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일기 170, 난투극
토요일 오후 한가한 시간이어 감리단 김사장은 반바지 편한 차림에 분당에서 온 은행에 근무한다는 박사장과 개인전을 벌이고 있다. 전기 김사장은 오랜만에 나와 관전을 한다. 바둑을 두지 않겠다며 벌써 일 이년째 기원출입을 안 하시더니 이젠 가끔 오셔서 관전만 한다. 감리사장과 친해 저녁에 막걸리를 같이 가려고 기다리시는지.
편바둑보다는 개인전 방내기를 즐기는 감리사장이 주말이면 빠지지않고 서울까지 와 편내기를 즐기는 박과 대국을 벌이는 것이 드문일인데 서로 만만하다고 보았나보다.
두 점 접고 백을 든 감리는 첫수를 고목에 두곤 다음 수는 화점에 날일자로 걸친다. 역시 난타전을 즐기고 수내기를 찾느라 바둑 지는 줄도 모르는 은행 박 의 한칸 협공에 두 번 날일자로 중앙으로 뛰곤 오히려 협공으로 난전을 유도한다.
건너편에서 편바둑을 두던 이교장도 와서 관전을 한다. 싸움꾼들끼리의 난타전이어 관객들의 재미를 더한다.
잃던 따던 몇만원에 개의치 않는 이교장은 항상 진지하고 두텁게 바둑 그 자체를 즐기는 아니 음미하시는 분인데 뒤편의 최근 무리지어 오기 시작한 꾼들은 곁에서 들리는 것도 모르는지 자기들 끼리 수근거린다.
"바둑 한 판 두는데 한 두 시간씩 걸리니 그게 무슨 바둑이야!"
"우리끼리 빨리 따로 합시다."
바둑보다는 룸에서 마작에 주로 열심인 그들은 제들끼리도 마작 자리를 양보를 안 해준다고 60은 됐음직한 나이들에 챙피한 줄도 모르고 언성을 높이기 일쑤이다. 바둑은 마작 자리나기를 기다리는 대기시간이다.
말씀은 없고 모른척해도 이교장도 다 들었을텐데 그런 인물들과의 바둑 보다는 관전이 나으신것이겠지.
감리사장은 이제 신이났다. 두 판을 이겨 4만원 딴것 보다도 여러명이 자기바둑을 에워싸고 관전을 하니 무대의 주인공이 된듯 신이 났다. 바둑도 잘 풀리고 있다.
"막걸리좀 사 올까?" 2만원을 내며 기분을 낸다.
K시장에서 밤장사를 하는 40후반의 그중 젊은 양반이 가서 막걸리와 파전 묵 과자등을 푸짐하게 준비해 온다. 2만원으로 저렇게 많이 사 올수 있다니 장보는 것도 역시 기술인가 보다 싶어 속으로만 감탄한다.
이교장은 종이컵에 막걸리를 따라 감리사장 은행 박 그리고 내게 건넨다. 대국자가 우선이지. 어제도 퇴근 후 막걸를 몇 잔 한것이 아직도 몸이 무거워 내키지 않지만 반가운 기우들과 어울리는 자리이니 한 잔을 마신다. 컨디션이 안좋아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 기원에 도착 한 시간이 4시인데 결국 밤 9시 까지 관전을 했다.
두는 것 보다 보는 것이 이렇게 재미 있을수도 있구나 싶다.
어제는 고향에 내려간다며 얼마전 퇴직한 수하직원이 병원으로 찾아와 몇명이 모여 한 잔을 했다.
어제 해고를 시킨 나이 든 직원이 맘에 걸려 겸사겸사 한 잔 하고 싶었던 것이 과했었다.
직원이 90명이니 매일매일 예기치 못했던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원칙과 형평, 순환을 지키는 것을 목표로 잔 정에 이끌리는 것 보다는 다수의 이익과 회사의 입장에 누가 없는 방향으로 가 보려고 노력한다.
원칙과 기리 를 벗어나는 강수와 강펀치의 상호교환에 반상은 치열하다. 강펀치에는 핵펀치로 대응하는 격이다. 전기 김사장은 막걸리잔을 들고 웃으며 예기한다.
"바둑이 아니고 난투극 같아!"
막걸리에 얼굴도 조금 벌개진 감리사장은 기분이 승했는지 그 소리에 맞춰 주먹을 쥐곤 은행사장앞에 흔들어 보인다.
대마가 죽어 있는데도 꿈쩍도 안하며 수를 내려고 궁리만 하는 은행은 반상에 시선을 고정 시킨채
"맛 이 많아~" 하신다.
십년 이 십년 씩은 됀 오랜 사이들이어 말이 없어도 서로 알고 이해하며 즐길뿐이다.
어제 오늘 병원에서 마음이 안 좋았던 것들이 여기서 기우들과 관전을 하며 풀린다.
아수라장 같아도 해결책은 있는 것일테고 난투극 같아도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대국자들이 있고 그 밖에서 관전을 하며 평화로움을 만끽하는 바둑 벗들도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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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팔공선달
당근돼지
가죽商타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