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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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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마 시절 - 그래, 긴 7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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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2월 15일(1)) - 나의 아마 시절 - 그래, 긴 76년
밤 8시 56분.
날은 2월 14일이다.
그래, 긴 76년이었다. 나에게는 긴 76년이었다.
I. Wallerstein의 the modern world system I, II는 읽어볼 만한 책이다. 만약 관념의 힘에 대해서, 관념의 발전에 危機가 어떻게 주도했는지에 대해서, 시간이란 사회적으로는 어떻게 규정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면, …, 읽어둘 만한 책이다. 벌써 20년은 되었다. 나도 읽은 지. 단순한 사회과학 책이 아니리.
그 책에 나오지. long 14th century. 유럽에서 14세기는 100년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그 시간은 관념과 무역과 당시로서는 알 수 없었던 구조와 엮여져서 구조적 세계를 이루었다고. …, 가만 있자, 이건 전문가들이 잘 아는 얘기군. 나는 아니군.
76년 가을. 난 처음으로 서울의 바둑을 경험하게 된 듯도 하다. 74년부터 시작된 나의 바둑 공부가 3년으로 엮여져 하나의 가닥을 잡게 된 실마리가 중간에 잡혔다. 바로 76년 가을에.
비로소 난 바둑 두는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 전에 나는 충암에서만 머문 것이 아니었다. 난 충암에서도 머물지 못했다. 왜냐? 실력도 부족하고 나이 또한 소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1980년대 중반 이후와는 달리 - 불과 10년밖에 차이가 없지만 - 197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소년은 바둑 안에 머물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예외는 없지 않다. 최규병은 75년 국민학교 6년 때에 입단했고, 그의 동기인 양재호도 78년에 입단했다. 그 이전에 고교생들이 입단한 적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마추어 기사들은 - 모두가 프로가 된 것은 아니었지만 여기서 초점은 프로가 아니다 - 소년으로부터 청년으로 태어날 때 비로소 바둑의 세계에 제대로 들어갔다. 늦게 바둑을 배우면, 그리고 지방에 살면, 상대적으로 입단은 늦어진다. 입단까지의 기간에는 어디 있느냐? 바로 청년기에 서 있다 !
난 76년 가을부터 지방을 다니면서 제대로 승부를 할 수 있었다. 8강 정도를 기웃거릴 정고의 실력이니 어디 가도 바둑 둔다 말할 수 있었고 또 아마추어들 간의 평가에서도 한 번 정도는 대화에 낄 수 있었다. 용직이라는 저 친구는 바둑이 늘었나? 용직이가 만만치 않던데? 아냐. 아직은 아니던데! …. 뭐 그런 얘기 속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나이도 곧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니 함께 대화할 만했다. 대화자리에 함께 앉게 했다.
76년 예비고사를 봤다. 그래도 대학가는 시험이니 한 번 볼 필요는 있었다. 그것도 안 붙고서 대학을 갈 수야 없지. 하하! 이런! 성적이 묘했다. 서울 지역 예비고사 커트라인이 198점이었는데 난 197점이었다. 하! 이런! 난 서울 지역 대학은 어디에도 시험칠 자격도 얻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난 봄 이후 수업은 없었다. 수학은 0점 실력. 영어도 0점 정도였으리.
뭐라 할까, 헛웃음이 약간 나왔다고나 할까. 그랬다.
졸업식엔 가지 않았다.
그러나 내 담임이셨던 신윤복 선생님은 이사를 다니면서도 내 졸업장과 앨범을 7년간 갖고 계셨다. 7년 후에 후배와 찾아 뵙고 앨범을 가져왔으니…, 그 참. 내가 무성의한 것은 사실이고 또 차가운 건조함도 지니고 있는 것을 내 알지만, 드릴 말씀이 없다. 선생님도 이제는 많이 늙어셨던데…. 1년 전 충암 300단 기념 때 한 번 뵈었구나. 그 때도 그 분이 먼저 나를 찾았지, 내가 먼저 그 분을 찾지는 않았다. 난 언제나 그런 인간이었다. 지금도 비슷하다. 그 타고난 성격, 어디 가겠나.
77년 1월.
난 부산으로 떠났다. 역시 마산을 지나서 갔었는데, 부산에서 롯데배 아마 최고위전이 열리고 있었다. 남포동 어느 기원에서. 물론 참가자는 100명도 훌쩍 넘어 기원 하나만 빌려서는 대회를 열 수 없었다. 150명, 200명 정도 되지 않았을까? 바둑계가 커지고 있다는 당시의 호황감을 숫자로 들은 듯도 하다.
대회 이틀 전 쯤에 도착해서, 대화하고 술 마시고 사람 만나고 포커도 한 번쯤 치고. 그렇게 보냈다. 그렇게 보냈으리. 뻔하다. 그렇게 보내지 않고 내 뭐하러 지방 다니는 맛을 얻었겠는가.
실로 그랬으리. 나 말고도 많이들 그랬으리. 입단대회 만큼 몰입할 그런 시합도 아니다. 그러나 전국에서 알 만한 사람이면 한 번쯤 서로가 만나서 바둑의 실력도 가름해보고 또 술도 마시고, 그 동안 자신이 겪고 있었던 바둑에서의 진보나 생활의 즐거움과 고민 등을 그 때 아니면 언제 또 넓게 펼쳐 동의를 얻을 수 있겠는가.
77년 1월.
그 어느 때보다도 나에게 긴 여행, 바둑의 여행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닷가 바람은 시원했다. 부산은 겨울에도 따뜻한 곳. 남포동 밤거리는 청년들의 그림자를 여울지게 할 정도로 화려했다. 잔술집은 서면에서 맛을 많이 보고, 스탠드바 맥주 맛은 남포동에서 맛 봤다.
지금은 이름도 잊은 맘 좋은 바둑의 선배들이 비슷한 바둑의 세계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과연 즐거운 일이었다. 대화는 대체로 활기찼다. 우울도 섞였지만 곧 이내 묻혔다. 주제가 하나로 묶일 수밖에 없으니 어찌 활발하지 않을 손가. 20대 초반의 선배들이 대부분. 20대 중반도 별로 없었다. 30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바둑을 장래의 희망으로 하지 않은 분들로 대부분 직장을 잡고 있었다.
밤 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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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재밌습니다. 아마대회의 낭만이 부럽군요. 그런 추억의 낭만이 아직도 여전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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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