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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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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마 시절 - 주제와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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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1월 20일) - 나의 아마 시절 - 주제와 변주
03시 08분.
어젯밤, 막 잠이 들려고 할 때였다.
큰 형이 전화를 했다.
용직아, 네 반상일기 내 방금 읽었는데 그 술 좀 적게 해라. 요즘 잠도 불규칙한 거 같은데 그래서야 되겠냐.
情과 理解라는 건 고독한 것.
窓을 열어본다.
전봇대, 전선, 가로등, … 겨울
겨울이라는 시간.
나는 큰 형에게 두 개의 거짓을 행한 적이 있으니, 큰 형은 알고도 묵인했다. 가벼운 질문 정도만 던져 내 맘을 적당히 다스리게 했다.
하나는 30년 가까이 지난 것이고
다른 하나도 비슷하다.
본인방전 전집을 보고 싶었다. 그래 책을 갖고 있는 분과 흥정을 하게 되었는데 그 분은 우표를 원했다. 에라, 모르겠다. 큰 형이 애지중지 모았던 우표책을 본인방전 전집 두 권과 교환했다. 나는 내가 뭘 하는지 알았지만 당시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 솜이불 같이 보드랍게 손에 잡히는 본인방전 전집의 두께와 紙質, 연한 하늘색 표지.
우표책 어디 갔냐?
난 답하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겨울. 겨울이었다.
입단대회에서 나는 술을 마셨다. 시합 중에. 거나하게 취할 정도가 아니라 밤새도록 술을 마셨다.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취하고 취했다. 다음 날 아침, 기원 앞에는 큰 형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할 말이 없었다.
그 날 이른 아침에는 나는 수색 친구집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내 바지는 지난밤의 몰골로 오물 투성이. 친구 어머니는 내색은커녕 밝은 웃음으로 나를 따뜻한 방으로 데려갔다. 아랫목에 앉혀두고 내오는 것은 잘 차린 아침상. 용돈도 주셨다.
그렇구나. 그 전 날 술 마실 때, 그러니까 종로1가 르네상스 - 지금은 사라진 클래식 음악다방 - 가만 음악 다방이 맞나? 명동의 필하모니는 차를 주지 않았지만 르네상스는 문을 열면 조촐한 다방 분위기처럼 의자와 탁자가 나를 맞았으니 그리 말해도 되겠다. 그래 기억 났다. 음악감상실. 그리 불렀다. 음악감상실이었다. - 옆 어느 2층 술집에서 그 술집의 화장실에서 내가 마신 것을 주체 못할 때, 나와 비슷한 나이의 종업원이 참 친절하게도 불쾌한 내색 하나 내지 않았었다. 닦아주었다.
바둑을 업으로 하겠다는 맘을 먹은 자, 이 정도의 기억은 누구나 갖고 있지 않을까. 무엇이 주제인지 다들 잘 알고 있었고 또 다들 변주 정도는 연주하고 있었으리.
03시 39분.
다행이다. 오늘 날이 춥을 것이라고 하던 예상이었는데, 그리 바람이 차갑지는 않다. 아랫집 난방 보일라 돌아가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어젯밤에 내린 커피 한 모금.
난 식은 커피도 좋아한다. 시내 나가면 스타벅스 뭐 그런 집에서 자리 잡고 마시는데 다들 바쁘게 살아서 여유 있게 감미로운 시간 즐기는 친구 만나는 게 그리도 힘들다.
왜 나는 스타벅스 같은 장소를 좋아할까. 요즘 카페는 너무 의자가 푹신하다. 몸이 자신의 의지를 못이겨 뒤로 무너지는 것은 싫다. 아니면 칸막이. 난 질색이다. 언젠가 내가 여기 썼으리. 나는 都會地的 감성도 사랑한다고. 대화가 있는 자리, 그것도 몸을 약간만 뒤로, 약간만 앞으로 자신의 의지대로 편하게 할 수 있는 의자가 있는 장소. 그런 곳이 나는 좋다.
밤에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술 마시는 것은 정말 싫다. 딱딱한 의자가 좋다.
관철동 한국기원 건너편 반쥴은 내가 사랑하던 커피숖. 물론 3층 4층은 내 한 번밖에 가보지 못한 고급술집. 나는 지하 1층 아침의 커피향을 좋아했다. 아침에 끓여내는 향기보다도 내실에 짙게 배인 커피향을 맘에 들어했다. 가끔 친구와 이른 아침에 만나 커피를 마신곤 했다. 그것이 70년대 말, 80년대 초.
반쥴의 의자는 딱딱했다.
有田 茶房도 괜찮았다. 한국기원 1층에 자리 잡은 다방. 1970년대 월간 바둑을 보면 항상 책 날개에서 선전문구를 볼 수 있었다. 대략 이런 것.
애기가의 사랑방. 有田茶房. 냉난방 완비. 약도도 친절하게 그려져 있었지.
유전 다방에서 뵌 박재삼 선생. 고운 결을 지니신 분이었다. 미소로 답해주셨다.
유전 다방에서 뵌 민병산 선생. 잠바 안쪽에서 韓紙에 쓰신 글을 꺼내 주시곤 했다.
步步光明
日月山河
주신 글 중의 기억나는 구절이다. 아, 물론 두 구절은 다른 글이다. 내 步步光明이 들어간 글귀는 친구에게 주었고, 日月山河가 들어간 글귀는 간소하게 표구해서 고마운 선생에게 드렸다. 책상 위에 두고 계시더군.
性近習遠
왜 이 글귀가 떠오르나.
性相近 習相遠의 준말.
어느 새 나는 여기까지 왔다. 큰형이 말했다. 벌써 그 때가 30년 전이었구나.
04시 05분.
04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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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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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처음 문용직님이 사이버오로에 글 남기시는 것 알았습니다 글 하나하나 아주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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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기사 님 들도 좋은 글 동참해 주시면 고맙겟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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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ole |
｜ 2005-02-05 오전 8:27: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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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문사범님은 내가 만나 본 기사들 중에서 제일 인품이 훌륭하신 분.. 글도 차분하게 참 잘 쓰시고. 문사범이 프로기사가 안 되었다면 무엇이 되었을까요? 답을 듣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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