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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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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마 시절 - 월정사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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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2월 11일) - 나의 아마 시절 - 월정사의 추억
눈부신 11시 42분.
창을 여니 세상이 멈춘 듯하다.
다만 차가운 미풍 불어오고 불려갈 뿐.
76년 8월, 조대현과 강만우, 그리고 나는 강원도 월정사로 며칠간 여행을 떠났다. 김수영, 권경언 두 분 사범님을 모시고 갔는데 한중고교생 대회를 앞두고 기분전환 하자는 취지의 여행이었다.
처음 들른 곳은 강릉 경포대.
나는 바다가 처음이었다. 인천 바닷가에 가본 적은 있었지만, 마산도 갔었지만 그래도 해수욕장은 강릉이 처음이었다. 뒷날 캠핑 가서 술 속에 몸을 담그고 왔던 그 경포대 백사장.
조대현은 묵호 출신답게 수영을 매우 잘했다. 그건 강만우도 다르지 않았는데 나만 수영을 못했다. 나는 검정색 고무튜브를 몸에 감고 발에는 물갈퀴도 신고 바닷가에 들어갔는데 그래도 미적미적 앞으로 가는둥 마는둥 했다. 조대현은 마치 육지 위에 있는 것처럼 물에 서 있는 자세로 나를 도와주기도 했다. 야, 정말이지, 어떻게 물에 서 있을까!
해변이 그다지 북적거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물밖에 나와서 잠시 몸을 눕혀보니, 웬걸 내 몸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아차! 나는 한냉성 알레르기를 갖고 있었는데 바닷물 그 차가운 물 속에 내 몸을 넣는 것이 아니었다. 두드러기가 온 몸을 휩쌌다. 난 바닷물에 들어가지 않아야 할 좋은 핑계를 갖고 있었다. 물은 여전히 나에게 겁나는 것.
이런 글을 읽은 적 있다.
원시인들은 처음에 언제 자신이 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까.
바람이 불어 수풀이 움직일 때
깊은 沼를 내려다보았을 때
그런 듯도 하다. 매우 두려웠을 것이다. 무서운 존재감의 확인. 존재감의 무서운 확인. 그것이 원시인들에게 의식의 존재감을 제공해주었을 것이다.
서울에 와서 2년. 처음으로 만나는 편한 여행. 한가한 시간. 강릉을 둘러싼 산들은 높지 않아 편안하고, 길도 적당한 각도로 굽어있어 車窓으로 손을 내밀면 손으로 바람을 잡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 이후 강릉은 내 즐겨가는 장소 중의 하나가 되었다.
월정사를 들렀다. 경내에서 잠시 손을 모으고 여장을 푼 곳은 월정사 옆 여관. 이름은 잊었다. 어느새 밤. 여관 앞의 개울이 큰 소리로 검게 흐르고 있었는데, 우리는 뭘 했을까. 산책을 돌아오니, 김수영 사범님이 과객 한 분과 바둑을 두고 계셨다. 하하. 호선으로 두고 계셨다. 흑을 잡고.
다음 날 아침.
김수영 사범님이 그 과객과 인사를 했다.
아, 제가 어제 밤 꿈에 신선을 만났습니다. 바둑을 배웠지요. 다시 한 판 두십시다.
칫수는 9점.
결과는 만방.
과객은 처음에는 당혹감으로 대하다가 곧 큰 너털웃음으로 대국을 끝냈다. 우리야 미소를 머금은 채 눈길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몰랐지만.
상원사로 오르는 길.
이제는 월정사에서 상원사 가는 길에 나무가 우거져서 오른쪽 시내가 보이지도 않는다. 물 흐르는 소리만 들릴 뿐.
그 때는 나무가 없어 개울을 바로 옆에 두고 올라갈 수 있었다. 무더운 여름 한낮의 산행. 땀에 젖으면 개울에 잠시 발을 담그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순간에 권경언 사범님이 말씀하셨다.
잠깐만.
잠깐 발을 멈추어봐라.
앞을 바라봐라. 먼 산을 바라봐라.
산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 그런 자리가 있었다.
실로 그런 자리가 있었다.
95년 버클리의 영롱한 가을 날, 어느 길목에서 만난 그런 자리. 주위의 경물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자리. 그런 자리가 있었다.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見南山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 들었다.
望月과 看月에서의 望과 看은 주체가 있다. 달을 바라보는 주체가 있다.
그러나 見南山에서의 見에는 주체가 없다. 남산이 그냥 비추어지고 있는 것이다.
見性成佛에서의 뜻도 그런 것이련가. 내가 사라지는 그런 경지인가. 찾거나 보는 게 아닌 것인가.
서해안, 看月島.
참 마음에 떠오르는 풍경인데, 요즘은 어떤지?
권경언 사범님께 감사드린다.
그 후 그 자리를 찾으러 다시 가보기도 했으나 눈이 없는 탓인가. 주변에 나무가 너무나 높이 서 있어 먼 산 찾을 수 없는 탓인가.
바둑을 두다보니, 그런 경험도 얻게 되었다.
바둑에 열중하던 고교 3년 동안 한가한 시간으로는 가장 기억에 남은 때다.
햇살이 밝다. 산책 나가련다.
오후 12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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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님 제가 바둑 공부하면서 궁금한 사항이 있어서 몇가지 여쭈어보려는데 멜좀 알려주세요공개하시기 어려우면시면 제 멜 kshjgji@yahoo.co.kr꼭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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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