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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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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ue Francaise de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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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8월 25일) - Revue Francaise de GO
가을이 왔다. 내가 즐기는 가을.
대학 시절, 정선아리랑을 채집하러 떠나는 친구와 경춘선 열차를 탔다. 그 영롱한 가을 햇살과 대기(大氣)를 채우는 공기의 신선함. 차창으로 눈이 돌려지는 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 날의 그 가을. 열차만이 가져다줄 수 있는 가을의 情趣.
오늘 다시 본다.
가을이 왔다.
어제 밤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9시 05분. 내가 게을러서 그만 상해를 거쳐서 서울로 돌아왔다. 꼬마들에게 쏘리. 집에 오니 12시. 지쳤다. 가방 무게도 적지 않고. 치즈 몇 조각 사 넣은 것이 이리 무게를 줄 것이야 내 상상이나 했으랴.
무거운 가방과 여행의 무게. 몸이 지치니 고개가 뒤로 젖혀진다.
순간 별들이 하늘에서 빛나고 있었다. 별들의 조각들. 조각난 별들. 한편으론 여름 한 철 지나 웬 은하수인가 했더니 얕은 구름.
몸이 피곤하니 이토록 감사할 순간이 오는구나. 잠시 문 앞에서 서성거렸다. 바람은 저 별에서 불어오듯 하고 四圍는 긴장을 풀고 있었다. 다들 별과 얘기하느라 여름밤과 같았겠지.
오랜 만에 일기를 쓴다.
12시 24 분.
Revue Francaise de GO (2004, 7)
응씨재단이 후원하는 세계청소년 바둑대회 마지막 날(벤쿠버 8월 22일) 책을 한 권 프랑스 컴퓨터 엔지니어가 나에게 선물로 주었다. 난 프랑스어를 모르니 뭐라고 번역할까. 프랑스 바둑 리뷰?
GO 碁 Baduk Weichi
모두가 앞 표지에 넣어진 단어들이다. 중국에서는 바둑을 囲棋 Weichi라고 부른다.
표지 합쳐 64쪽의 잡지. 통권 106권. 크기는 세로가 긴 한 뼘이고 가로가 3/4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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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툰.
그렇게 구성되어 있다. 읽을 수는 없어도 바둑 보고 알겠다.
예전에 독일 책도 이런 게 있었는데 그 책은 이름이 뭐더라?
독일어는 좀 읽을 수 있어 내용 드릴 수도 있는데 나중에 서가에서 발견되면 그 때 다루도록 하자.
이 책이 맘에 드는 이유가 있다.
1) 작은 책
2) 여백의 부드러운 소화
저번에도 얘기했듯이 난 손에 잡히는 작은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용 불문하는 경향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 할지라도 일 푼의 이치는 그 속에 있으리라. 내용이 없는 책은 뻔지르르하게 되기 쉽다. 바로 그 이치다. 제목도 내용이 없는 책은 철학이니, 인생이니, 그런 거창한 상투어를 쓰는 경향이 있다. 결국엔 자신의 수준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의 내용은 매우 평범하다. 내 읽을 수는 없어도 그 평범함이 눈에 선하게 들어온다. 유럽에서 바둑이 널리 전파되지 않고 있더라도 사랑하는 사람들은 사랑하는 방법을 스스로 잘 알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나도 그리 할 수 있을까.
9점 접바둑 실전
9점 접바둑을 7쪽에 걸쳐서 공부하는 내용을 일부 보자.
다음은 해설 3개이다.
공부1
공부 1: 흑6은 실전과 비교해 더 나은 수는 아니다. 실전도 대단히 좋은 착점.
공부2
공부 2: 흑1은 정석과 같은 착점.
공부3
공부 3: 백2 흑3의 교환이 대단히 뛰어난 착상이다. 물론 수순 중 흑7은 당연히 백10의 자리로 뻗어야 하겠다. 그러면 백 곤란.
백을 잡은 사람은 Farid Ben Malek 6단이라 한다.
해설의 내용을 보니, 흑이 두어야 할 정석을 가르쳐주고 있다. 설령 흑이 그렇게 둔다는 보장이 없고 백이 또 그리 둔다는 보장이 없을지라도 - 해설은 조심스럽다. 공부는 신중하다.
어떻게 아느냐? 알아야 할 모양, 익혀야 할 맥 - 바로 그런 점을 보여주고 있다. 백에게 나쁜 결과가 나오든 말든 말이다.
훌륭한 해설 태도다.
그렇군. 이 책이 맘에 참 드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3) 자신들 수준에서의 얘기를 즐거이 드러낸다
그렇군. 이 하나로 족하군. 이 하나에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군.
뭐랄까, 그저 사소한 바람?
그리 불러도 될까?
이 책은 그런 느낌도 준다.
내 보기에 유럽에 바둑이 널리 전파되는 것은 적어도 수십 년 안에는 불가능하다. 그 이후는? 역시 어렵다.
세계에 바둑을 보급하자는 희망과 기대는 많이 들리지만, 난 달리 본다. 희망은 냉정한 전망을 전제로 해야 한다. 문화에 대해서, 사회 구조에 대해서, 바둑의 역사를 돌아보아서… 분석해야 한다.
Revue Francaise de GO
그리고 내용과 수준이 별로 다르지 않은 독일판에서 난 그것을 보았다.
단 한 권의 바둑책이지만 그래도 그 점을 어느 정도는 알려주고 있다.
Revue Francaise de GO
동호인들이 나눠 갖는 책이다. 물론 무료로 배포되는 책은 아니겠지.
돈은 대단히 중요한 재화요, 재화의 기준이다. 사회적 정의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느냐? 어떤 기준을 통해서? 그런 연구 중에 돈을 기준으로 하자는 논문도 읽은 적이 있다. 우습지 않은 귀한 일이다.
서구에서 바둑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파리의 바둑 클럽에 가 본 기억, 차이나타운과 한인타운, 아메리칸 바둑협회의 운영 방식, 참가하는 사람들의 사회 인구학적 특성, 바둑을 대하는 방식, 그러한 요인들의 시간적 변천…
나에겐 일부가 보인다.
우리완 다르다. 우리 동양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그러면 우린 어떻게 되는 걸까?
답을 위한 기초를 본다면, 그건 다음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
가을의 오후로 나가겠다.
아니구나.
오후의 가을로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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뭡니까 이게 9점깐사람이 더 잘두면 어떡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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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도 가을도 독립이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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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