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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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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hematical Go - 서구의 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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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8월 30일) - Mathematical Go - 서구의 업적
아침 8시 44분.
7시에 일어나 신문사 관전기 원고를 손질했다.
몸과 정신이 피곤한 걸 보니 최근 내 생활이 감정에 많이 휘둘렀음을 알겠다. 내 일기에게 미안하다. 앞으로 좀더 일기다운 일기가 될 수 있도록 하자.
오늘 내 책상에 놓인 책은 수학으로 해석한 바둑이다.
Mathematical Go
1994년 Elwin Berlekamp와 David Wolfe가 함께 펴낸 책.
이들은 스승과 제자 사이로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소재한 U C Berkeley - 버클리 대학 수학과 교수와 학생이었다.
이 두 사람은 내 만나 보았는데, 벌캄프 교수는 과연 재능이 있어 보였다.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인 게임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진 분이었는데 업적도 적지 않다고 들었다. 몇 번 만났는데 힘든 것은 내 영어 실력. 핑계를 하나 더 대자면 이 분의 발음도 대단히 듣기가 어려운 것이었다는 사실.
버클리 대학은 1960년대 미국의 베트남 참전에 대한 反戰데모로 유명한 곳이다. 아니다. 그보다도 자유로운 반항의 도시로 유명하다. 아니다. 그보다도 영화 卒業 -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한 영화 - 의 무대로 유명하다.
그러니까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버클리의 유명한 점을 알고 있겠다.
내가 6개월 머문 버클리는 그림 같은 풍광이 그토록이나 맑게 뇌리에 잡힌 곳. 길을 걷는데 저 앞쪽의 나무가 나에게 다가오는 경험을 몇 번이나 했을 정도다.
지구상의 거지들이 가장 살고 싶은 곳이 버클리라던가. 워낙 날씨가 좋으니 말이다. 그래서인가 거지들이 많다. 책을 읽고 있는 거지들도 많다. 가만, 거지의 정의가 뭐지?
헌 책방에 많아서 또 좋은 곳. 대학에서 쏟아져나오는 폐기처분하는 책들이 하루에 몇권이더라? 수백 권은 넘는 듯하던데?
어느 책방에서 나는 floating life with 6 chapters를 사고 서울로 돌아왔었다. 진홍색 장정이 아련하게 아프도록 그려진 추억같은 책. 浮生六記가 바로 그 책의 원본이다.
浮生六記
마음이 아플 자신이 있다면 읽기를 꼭 읽기를 권한다. 林語堂의 판단에 의하면 중국의 역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인인 芸을 만날 수 있으리. 蘇州人 沈复(1763 - 1808?)이 자신의 삶을 써내려간 것인데 첫 구절만 소개하면 이러하다.
余生乾隆癸未冬十一月二十有二日, 正値太平盛世, 且在衣冠之家, 居蘇州滄浪亭畔, 天之厚我可謂至矣. 東坡云: 事如春夢了無痕.
어디서 구할 수 있는가? 우리 나라에서 번역된 것이 있는지 여부는 모르겠다. 中國文化中心이란 서점에 가면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 번역본도 원문과 함께 붙여진 것을 구할 수 있으리라.
옆으로 흘렀다.
Mathematical Go Endgames라는 책도 벌캄프 교수는 제자와 함께 펴냈는데 역시 1994년에 나왔다. 나에게 그 책은 지금 없다. 내용은 비슷하다.
바둑의 끝내기는 조합이론의 분야에서 접근 가능한 것.
이 책을 보고 나는 고민에 잠시 빠졌다. 굳이 내가 이 접근에 대해서 이해를 깊이해야 하는가 하고. 알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러면 시간과 땀이 들어간다. 나의 결론은 하지 말자! 바로 그것이었다.
벌캄프의 문제-1
그러나 내용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지 않을 수는 없다.
다음 기보가 책 89쪽에 나온 문제다. 백이 둘 차례로 이기는 수순을 찾는 것이 초점이다. A부터 R까지 서로 크기가 제각각 다르다. 소문자인 h i k m n 은 본래 문제에는 대문자로 표시되어 있지만 여기 내가 그 점을 다룰 수 없어 소문자로 찍었다.
답은 드리지 못하겠다. 9쪽에 걸쳐서 상세한 설명과 답의 제시가 있으나 내 모르니 여러분께 드리기도 그렇고, 또 그림도 그려야 하니 그 또한 지금은 할 수가 없다.
벌캄프의 제자인 김용환 박사에 따르면 나는 풀 수 없을 거라고 했다. 당연하다. 내 수학을 모르니 어찌 알 수 있으랴.
내 짐작컨대 어떤 프로도 풀지 못하리.
벌캄프의 문제 - 2
언젠가 보여드린 적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우리의 상식이란 얼마나 제한된 것인지를 보여주는 문제를 하나 드린다. 책 3쪽에 있는 것이다.
문제도에서 흑이 둔다면 a가 클까, 아니면 b가 클까.
그에 대한 답은 다음 답1과 답2에 있다.
답1이 답2에 비해 백이 한 집 남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문제 - 2의 답1
문제 - 2의 답2
대체 왜 이런 결론이 나올까?
난 모른다. 수학자에게 물어보시라. 이 분야를 전공한 수학자가 혹시나 이 글을 본다면 간단하게 한 마디 해 주시라.
Mathematical Go
훌륭한 업적이다.
그림 차례는 물론 바둑 용어의 정의와 참고문헌, 단어 색인까지 달았으니 책을 만드는 기본을 잘 알고 있다. 아니다. 지식이란 무엇인가를 잘 알고 있는 문화에서 나올 수 있는 책이다.
바둑 역사상 內的으로 완결된 self contained 책을 한 권 꼽는다면 첫 손가락에 꼽을 책이다.
물론 끝내기에 대해서 이 책이 알려주는 것은 매우 제한된 부분에 불과하다. 아주 잔끝내기 부분에서만 유효하다. 그러나 그것이 어떻다고? 사까다의 끝내기의 묘는 그 책대로 쓸 곳이 있고 이 책은 이 책대로 가치가 있다. 비교할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교의 기준으로 엄밀성과 일반성을 든다면 이 책은 다른 책과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주목되어야 할 것은, 이 책의 저자가 바둑은 10급 수준이라는 것. 접근하는 방식이 뚜렷하다는 것. 자신이 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알고 그것을 밝히고 있다는 것.
바로 그것이다.
오전 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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