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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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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마 시절 - 멀미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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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1월 10일) - 나의 아마 시절 - 멀미와 공부
새벽 5시 26분.
나는 고독을 잘 타는 사람일까. 그런 듯도 하다.
서울 생활에서 힘든 것이 몇 개 있었으니 하나는 고독이고 다른 하나는 차멀미였다.
나는 멀미를 잘했다.
물론 학교와 하숙집은 걸어서 10분. 그러므로 차를 탈 필요는 없었다. 그럼에도 가끔은 서울 시내로 나가야 하고, 또 친척도 찾아보곤 했기 때문에 버스 탈 때 어떻게 멀미를 견디느냐가 큰 고민이었다.
나는 버스체계도 이해 못하고 있었다. 김천에서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청계천에서 그 복잡한 청계천에서 손을 들고 버스를 기다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서울의 버스는 아무 데서나 서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멀미는 안다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멀미도 지식으로 해결했다.
물론 지식이란 것이 따로 배운 것은 아니며 어떻게 해보니까 해결되더라, 그래서 앞으로 그렇게 하자, 그런 것이었다.
버스를 타기 전에 소주를 1/3병 정도 마신다. 그것이 나의 해결책이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술은 가까이 했다.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 집에서 만든 포도주를 나 홀로 찾아서 마신 것이 그 첫 번째가 되겠다. 뒤주 위에 포도주를 두었는데 그것을 사발로 마셨던 것이다.
물론 술에 대해서는 예나 지금이나 누구나 다 허풍이 있기 마련이다. 나도 그러리. 나의 술에 대한 기억은 상당 부분, 나 자신 의식도 못할 정도로 과장이 섞여 있으리. 그러리라 본다.
두 번째는 선산 약주.
우리 아버지는 술에 매우 약한 체질이셨는데 선산약주 - 매우 약한 도수였다 -를 주무시기 전에 한 잔 정도 하시는 때가 있었다. 작은 물컵으로 한 잔. 그러면 나도 옆에서 함께 마셨는데 때로 나는 두 잔을 했다. 아버지는 한 잔이면 족하셨다. 그 부드럽고 하얀 선산약주. 맛있었다.
술은 어머니로부터 내림받은 것이리. 우리 어머니는 술도가를 한 번 할까 작심하셨는데 집안의 반대로 그러지 못했다. 매우 아쉬워하신다. 8순 넘으신 양반이 아직도 아쉬워하신다.
바둑 공부는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단순하리라 보았는데 웬걸, 시간이 지나면서 회의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래도 처음 몇 개월간에는 그런 마음은 없었고, 재미가 있었다. 실로 재미 없으면 하기 힘든 것이 공부 아닌가. 바둑이라고 예외는 아니었고 더하면 더했다.
그렇다. 바둑은 재미있고 즐거운 것. 프로의 수준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힘들어할 뿐이지, 그 전에는 재미있는 것이었다. 물론 프로가 되고 난 다음에도 바둑은 무엇 못지않게 재미있는 것이다.
가을에 현현기경을 보았다. 현현각에서 펴낸 그 책. 바둑고전시리즈 제1권.
명주출해세
첫 장을 펼치면 다음 문제가 나온다. 明珠出海勢. 밝은 구슬이 바다 속에서 솟아오르다.
지금 보니, 이 문제를 제일 앞에 내세운 것은 현현각의 결정이었다. 실로 척박한 출판 환경에서 책을 펴내는 安玲二 선생의 마음이 들어간 것이었으리.
당시의 내 실력은 어땠을까. 다음 문제가 말해준다. 좌하귀 문제는 백이 흑을 잡는 것이고, 우상귀 문제는 백이 사는 문제이다.
나는 좌하귀는 한 눈에 알았는데, 우상귀 문제는 10 분은 생각했던 듯하다.
쉬운 문제, 어려운 문제
현현기경은 흥미 만점의 책이었다. 하루 저녁에 50 page 이상을 읽었고 그 문제를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충암 동료들과 함께 즐겼다. 재미가 있으니 외우는 것은 쉬웠고 외우면 함께 즐기고 싶었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그런 거 가르쳐주지 말라. 너 혼자 공부한 것을 왜 다른 경쟁자에게 가르쳐주느냐. 고마운 말이었다. 그래도 난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나에게 듣고만 있었던 친구는 입단하지 못했고 나는 입단했다. 고마운 충고를 주었던 친구도 입단했다.
물론 그 어느 하나의 변수가 입단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는 없다. 좌우간 그 정도의 경쟁의식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 돌아볼 때, 경쟁을 폭넓게 이해하면 자신의 공부는 더욱 넓어지리라 본다.
그러나 하나는 분명했다. 나는 어렸다. 승부의 세계를 이해하지도 못했으며 입단이 얼마나 어려운 관문이며 또 입단에 인생을 거는 사람들의 내면의 고독과 강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작은 이해가 적어도 1년은 갔지 싶다.
내가 입단 실패의 고통을 느끼게 된 것은 2학년 가을. 가을에도 실패했으니 약 1년 반을 바둑에 매진한 다음이었다. 나는 그 때야 입단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또 실력 없이는 꿈도 꾸지 못한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좌우간 그건 나중의 일.
첫 번째 가을은 바둑을 두는 것이 즐거운 일로 다가왔을 뿐이었다.
학교 공부? 그건 점차 멀어지고 있었다. 한 사람의 머리에서 두 개의 서로 다른 영역을 동시에 갖고 논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물론 공부란 해 본 적이 거의 없는 것이지만, 수업을 점차 거르고 있었다. 나는 바둑을 공부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아침 5시 57분.
새벽이 지났다. 오늘 오랜 만에 기원에 가봐야지. 이런 저런 처리할 일이 두세 가지 된다. 아까 창을 열어보았는데 차가운 바람이 뼈에 차도록 쏟아졌다. 얼른 몸을 숨겼다. 몸이 따뜻해야 정신도 생활도 활력에 찰 것이다. 누군가는 춥고 누군가는 따뜻하겠지. 그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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