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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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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 위에서 흔들리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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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났다. 술만 마시지 아니 하면 새벽에 잠을 깬다. 친구가 말하기를, 그건 술 탓이 아니라 나이 탓이라 한다. 술을 마시면 술을 이기지 못해 늦게 일어날 뿐이라 한다. 그 판단이 맞겠다.
지금은 5시. 글을 쓰기 위해 앉아본다. 당장 머릿속에 무엇을 쓸까 떠오르지 않는다. 어떻게 하나? 이럴 때 나는 바둑을 한 판 두어보는 버릇이 있다. 바둑에 관한 글이니, 대국에서 소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이다.
다행히 인터넷 때문에 대국을 쉽게 할 수 있다. 상당한 수준의 실력자도 어렵잖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언제나 느끼지만, 참으로 마음 순일(純一)하게 잡기가 힘이 든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 처음 몇 수를 두어보면 상대가 나보다 약한지 강한지를 알 수가 있다. 나보다 약하면 자만감이 마음에서 일어난다. 강하다고 느끼면 조바심이 일어난다. 오늘도 예외가 아니었다.
물론 나만 그런 의식을 갖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내 경험으로 프로의 어려운 점 하나는, 상대에 대한 의식을 떨쳐버리지 못하는데 있다. 아마라고 다르지 않겠지만, 프로는 더욱 더 그런 의식에 지배당할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프로는 말한다. 고백한다. 승부에의 욕심보다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 잡으려고 노력한다고.
사실 고인(古人)들도 비슷하게 느꼈으리. 그러니까 반전무인(盤前無人)을 새겨서 남겨두지 않았겠는가. 반전무인이란 무엇인가. 바둑의 열 가지 새김(圍棋十訣) 중에 있는 말인데, 반상에 너도 없고 나도 없다는 뜻으로도 새기고, 바둑을 둠에 상대를 의식하지 말라는 말씀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하나는 분명하다. 마음 가라앉힐 수 없다면 바둑은 파도로 출렁인다. 승부야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말이다. 인간적으로, 과연 기보의 백3 앞에서 마음 가다듬을 자 그 얼마나 될 것인가. 다만 최선을 다해 수를 읽고 또 읽을 뿐이겠다. 백3은 예리한 맥점. 흑A면 백B 이하 백F까지 우변을 돌파한다.
의문이 더해진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과 마음으로 반상에 몰두하면 그냥 그렇게 우리는 사라지고 반상만이 남을 수 있는가? 나아가서 또 하나. 과연 바둑에서 얻어지는 수양은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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斯文亂賊
임서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