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녀 교육

나의 양친은 그렇게 훌륭하신 분이 아니다. 인격적으로도 그렇고 사회적 성공이라는 관점으로도 그렇다. 그러나 나에게 잘못되라고 가르치신 적은 없다. 부친은 사람은 선해야 하고 남한테 손해를 끼치거나 남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늘 말씀하셨다. 초등학교 학벌인 전부인 모친은 이해력이 비교적 빠른 분이셨다. 형님이 대학시절 사고를 좀 쳤는데, 학점, 빵구, 서머스쿨 같은 용어를 이해하셨던 분이었다. 부친은 지금도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 이해 못하신다. 큰 형님은 부친한테 어지간히 얻어맞았는지 지금도 부친 공포증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나 같은 경우는 부모님으로부터 매를 맞아본 적이 없다.

대신 형님들의 압제가 심했다. 어지간히 사고뭉치였는지 곧잘 형님들 레이더망에 포착되곤 했다. 그렇다고 주먹에 발길질에 아무렇게나 맞아본 적 역시 없다. 우선 무릎 꿇고 앉아서 내가 한 일을 고백해야했다. 그러면 무엇이 잘못이라고 설명하고 인정하느냐 묻는다. 인정하면 그 벌로 회초리를 5대 맞는 것이다. 나도 어지간히 고집불통이었는지, 한방에 인정하고 얼른 맞고 일어서면 될 것을, 그렇지 않다고 항변한다. 내 생각은 이랬다고 하면, 그건 이러이러한 것이 잘못이다. 아니다. 이런 식의 공방이 진행되어서 보통 1~2시간은 걸린 것 같다. 그 어린 나이에 형님들을 어떻게 당하랴. 그 과정에서 엉뚱한 주장으로 웃음보까지 터진 적도 자주 있었다. 그러나 결국은 맞게 되고 혹시라도 자기변론과정에 거짓말한 정황이 포착되어 증명되면 5대 추가였다. 그러니 그 매에 감정이 섞이겠는가. 전혀 아프지도 않게 치지만, 나는 벌을 받는다는 자체에 자존심이 상해 곧잘 속상해했었다. 초등학교 때까지 그랬다. 중학교 이후부터는 형님들에게 야단은 맞았어도 매를 맞아본 적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기에 형님들 앞에서 숨소리조차 크게 내본 기억이 없다. 지금도 조신한다. 물론 형님들도 나를 막 대하는 법이 없고, 오히려 나이 들수록 어렵게 대하는 듯하다.

나는 밑으로 딸만을 넷이나 두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 딸만 갖게 되었다. 큰애가 스물다섯 그 밑이 스물셋, 셋째가 열여덟 그리고 막내가 열세 살이다. 고백하건대 애를 만들겠다고 작정해서 낳은 아이들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생겨 나에게 커다란 선물로 온 애들이다. 한번은 딸만 있는 게 열이 받아 작정을 하고 한약도 먹고 식이요법도 해보고 한 적이 있었는데 자연유산이 되었다. 집사람과 장모님이 아들 팔자가 없는 모양이니 포기하라고 해서 그쳤다.

그러건 저러건 큰애를 처음 낳았을 때 집사람과 자녀교육에 대한 원칙을 세웠다. 엄친자모(嚴親慈母)로 하자. 그 원칙은 지금까지도 잘 이어지고 있다. 스물다섯이나 된 처녀에게 엄마가 “너! 아빠가 아시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이렇게 딸을 훈계한다고 생각해보자. 요즘 같은 시대에 개 풀 뜯어먹는 소리에 소가 배꼽 빠질 일이라고 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집은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또 하나는 밥상머리 교육이다. 편식을 못하게 했다. 왼손으로 집어 먹는 것을 금했다. 김치가 맵다고 안 먹으면 강제로 먹게 했다. 밥알 따위를 흘리면 혼을 내고 집어 먹게 했다. 젓가락을 쥐는 모습이 흉하면 자꾸 지적해서 예쁜 모양이 되도록 했다. 덜그덕 소리가 나면 야단쳤다. 후루룩 쩝쩝 소리가 나면 역시 한마디 했다. 지금도 우리 집에서는 라면을 먹던 국수를 먹던 조용하다. 식탐을 못하게 했다. 고기나 회 등을 먹을 때 딱 한 점씩만 쌈에 싸서 먹게 했다. 두 개 세 개 겹치면 불호령이었다. 마지막 남은 한 점을 못 먹게 했다. 어른이 숟가락 잡기 전에는 그 앞에서 군침만 흘려야 했다. 어른이 젓가락을 내려놓지 않는 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법이라고 강조하고 자리에 머무르게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식사할 때는 음식을 떼어서 밥 위에 혹은 숟가락 위에 놓아드림으로써 어른 시중드는 법을 손수 시범 보였다. 피자나 빵 따위로 식사를 대용하게 하지 않았다. 어쩌다 먹을 일이 있어도 그런 것은 언제나 식후의 디저트 정도로 먹게 했다. 찬밥을 못 먹게 했다. 항상 따뜻한 밥과 뜨끈한 국물과 찌개와 김치가 없는 밥상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혼자 밥을 먹는 일이 없게 했다. 또 가급적이면 제 때에 함께 먹도록 했다. 급하다고 혼자 대충 먹고 학교에 간 날은 그 날 저녁때 한 소리 해주었다. 밖에서 밥 먹고 들어와서는 집안 식구에게 식사는 어떻게 하셨냐고 묻지 않고 자기 방에 들어가면 불러내서 훈계했다.

