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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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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를 늘려야만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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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생들의 공부 하나는 프로들의 대국을 기록하는 것이다. 대국자 바로 옆에서 함께 생각하며 자신의 수를 검토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국 분위기에서 얻는 실전 심리를 익히는 것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힘든 것도 없지 않으니 그건 초(秒)읽기를 부를 때다. 대국자가 제한시간을 다 쓰고 나면 1분 안에 한 수를 두어야 한다. 한 수를 착점하면 다시 1분이 연장된다. 그 때 초를 부르는데, “빨리 한 수 두십시오.” 말하는 것과 진배없으니 그게 어렵다. 대국자가 초읽기에 몰려서 착점을 강요받으면, 그 고통은 대단한 것. 그런데 그 고통을 강조해야 하는 것이 기록자의 임무이니 말이다.
그래서 고민하는 것이 하나 있으니, 초읽기 1분 중에서 마지막 10초를 어떻게 부르느냐? 바로 그것이다. 1분이 남으면 이렇게 알린다. “M 사범님, 마지막 1분입니다. 50초, 40초, 마지막 30초, 20초, 마지막 10초입니다, 하나, 둘,….” “마지막”을 너무 많이 불러도 대국자의 정신을 혼란시킨다.
문제는 다시 좁혀진다. “열!” 하고 불러버리면 착점을 해도 소용이 없다. 바로 실격패로 처리된다. 그러므로 초읽는 사람도 입안이 마를 수밖에 없다. 제발 한 수 두시라. 속이 타면서 내면은 그리 말한다.
여기에 두 타입이 있다. “마지막 10초입니다. 하낫, 둘, 셋,…, 여덟, 아홉, ….” 그런 타입. “하나아, 두울, 세엣, …, 여덜업, 아-홉, ….” 이런 타입.
나는 두 번째 타입이었다. 그건 대부분의 기록계가 택하는 시간의 호명(呼名)법이다. 그러나 때로 초참(初參)이 초읽기를 담당할 때가 있는데 그들은 대개 첫 번째 타입이 된다. 정직한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타입으로 불러도 실은 10초는 11초 정도밖에 늘어나지 않는다. 단지 1초만 더 늘리는 것인데, 그만 해도 대국자는 큰 여유를 갖는다. 일방에게만 유리한 것이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인간적이고, 초읽기에 몰리지 않는 상대도 그런 입장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또 초읽기에 몰리지 않은 상대라고 해서, 호명되는 시간의 긴박감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기 때문이다.
기보는 백이 초읽기에 몰린 국면. 백A 붙이는 맥이 있어 삶은 문제 없겠다. 그러나 이렇게 일찍 제한시간을 다 써버리는 장고파에게 기록자는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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