도 술 하지. 그것으로 나도 술꾼임을 자신했다. 하하.
요즘 바둑계의 술에 관한 세태는 내 모른다. 20대들의 생활을 내 잘 모르니 그러하다. 20대는 오늘의 주역. 그렇지만 뭔지 몰라도 바둑계에서 술이 뜸해지는 느낌은 갖고 있다. 왜 그럴까. 좀 따분한 이유나 찾아볼까.
우선 시간. 요즘은 예선 대국의 제한시간이 길어야 두세 시간이다. 1시간도 30분도 없지 않다. 그러니 끝나면 이르고도 이른 오후. 그러나 관철동에 있을 때는 4시간이 보통이었다. 아침 10시에 대국이 시작되니, 열심히 두면 오후 7시 경에 끝난다. 언제인가? 바로 술시(戌時)다.
다른 이유도 있다. 관철동엔 주변에 술집이 다양했다. 그리고 문화계 인사들도 놀러들 많이 오곤 했었다. 무교동이 가까웠고 인사동이 있었으며, 신문사도 옆이었다. 명동도 멀지 않고 청계천, 오랜 한옥 술집도 많았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술과 바둑에서 요즘 술이 빠진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자주 보는 프로끼리도 매일같이 술만 먹고 살 수는 없는 것. 누군가가 놀러오면 그냥 보낼 수야 없는 것. 저녁이라도 해야 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그 때 비로소 술자리가 마련된다. 한국기원이 홍익동으로 이전한 것은 실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결정이었다. 홍익동은 관철동과 달리 다양한 문화적 여건을 가까이 할 곳이 아니기에 문화적으로 소외된 때문이다.
추억으로 생각나는 것은 만취한 다음 날의 대국. 기분 좋게 취했다가 다음 날 아침 대국장에 앉으면 어떻게 하느냐? 다른 분들도 그리 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이리 했다. 오전 내내 내 시간만 축내면서 평범한 정석으로 일관한다. 그렇게 두었다. 때론 상대가 전날의 술친구일 때도 없잖았다.
흑1은 술꾼으로 유명한 후지사와의 실수로, 사까다의 백2가 묘수. 백A 흑B가 선수라서 흑이 C 후수 한집을 만들었다. 흑1은 a 백b 흑c로 1과 d를 맞보아 선수 한집 낼 수 있었다. 먼 오래 전의 과음이 부른 흑1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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