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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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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마 시절 - 가을로 접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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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2월 22일) : 나의 아마 시절 - 가을로 접어들다
06시 20분.
7월 31일 서울을 떠난 후 내가 처음으로 간 곳은 대구. 대구에는 큰 누님이 살기도 했으나 8월의 대구 MBC배 아마추어 바둑대회에 참가하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바둑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울추처럼 이것저것 기웃거리는 것이 내 성격은 아니다. 이거 하면 저거 생각나고 저거 하면 이거 생각나곤 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어느 하나에 안착하지 못하고 불안한 성향을 지닌 것은 아니다. 나는 정서적으로 그런대로 안정적인 인간이라고 믿는다. 세상에 대한 불안도 그리 강하게 갖고 있지 않다.
모든 세미 프로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낙천성.
물론 시대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요즘은 어릴 때부터 집중해서 공부하지 않으면 프로가 될 수 없는 시절. 연구생에 들어가지 않고서 입단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연구생만 들어가는가? 아니다. 대부분 도장에 다닌다. 훈련을 체계적으로 받는 것이다. 누가 공부를 시키는가? 가족의 결정이 절대적이다. 어린 아이들의 부모님, 그들의 바둑 이해가 결정적이다.
그러나 8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지금과는 조건이 두 개 달랐다.
바둑은 전문적인 공부가 필요한 전문직이라는 점에 대한 사회적 이해의 부족.
연구생제도의 유명무실함과 바둑도장의 不在.
70년대 중반이야 더욱 달랐다.
우선 바둑을 배우자면 떠돌아다닐 수 있는 성격이 필요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야 프로입문이지만, 불안이 강하면 여기저기 다니면서 바둑 공부할 수가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낙천적인 성격과 자유로운 풍류기질.
그 못지않게 필요한 것은 집안의 이해. 집안의 이해라고 할까. 아니다. 가족의 안타까움이 보다 맞으리. 직업으로서 바둑이 갖는 사회적 이해가 좁을 때니, 어느 집안인들 자식이 바둑을 두라고 뒤에서 밀어주겠는가.
그러니 가족의 반대를 이겨낼 만한 낙천성과 자유기질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없어서는 바둑에 매진할 수 없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 집은 관대했다. 근본적으로 제 잘 하겠지, 하는 태도가 깔려있었으니 말이다. 하긴 요즘도 그렇다. 우리 형제들은 별로 자식 걱정 아니 하지만 - 상대적이겠지 - 형수님들은 다르다. 나야 하는 말이 있다. 아,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보기에 잘 알아서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가족의 반대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족에게 걱정 끼치지 않고서 프로에의 집념을 지속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매우 적었을 것이다. 그렇군. 우리 집도 다를 바 별로 없었겠다.
내가 대구를 다니고 또 어디를 다니면서 서울로 돌아온 때는 9월인가. 대략 그 어귀쯤인데 대체 뭘 하고 돌아다녔는지는 모르겠다.
서울로 돌아온 것은 예비고사 때문이었다. 대학엔 가도록 하자. 2주 전쯤 서울로 왔다. 원서를 내고 책을 구입했다. 교과서는 두꺼우니 얇은 문고본 크기의 붉은 장정 요약본. 사회, 물리, 화학, 국사, … 등등. 그러나 요약이 너무 간략했다. 논리가 없어 무슨 말인지 모를 정도였다. 이해는 접어두었다. 그래도 읽었다. 시험에 임하니, 아는 거같기도 하고 모르는 거같기도 했다. 아,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했구나. 잡다한 과목을 요약본만으로 기억한다는 것은 내 능력밖이었다. 아슬아슬한 느낌으로 시험을 끝냈다. 잘봤을까, 못봤을까. 내심 기대도 했다. 뻔뻔하게도. 결과는 213점인가. 서울지역은 통과했다.
그래 그것은 나중에 12월 말에 가서 받아본 성적이고 다시 난 바둑을 두었다. 가을이 온 것이다.
가을부터는 바둑의 계절.
1977년에는 모두 13개의 아마추어 대회가 열렸다.
제1회 한국기원총재배 쟁탈 아마 10강전 - 서울
제11회 전국 아마 국수전 - 서울
제4회 대국 MBC배 쟁탈 아마선수권대회 - 대구
제1회 롯데배쟁탈 전국아마추어최강자전 - 부산
제8회 전국아마최고위전 - 부산
제4회 학초배쟁탈전국아마최강자전 - 마산
제1회 전국아마10걸전 - 서울
제9회 전국 아마유단자선수권대회 - 서울
제4기 여류국수전 - 서울
제10회 한국기원총재배쟁탈 전국직장대항전 -서울
제13회 전국대학생바둑선수권대회 -서울
제10회 학생왕위전 -서울
제7회 어린이국수전 -서울
내가 출전할 수 있는 대회는 모두 8개.
그러나 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얻지 못했다. 분명히 입단실력이라고 스스로 믿고 있는 판인데 성적은 별로였다. 준결승 한 번 올라가지 못했다. 이런!
이제는 나에게도 그런 느낌이 들곤 했을까. 실력이란 것은 반드시 성적으로 드러나는 것만은 아니지 않는가 하는. 그러나 과연 그런가.
77년에 남은 기보가 없으니 어디 78년 1년 후의 기보라도 들쳐보자.
제12회 전국 아마국수전 3-4위 결정전인데 내가 흑을 잡았다. 백은 김종준 5단. 요즘 예선에 나가면 옆에 앉아서 바둑을 함께 두는 분. 바닷바람 밀려오듯 부산 사투리 걸쭉하고 집중력 좋은 분.
뭐 별로 내용이 좋다고 하기도 힘들군. 하하. 그래도 좌변 흑43 5선에 둔 것은 그럴 듯하다. 그 수가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냥 시원시원하게 두었다는 느낌이 온다. 그 정도는 되었고, 또 자신감도 있었던가 보다.
(아마국수전 3-4위전)
그 해 임선근 5단에게 준결승에서 패했었다. 아! 내가 진 적 있구나! 하하. 저번에 내가 없다고 했었는데, 역시 기억보다는 기록을 믿어야 겠군.
07시 09분.
야! 밤새 눈이 내렸네.
이산 저산 뛰어다니고 싶군. 窓을 열어보시라.
마치 이번 겨울에 처음으로 만난 눈인 듯싶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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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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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바둑 지망생들이 보면 부러워하겠습니다. 낭만의 여정같은 풍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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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