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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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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마 시절 - 무릎 꿇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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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12월 18일) - 나의 아마 시절 - 무릎 꿇는 자세
밤 10시 11분.
나는 언젠가 좀 잘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자세가 둘 있다.
무릎 꿇는 자세.
가부좌.
가부좌는 되긴 되는데 1시간을 못 버틴다.
무릎 꿇는 자세도 되긴 되는데 1시간을 못 버틴다.
그 어느 것이나 처음 할 때 그리 힘들어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 점 감사드린다.
오히려 그 동안 너무 멀리 살아서 힘들 뿐이다.
국민학교 6년 때 쯤에는 혼자 기원엘 가곤 했다. 한 달에 한두 번 갔는데, 원장께서는 기료를 받지 않으셨다.
기원은 다다미 방이었다.
남산기원. 평화기원. 김천기원. 생각나는 이름들이다.
1층에 자리잡은 기원은 없었다. 모두가 2층에 있었다. 아마도 굳이 일반에게 내부를 드러낼 필요가 없었던 때문에, 임대료가 저렴한 2층을 얻었으리.
그 어느 것이나 좁은 나무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오른쪽 또는 왼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아니다. 평화기원은 계단 앞쪽에 있었다. 김천기원은 가끔 주인이 다른 업종으로 직업을 바꾸거나 해서 사라지기도 했지만, 그러면 다른 장소에서 김천기원이란 간판을 붙이곤 했다. 김천시에는 언제나 김천기원은 있었던 것이다.
다다미 방에서 나는 무릎을 꿇고 바둑을 배웠다. 항상 그 자세였기에 매우 힘이 들었던 때도 있었다. 그래도 그리 앉았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었고, 그리 해야 한다고 자연스레 믿었으며, 또 그렇게 앉는 것을 그리 불편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저린다는 것도 익히면 자연스러운 것이리. 어느 정도는 그랬다.
이런 재밌는 일도 있었다. 어느 6급 두는 청년이 이런 주장을 했다.
6급 청년의 주장
청년 자신은 왜 프로들이 백5 단수한 이후에 백7 잇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자신은 우상귀 백13으로 잇고 백15 3三에 들어가는 수단을 엿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은 백5 단수하지 않는다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6급의 입장에서는 맞는 말이었다. 물론 이젠 안다. 백5 단수하는 것이 좋다. 우상귀가 흑에게 좌하귀보다 유리하다. 3三은 기력에 따라 크기를 달리 하는 자리다.
2급 청년의 주장
하나 더 있었다.
어느 2급 두던 청년은 아래 외목 정석에서 왜 흑A 백B를 선수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 A 단수한 흑 한점이 잡혀서 손해가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아무도 그에 대해 반론을 제시하지 않았다.
물론 그 후 난 알았다. 좌상귀에서 보듯이 흑27 단수는 해야 한다. 그래야 백36이 성립하지 않는다. 우하귀를 보면 백C 이하 백G가 백에게 가능함을 알 수 있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아래 기원의 질문들이 있었다.
기원의 질문들
흑1 따내면 이득 아니냐?
A가 아니라 흑3으로 이어야 하지 않느냐?
물론 그 질문은 틀린 것이다.
그러나 때론 좌상귀 백8과 같은 고급스런 맥점도 기원을 놀라게 했는데, 저 백8은 김수한 선생이 책에서 본 것을 제시했던 일로 안다.
기원 내부의 공기는 그런 질문이 가끔은 있었다. 담배와 해소천식으로 용각산을 줄곧 입에 달고 있는 그런 분들만 계시지는 않았다.
다다미 방에서 무릎을 꿇고 바둑을 두는 일은 재미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기료를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달에 한두 번만 놀러갔다. 바둑이 재미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아마도 만화가 좀더 유혹적이고 또 따분함도 잘 견디는 체질 때문이었으리.
밤 10시 46분.
책을 약간만 읽다가 잘까. 바로 잘까. 보고 싶은 책은 많아도 손에 잡히는 책은 없으니 참 한심도 하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오늘 책을 읽는 까닭은 내일 책을 읽기 위해서다. 습관이란 무서운 것. 진실이다. 내가 1985년에 배운 말씀이다. 그러니까 난 그 때까지는 책 읽는 이유도 몰랐던 것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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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th361 |
｜ 2005-01-04 오후 11:17: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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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문사범님 세번째 기보가 잘못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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