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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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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이 점령한 국수(國手), 그 이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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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9월 나는 아마국수전(國手戰)에 참가했다. 프로 지망을 포기하고 바둑을 그만 둔 지 1년 만이었다. 왜 불현듯 나갔을까.
나는 국수의 이름을 갖고 싶었다. 비록 아마추어지만, 그래도 국수라는 타이틀은 꼭 한 번 갖고 싶었다. 국수(國手). 나라 안에서 첫째가는 기예(技藝)를 지닌 자에게 붙여주는 이름. 나는 그 국수를 안고 싶었다.
조선시대나 오늘이나 국수는 우리들의 이름이었다. 바둑의 이름이었다. 프로가 될지라도 내 실력으로 국수는 불가능할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나는 아마추어 국수라도 한 번은 되고 싶었다. 한 번 국수는 영원히 국수로 불리는 것이 우리의 전통. 김인 국수, 윤기현 국수, 하찬석 국수, ….
1983년 3월 제1기 박카스배가 열렸다. 그 이전과 다른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그 이전에는 회사의 상품명이나 후원사의 이름을 앞에 붙이고 대회를 시작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 때까지는 신문사가 후원을 실제로 맡았기에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나 단순하지 않은 사실.
그 이후 많은 신문기전들이 후원사의 이름을 기전 이름 앞에 앞세웠다. “-회사배 -전”처럼. 그 때문인가. 프로 기전에서 바둑 냄새 물씬 나는 이름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기원 이사장이었던 최재형 씨의 아호(雅號)를 새긴, 역사 깊은 학초배(鶴初杯)는 아마추어 기전임에도 매우 아취가 풍기는 것이지만.
왜 그런 경향이 있는 걸까. 자본주의 사회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신문사가 직접적인 후원을 그만 둘 시대적 여건이 다가와서 그런 걸까. 모두가 답일 것이다. 그러나 아쉽다. 아니다. 단순한 아쉬움 이상의 사실이다. 왜냐? 대상을 표상하는 언어가 그 대상이 되는 문화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으면 그 문화는 발전하기 힘든 운명에 놓이기 때문이다.
아, 참. 시상(詩想)과 마음결이 그토록이나 고왔던 시인(詩人) 박재삼은 생전에 국수의 반열에 올라섰었다. 비록 실력은 5급이었지만 주변에서는 그를 박 국수라고 불렀다. 그랬다. 박 국수라고 부르고 박 국수라고 불릴 때, 그들은 바둑만의 문화를 부르고 화답한 것이었다.
흑3 흑5는 5급의 수순. 그래도 충분하다. 대국자가 반상 위에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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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ne418 |
｜ 2006-01-08 오후 10:17: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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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선생님 시대의 흐름은 어쩔수 없습니다 제아빠도 서글퍼 하시거든요 언젠가 제가 따끈한 커피 한잔 제 손으로 타 드릴게요 섭섭해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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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보다 라면에 익숙한 세대들의 문화려니 그렇게 이해하면 마음의 위안이 될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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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