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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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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맥락은 바둑을 담아내는 그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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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본다. 때 이르거나 또는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의문일지 모른다. 그러나 2주 전 이창호의 삼성화재배 패배는 중국에는 자신감 이상을, 한국에는 만만찮은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창호의 패배를 그 어떤 흐름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전제해서 생각해보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
우리 자신에 있어 개선해야 할 것은 없을까? 예를 들면 그 동안 우리가 했던 공부방식에 대해서. 분명히 90년대 이후의 충암연구회는 집단적 공부와 경쟁이 얼마나 유효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이제 그것으로 충분할까. 정보의 공유는 물론이고, 국제적 교류가 넓어져서 상대와의 직접적 만남이 다양해진 상황에서 우리가 새겨보아야 할 그런 문제는 없는 걸까.
최근 마요춘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의 집단적 연구 방식은 어렵지만 의미 있는 문제를 하나 제기한다. 그들은 수법 하나 하나에 대한 검토뿐만 아니라 기사 개인에 대한 패턴의 분석도 넘어서서, 대국자의 사고과정을 서로가 검증하고 있다. 창하오가 동료들 앞에서 자신의 바둑을 복기하면서 대국시의 판단 과정을 밝히는 것은 잘 알려진 예다. 바로 그 점이다.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중국과 같은 고맥락적 문화에서는 그런 방식이 서로의 사고를 계발하고 넓히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렇다. 바둑은 수법에 대한 패턴의 연구, 그 산물만은 아니다. 개인의 사고방식은 문화적 맥락 속에서 녹아나고 규정되는 것. 언어와 행동 방식이 문화마다 다른데 바둑이라고 어찌 아니 그러랴. 그렇다면 이제야말로 바둑에 대한 문화적 맥락에 한 번 눈 돌릴 때가 아닌가 싶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차이를 넘어서서 동아시아의 문화적 맥락이 어떻게 바둑에서의 우리 사고과정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바로 그 점에 대해 심도 있는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창조의 과정에는 모방 이상의 것이 숨어 있다. 개인의 재능 이상의 것이, 시대의 절실함 이상의 것이 숨어 있다. 뤄시허의 백2 이하는 놀라운 구상. 저 상상력을 담고 있는 문화적 맥락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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