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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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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정신 활동의 산물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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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쾌한 얘기를 들었다. 어떤 이야기? 기보, 그러니까 프로의 바둑은 정신활동의 산물이 아니기 때문에 지적재산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그런 얘기. 두 대국자가 서로의 길을 가다가 우연히 형성한 우발적인 산물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비교도 들었다. 바둑은 음악이나 미술과 달리, 두 사람이 두기에 개인의 창조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하. 그 참. 누군가 참 대단한 안목을 지니고 있음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마치 테니스를 치는 사람에게 저 힘든 것을 왜 하느냐고, 왜 하인에게 시키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 그런 백 년 전 얘기를 듣는 것만 같았다.
사실이다. 바둑을 모르는 사람에게 바둑은 아무런 감상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건 사실이다. 그러나 바둑을 아는 사람에게 바둑은 이해와 감상의 대상이 된다. 마치 음악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음표를 아는 사람에게는 음표가 머릿속에서 소리를 들려주는 것처럼.
두 대국자가 우연히 형성한 우발적인 산물이라는 얘기도 재밌다. 그러면, 그림은 붓과 손이 우연히 만난 것인가. 하하. 그래서 화가의 그림에 부여된 지적재산권은 회수되어야 하는가. 오케스트라의 합주는?
지적재산권에 무임승차를 하고픈 욕심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무섭다. 단기적으로는 기업에 이익을 제공해 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자가 끊긴다. 어느 프로가 바둑을 두겠는가. 아무런 소득도 생기지 않는데. 아무런 생활의 방편도 얻을 수 없다면 누가 프로가 되겠는가. 소비자는 장기적으로 고급스런 바둑을 맛볼 수 없을 것이며, 기업 또한 망할 것이다.
정보가 쉽게 공유될 수 있는 오늘이야말로 우리는 우리의 정보를 아껴야 한다. 자, 다음 백1의 여유를 보자. 만약 백1을 3에 둔다면 흑A 백1 흑B 백C 흑D 백E 흑F로 흑이 살아간다. 백1의 착상에 감탄하는가? 감탄한다면 그건 이미 당신은 저 묘착에 대해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비용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 비용을 나는 지적재산권이 요구하는 것이라고 본다.
바둑도 바둑을 아는 사람에게는 상상의 독특한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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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검신
斯文亂賊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