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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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御城碁譜 - 일본 바둑의 집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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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8월 30일) - 御城碁譜 - 일본 바둑의 집대성
오후 4시 57분.
잠이 몰려온다. 그러나 낮잠을 더 이상 자서도 아니 되리. 의사도 항상 충고하지 않던가. 낮잠 자지 말라고. 낮잠 버릇 못 고치면 불면의 밤이 깊어지리라고.
노력해본다. 지난 두 번, 서구의 바둑책을 소개 했으니 이제는 다시 동양으로 돌아올 필요가 있다. 당장 기억나는 마땅한 서구의 바둑책도 내 손엔 없으니 잘 되었다.
꽤 묵직한 책 열권을 책상 위에 쏟았다.
御城碁譜 卷之一
…
御城碁譜 卷之十
1861년 御城碁가 폐지될 때까지 몇 년 동안 몇 명의 기사가 왜 바둑을 두었던가. 왜 御城碁를 두었던가.
기사들이 일본의 봉건제인 德川幕府로부터 공식적으로 녹을 받기 시작한 것은 1612년. 그 이전에 이미 정치권력은 기사들을 애호했던 것도 사실.
1861-1612=250
그러니까 250년 동안 진행된 기사들의 최고 대국 경연장이 바로 御城碁라 하면 되겠다.
1582년 6월 1일 本能寺에서 당시의 권력자 信長이 日海와 利玄의 바둑을 관전했다니까 그 날을 기준으로 하면 대략 280년.
300년이라 하자. 간단해서 좋다.
일본 바둑 300년의 역사. 그것이 이 하나의 御城碁譜 一帙 속에 들어있다.
1951년 誠文堂新光社에서 初刊
그러나 한정된 부수만을 발간했기에 곧 절판. 구하기도 힘들었다 한다.
1978년 9월 誠文堂新光社에서 再刻
초판 때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고 어성기가 아닌 바둑도 몇 국 넣다.
자, 이 책을 어떻게 다룬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내 능력에 맞춰 다루면 그만. 독자들은 읽다가 아쉬우면 말씀하시라. 내 더할 수 있다면 더할 것이요, 미치지 못하면 그 뿐이다. 이건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솔직히 말해 史料를 더 찾고, 고민도 좀 하고, 글 쓰는 시간도 좀 잘 잡고… 그러면, 분명 나은 글이 되리. 그러나 그럴 자신은 없다.
우리 나라에서 나온 일본에 대한 바둑 얘기는 사실 대부분 일본에서 나온 거 옮긴 거다. 대체로 그렇다. 나도 그 정도만 안다.
그렇다면 다시 굳이 더 할 필요가 있는가? 더 해도 모른다면 말이다. … 그렇긴 하다. 그러나 쓰다보면 약간 더 보탤 점도 있겠지. 부족한 점이야 당연히 많겠지만 일본에서 바라본 그들이 쓴 거보다 못하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그걸 어떻게 자신하느냐?
그들이 쓴 것을 이미 내가 보았으니까 안다. 일본어도 다 잊어버린 놈이 보았다고? 그렇다.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읽었다고는 말 못해도 보았다고는 할 수 있다. 읽은 것과 본 것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택하겠는가?
답은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사소하게 틀릴 수 있는 점을 몇 개 그냥 나부터 넘겨버린다면 나는 말할 수 있다. 큰 줄기에 대해서 말할 수 있으며, 그저 상식적으로 알려진, 그러나 내가 보기에 진실과는 거리가 있을 그런 점도 몇 개 지적할 수 있다. 그 정도면 되지 않겠는가.
일본의 바둑책은 대부분 성실하게 짜여져 있다.
일본의 바둑책은 매우 꼼꼼하다.
일본의 바둑책은 매우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물론 이름만 그럴 듯하고 내용은 곤란한 그런 책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런 책도 우리 나라에서 나온 이름만 그럴 듯한 내용은 얕은 그런 책보다는 전반적으로 낫다. - 음, 이런 얘기는 하기가 약간 곤란하군. 대체 그 책이 뭐냐? 그것을 밝히지 못한다면 문용직 너는 비겁하지 않느냐?
그렇다. 그래 이 정도로 그친다. 다만 우리가 책을 읽고 이해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을 미리 말씀드릴 뿐이다. 책은 각자의 안목에서 보는 것이요, 책을 권해드리거나 해설하는 사람이 답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둑책을 다루는 것에도 내가 이리 곤란한 점이 있으니 세상살이야 어떠하랴. 하긴 그건 여러분이 나보다 더욱 잘 알리. 바둑책이라고 그런 세상사 살이에서 벗어나 있지는 않다. 그것이 내 아는 바다.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논리야 다를 바 어디 있으랴.
어성기보-1
먼저 두 개의 기보를 드린다.
하나는 어성기보 첫 번에 나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어성기보 제일 마지막 장에 실린 것이다.
첫국은 대국의 연월일을 모른다(백 본인방 算砂 흑 鹿鹽利玄).
어성기보-2
다음 대국은 어성기보에 실렸을 뿐, 어성기는 아니다. 1853년에 두어진 것으로 30번기 제23국이다. 백의 걸작이다.
(백 先相先 太田雄藏 흑: 본인방 秀策)
두 바둑 모두 빅인데, 1국은 162수가 남은 마지막 수이고, 2국은 271수가 끝인데 그곳까지 갈 필요는 없을 듯해서 중간에 그쳤다.
요즘과 어떻게 다른지를 감상하시고,
1국과 2국이 어떻게 다른지도 감상하시기 바란다.
御城碁譜
그 책에 대한 나의 일기 첫 장을 열어보았다.
오후 6시 43분.
저녁 향이 어디로부터인가 잠겨온다.
p.s.
아침에 쓰고 또 쓰게 되었다.
일기란 나날의 기록이 아닌 모양이다.
아, 참! 여러분들께서 내 일기에서의 오류를 지적해 주셨는데 모든 말씀이 다 맞는 말씀이다.
그 밑에 바로 답을 드리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는, 내가 자주 일기를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만 찬스를 놓치곤 한다.
또 고치지 않는 이유는, 그러면 그 분들의 말씀이 틀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의 오류를 지적했다면, 그 지적은 거의 대부분 맞을 것이다.
틀리는 것이 있어도 그리 일기의 軌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감사드린다. 일일이 감사와 수정을 가하지 않는 점을 혜량해 주시기를 바란다.
고운 저녁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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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구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