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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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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마 시절 - 고교생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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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1월 5일) - 나의 아마 시절 - 고교생대회
늦은 아침 10시 43분.
목이 마르다.
어젯밤 어머니가 권한 음식점에서 어머니가 권한 탁주를 한 사발 했다. 그것으로 그쳤으면 좋으련만 그만 집에서 물을 따라 마신다는 것이 그만, 고량주를 마셨다. 하하. 물론 하나 숨겼다. 집에서 이과두주 한 잔만 더하고 잔다는 것이, 이제 그만하고 물 한잔 하려는데 그만 마셨던 것이다.
중학교 3년은 정말이지 어떻게 보냈을까. 그래도 보낸 것은 분명하다.
김천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것이 1974년.
봄에 월간 바둑을 보니까 전국고교생 바둑대회 개최 공고가 있었다.
그래, 실력을 믿잖고 서울로 올라와봤다. 난생 처음 고속버스를 타고.
아니군. 중학교 3학년 때 자유교양인지 뭔지 우스꽝스러운 대회에 참가하느라고 처음으로 고속버스를 타보았었다.
지금은 없어진 수송국민학교에서 대회를 치르는데, 전 날 밤 나는 친구와 함께 광화문 지하도를 건너 국제극장으로 영화를 보러갔다. 代父. 말론 브란도의 대부. 입장료는 700원의 거금. 아, 그런데 들어갈 수 없었다. 중학생 관람불가였던 것이다.
하나 재밌는 것이 기억난다.
대회를 마치고 덕수궁을 관람했다. 이런 게 고궁이구나, 돌아본 후 수송초등학교 옆 수송여관으로 돌아갈 때였다. 그러나 광화문이 어디인지 몰라서 광화문 가는 버스를 탔다. 아, 그런데 타고 보니, 바로 눈앞에 광화문이 내려다 보이지 않던가! 불과 한 정거장을 타고 내렸다.
그 때 부상으로 받은 만년필을 우물에 빠뜨렸다. 김천 중학교 본관 뒤 그 우물에.
1974년 5월 서울로 왔다. 관철동을 물어서 한국기원으로. 나의 세 번째 서울 나들이.
대회가 치러진 4층은 학생들로 가득 찼다.
충암고 푸른 교복과 남산공전 연노란 교복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내 2차예선에서 마주한 상대는 수년 전 작고한 이계훈 선배.
내가 흑을 잡고 두었는데 결과는 나의 불계패였다.
이계훈 선배가 말했다. 자신이 불리했었다고. 물론 겸양의 말이었으리. 내 실력은 한 참 멀었다. 당시 고교생 대회 본선멤버의 수준은 입단대회 본선 멤버의 수준이었다.
김수장, 김동면, 문명근, 이계훈, … 당시 생각나는 이름들이다. 문명근 선배는 이미 입단했었던가. 그런 듯도 하다.
이계훈 선배와
내 바둑은 초반에는 그럴 듯했다. 보여드리겠다. 이계훈 선배와 둔 2차예선 바둑.
내가 흑이었는데, 우변 흑13 이후 흑17까지는 사까다가 전성기 때 즐겨했던 포석이다. 나는 사까다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었기에 그의 스타일을 무조건 따라하던 때였다.
아쉽게도 백48 이후는 기억나지 않는다.
우변 전투에서 크게 당했던 것 같은데….
2차예선에서 떨어진 오후.
한국기원 1층 계단에서 이계훈 선배가 말했다.
바둑 두러 서울 오지 마라.
먼 훗날 허장회 선배가 말했다.
너보고 괜히 바둑 두라고 권했나. 가끔 미안하다는 맘을 갖는다.
역시 지금은 사라진 중원장 중국음식점에서 나는 충암학원 선후배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그 때 얘기가 나왔다. 바둑 한번 두어보지 않을래? 당시 충암학원 바둑을 담당하고 계셨던 김수영 사범님으로부터 정식으로 서울 진출을 권유받았다.
짜장면은 언제 먹어도 맛있는 거였다.
그렇군. 어젯밤에 짜장면도 먹었구나. 그래서 이리 속이 부대끼는구나.
나에게 길이 주어졌다. 두 갈래 길.
바둑을 공부하러 서울로 오느냐?
11시 15분.
환하디 환한 대낮이다.
눈이 어느새 다 녹았다.
가까운 들녘 웅덩이에 살얼음 몇 개 남아있을 뿐, 먼 산도 따스하다. 봄날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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