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오로산책
 작가의 말
이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협의하지 않은 무단전재는 금합니다.
|
|
나를 넓혀줄 경험의 모험
|
|
|
|
|
지면 괴로운 것이 승부. 이기면 기쁘고 져도 즐겁다지만 그건 우리 보통 사람들이 할 바 어려운 것. 연달아 지면 아무리 성인군자라 해도 얼굴에 불쾌한 기색을 감추기 어렵다. 그렇지만 계속 이기면 이기는 입장에서도 거북한 것이 승부. 상대가 선배거나 직장 상사라면 더욱 그러하다.
자, 그런데 만약에 상대에게 져주자고 마음 먹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이길 수 있는 바둑을 져준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역전시키는 것보다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대가 지나치게 승부에 탐닉한다면 양보가 때로는 필요할 수도 있다. 굳이 바둑 한 판으로 감정까지 상해서야 되겠는가.
바로 그 때, 내 아는 분은 이랬다 한다. 자신은 실리 바둑인데, 져주어야 할 대국이라면 세력 바둑을 둔다는 것이다. 실리에 익숙한 사람이면 세력에는 서툰 것이 보통. 자연스레 승부는 상대가 가져간다. 서로가 기분 좋게 된다. 일부러 지면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하느냐고? 하하. 사실, 상대가 약간 양보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도 이기면 유쾌하게 넘기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그건 그렇고, 얼마 전부터 내 바둑이 자꾸만 귀의 실리에 집착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분명히 대세점이 눈에 보이고 중앙의 두터움도 알겠는데, 내가 실제로 착점하는 것은 실리. 그것도 안으로 위축된 행마.
가만 생각하니,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하수(下手)는 두렵다. 정보가 부족하고 안목이 낮으니 지키고만 싶은 충동이 온다. 넓은 중앙에서 불확실성을 즐기고 있는 상수(上手)와는 달리. 과연 내가 그렇다. 내 자신의 바둑에 대해서 요즘 자신감이 현저하게 떨어졌던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앞으로 나는 세력바둑을 즐기려고 한다. 중앙에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그러한 경험이 세상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나를 변화시킬 것을 믿으면서…. 행동이 변하면 마음도 변하는 것. 사람은 지적(知的) 노력보다 무분별한 습관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평범한 사실을 이겨내고 싶은 것이다.
기보는 1988년 이창호 2단(흑)이 스승 조훈현에게 처음으로 도전한 최고위전 1국. 흑1 흑3이 반상을 멀리도 내다보는 넉넉한 태도. 14세 소년도 저리 큰 안목으로 반상을 이해하는데!
|
|
|
|
|
|
|
|
|
|
|
|
.png){kind=lo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