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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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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바둑이 변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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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고사(故事)가 있다. 당나라 때 바둑 고수 왕적신이 하룻밤에 고수가 되었다는 고사. 길 잃은 산 속에서 하룻밤 유숙한 초가집. 그 집에는 바둑두는 고부(姑婦)가 있었다. 잠깐 가르침을 받은 왕적신. 아침에 돌아보니 그들은 간 곳 없었다. 그는 크게 깨달음을 얻고 국수(國手)의 경지에 올랐다.
실로, 한 순간의 각성으로 바둑이 비약적으로 늘 수 있는가. 많은 애기가들의 질문 중의 하나가 그것이다. 그 동안 나는 그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아니, 그런 경험은 있을 수 없다고 답해왔다.
그러나 오늘 의문을 품어본다. 행여 내가 나의 지식 때문에 그 질문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는가, 하고. 나는 합리성을 강조하는 교육을 받은 사람. 증거를 눈앞에 제시할 수 없다면 진리를 설파해서는 안 된다는, 그런 태도를 가진 사람.
하지만 오늘 나는 생각을 달리 한다. 한 순간의 통찰 내지 인식의 변화로 바둑도 한 계단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고 본다. 왜냐? 인식의 변화가 오면 반드시 행동의 변화도 수반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둑 두는 과정은 인식을 기반으로 하는 행동의 과정 아닌가.
예를 들어, 어느 날 문득 인생은 강물과 같은 긴 여정이라는 인식이 새겨졌다고 하자. 때론 평온한 들판을 가로지르고 때론 험한 산을 휘돌아 바다에 이르는 강물. 그처럼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안목이 바뀌면 바둑도 한 순간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반상에서 급하게 승부를 구하지도 않을 것이며, 행마에도 여유를 가질 것이다.
그럴 것이다. 그러기에 우주를 조화로 인식한 오청원에게 반상의 변화는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것으로 새로운 패러다임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묵은해가 지나고 새해가 오기에 이런 마음이 생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보기에 비로소 인정하는 인간의 한계.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지혜를 얻고 싶은 기분. 중앙 백1은 여유를 잡은 행마. 반상을 넓고도 깊게 내려다본다. 내 저런 행마처럼 세상을 살고 싶은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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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회2007 |
｜ 2006-02-01 오후 7:58: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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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바둑의 발견 2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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