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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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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마 시절 - 내기바둑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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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1월 17일) - 나의 아마 시절 - 내기바둑 말라
11시 49분.
창을 연다. 밀려오는 바람. 찬 바람도 따스한 기운 품고 있다. 1월이라 중순이니 하루 하루 지날수록 더욱 그러리.
오늘은 아침 6시 25분에 깨어났다. 다시 잠. 7시 25분에 다시 일어나다. 다시 잠. 8시에 일어나다. 가벼운 청소. 쥬스 한 잔. 신문사 관전기를 보내다. 이불 속에 누었을 때 무슨 생각을 했던가. 일을 하자. 그리 생각했다.
프로가 되려던 나의 아마시절의 특징 하나는 생활이 규칙적이지 못했다는 것. 아니 그래도 게으른 녀석이 - 아니다. 난 게으르지 않을 것이다. 나 스스로 게으르다고 할지 모른다. - 학교 수업은 아니 들어가도 되고 대구 부산 마산 등지로 돌아다니게 되었으니 어찌 규칙적인 생활할 수 있으랴.
그러나 그건 어쩔 수 없었다.
지방에 한 번 내려가면 며칠 만에 돌아올 때도 있었고 열흘이 걸릴 때도 있었다. 물론 난 그리 많이 돌아다니는 편은 아니었다. 돌아다닌다고 해서, 아마추어 강자들과 항상 둘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또 그냥 둘 수 있는가. 난 그건 잘 모르겠다.
고등학교 2년 초여름.
신당동에 있는 기원엘 갔다. 이필묵 씨가 운영하는 기원.
가보니, 이용호 씨가 2급과 바둑을 두고 있었는데 5점을 접고 두고 있었다. 5점! 하. 난 그 때까지 그렇게 잘 두는 2급은 보지 못했다. 어찌나 잘 두는지 나보다도 나은 듯했다. 형세 또한 그랬다. 백이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고 도대체 어찌 할 수가 없는 형세.
그러나 누가 이겼던가. 백이 이겼다.
잔돈푼은 걸고 두었으리. 잔돈푼은 내기가 아니다. 내기 바둑은 아니었다.
나도 요즘 만원은 걸고 두는데 만원은 내기가 아니다. 그러나 방내기로 둔다면 한방에 만원이라면 그건 내기가 된다. 아니다. 그것도 아니다. 속기로 방내기 둔다면 그건 내기가 된다. 왜냐? 속기라면 하루에 큰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필묵 씨가 말했다.
나와 조대현에게.
너희들은 내기바둑 두지 말라.
내기바둑 두면 바둑 다 버린다.
실로 고마운 말씀.
그렇다. 내기바둑을 두면 그 바둑은 格이 맑지 못하게 된다. 안목이 넓지 못하게 되며 자잘한 잔수에 신경을 과도하게 쓰게 된다. 뿐이랴. 자신의 내면을 그 테두리 속에 가두게 된다.
난 내기바둑은 한 번도 아니 두어봤다. 나중에 한 번 두고 싶은 적은 있었는데 그 때도 스폰서가 없었다. 내가 못 두어서? 아니다. 나중에 두고 싶은 맘이 1982년 쯤엔 있었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다. 1982년이면 나 스스로 입단할 실력이라고 자부하고 내가 아마추어로서는 첫째라고 자신하고 있을 때다.
묘한 것이 바둑이다.
74년 가을 관철동에 드나들고 했을 때, 한 번은 관철동 3.1 빌딩 뒷골목 어느 기원엘 갔을 때다. 할아버지 한 분이 원장을 하고 계셨는데 호선으로 나와 한 판 두었다. 내가 졌다. 3판을 두었다. 모두 졌다. 하하.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분명히 나보다 형태감각도 포석의 이해도 부족한 바둑. 그러나 40년 1급의 연조라는 게 과연 있는 것인지 승부는 내가 졌다.
오목 - 백2를 모르다
그 분은 오목도 대단한 실력이셨다.
오목 문제를 두 개 내 주셨는데 하나는 답이 있다고 판단할 만한 자리에 점을 14개 찍어주셨다. 풀어오라고. 하하.
조대현 군과 내가 1주일을 머리 싸맸다. 그리곤 갔다.
틀렸다. 백2를 A로 받을 것만 생각했던 것이다. 14개 중에 하나를 점 찍지 못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그런 것이었다. 그런 것이다. 실력이란 그런 것이다.
오목구락부 현상문제-1957
그 분이 다른 문제도 하나 주셨는데 그건 다음과 같다. 1957년 일본 오목 구락부가 현상문제로 제시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내 기억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흑1 백2 흑3일 때 흑이 ‘3.4’를 얻으면 이기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물론 ‘3.3’도 ‘4.3.3’도 ‘5.3.3’도 흑은 둘 수 없다.
그분 말씀이 원래의 문제에는 백돌이 A에도 있었는데, 자신이 보기에 그 돌은 필요없다 하셨다.
난 30년이 흐른 지금도 풀지 못한다.
이유는 두 개가 있으리.
1) 난 오목에 관한 책을 본 적이 없다. 공부한 적이 없는 것이다.
2) 내 기억이 틀려서 이 문제가 잘못 그려졌다. 돌 하나만 틀려도 그건 터럭 하나가 하늘과 땅의 차이를 가져오는 것과 같다.
지금 생각해도 내기바둑 한 번 경험하지 않은 것은 잘 한 일이었다. 옆에서 본 적은 있었다. 난 그 얼굴은 보기 싫다. 긴장도 그런 긴장은 만나기 싫다. 난 경마도 하지 않는데 경마장 아침 그 술에 담배에 몽롱하고 찌든 얼굴들은 정말이지 만나기 싫다.
내 주위엔 그런 거 하는 분들도 있지만, 깊이 해서 무너지지 않은 사람 못 봤다.
바둑을 잘 두고 싶은가.
그러면 바둑을 두는 자신을 아껴야만 한다.
그래야 바둑도 아끼게 되고, 바둑의 품격이 높아진다.
품격 낮은 바둑으로는 프로의 세계에서 일각도 못 견딘다. 견딘다? 그런 것을 우연이라고 하고, 우연을 필연으로 여긴다면 크게 무너진다. 논리적으로도 그렇고 프로의 바둑 수준과 품격을 생각해도 그러하다.
고마운 말씀이셨다.
용직아, 너희는 내기바둑 하지 말라.
어느덧 1년이 훌쩍 지나가려고 내 옆을 바둑계 여러 세계가 소리치듯 자신을 알리고 스쳐가고 있었다. 이런 게 바둑이다. 이런 게 바둑의 세상이다.
과연 그 세계는 어떤 것이었을까. 이제 난 너무나 오랜 시간을 지나쳤기에 제대로 알기나 하고 있는 것일까.
오후 12시 29분.
오늘 오후부터는 내 좀 멀리 산책하리.
먼 시야 폭넓은 안목 가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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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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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좋으신 말씀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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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봉수 사범님과 지도기가 있는데 마음을 가다듬으려 문사범님의 글을 대하니 역시 도움이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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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로서 모든 말씀이 다 이해되는 것은 아니지만 품격, 시야, 자신을 아끼는 마음 등은 막연히 나마 다가오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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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nario |
｜ 2005-01-26 오후 12:25: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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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문사범도 이필묵씨를 알고 있군요. 70년대 대단한 강자였는데. 시합에는 안나왔지만. 지금 뭐하는지 굼금하군요.나는 지금 18년째 미국에 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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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