훈계의 내용은 애들도 다 외울 정도다. 소위 「한솥밥 식구」론이다. 예전에 우리 조상들은 식구들이 먹는 밥은 반드시 한 솥에서 한 밥이었단다. 식객이 있는 경우는 다른 솥에서 한 밥으로 대접했다. 물론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다른 솥에서 한 밥을 주었다고 한다. 또 밥상내림이라고 해서 대강 집 어른과 식구들이 먹고 남은 밥상을 물려주면 비속들은 그것으로 식사를 했다고 한다. 밥상내림이야 현대에서 따르기는 어려울 일이겠으나 여하튼 밥상에서 또 밥 먹는 것과 관련해서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댔다.

그렇게 밥 먹다간 애들 체하겠고? 그게 어디 밥 먹는 시간이냐 고문이지. 밥이 넘어가는지 국이 넘어가는지 모르겠다고 할는지 모른다. 즐거워야할 식사시간이 절간 같겠다고 하겠다.  오죽해 우리 양친도 장모님도 애들이 어릴 때는, 너무 다그치지 말라고 할 정도였으니까. 물론 인정한다. 아마도 첫째와 둘째는 고생을 좀 했을 것 같다. 그러나 셋째 넷째는 자연스럽다. 저절로 다 알아가는 것이다. 또 우리 집 식사시간은 즐겁다. 웃음소리가 넘쳐나고 여러 가지 대화가 오간다. 맛있는 별식이 나오면 서로 양보하고 더 먹으라고 권한다. 같이 동참하지 못한 식구가 있으면 반드시 남겨서 나중에 먹게 한다. 보기에도 흐뭇한 광경이다. 어쩌다 할아버지와 같이 식사하면 노인네 기분이 말도 못한다. 술 따라 드려 안주 집어서 숟가락 위에 올려놔. 여간 좋으신 게 아닌가보다. 나 역시 당연히 그렇게 대접받으면서 식사한다. 다른 것과 관련된 사항들 예컨대 인사, 몸가짐 등 사소한 일상생활이 어떨 것인지는 상상에 맡긴다. 한 가지만 예를 들겠다. 백수인 내가 지금도 외출한다고 현관에 나서면 집사람부터 애들까지 방에 있다가도 다 현관 밖까지 나와서 배웅한다. 예외는 없다.

자식 자랑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물론 나 자신을 내세우려는 것도 아니다. 내가 어릴 때 배운 대로, 거기에 몇 가지 더 보태서 그대로 애들한테 행할 뿐이다. 나는 삼십대까지 다른 집도 다 그렇게 하는 줄 알았다. 애들도 다른 집 애들 역시 다 그렇게 잔소리 받고 커가는 줄 안 모양이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애들이 나한테 너무 심했다고 불평을 늘어놓지 않는다. 오히려 아빠의 그런 잔소리 때문인지 어디 가서 욕은 얻어먹지 않는다고 한다.

공부에 대해서는 밥상머리 교육과는 다르게 강요해 본 적이 없다. 집사람은 욕심이 있는지 피아노에 미술학원에 이것저것 시키고 싶어 해서 처음에는 다소간 의견의 차이는 있었다.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은 좋은데 자기가 좋아서 해보겠다고 하기 전에는 특별히 강요하지 말라는 것이 내 원칙이었다. 딱히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못하는 축도 아니다(솔직하게 말하면 기대에는 많이 못 미치지만). 성적을 잘 받아오면 칭찬해주었고 못한다고 야단치지 않았다. 그 대신 공부하는 방법이나 요령 등을 내 경험담 비슷하게 꾸며서 이야기 해주었다. 또 위인전이나 시중에 공부 좀 해서 이름 날렸다는 등의 자서전 같은 것이 있으면 구입해서 책상 위에 올려놨다. 읽든지 말든지 확인하지 않았다. 퀴즈 프로그램은 가급적 같이 보도록 노력했다.

그러나 틈틈이 독서는 하고 있냐고 물었다. 교과와는 다른 책을 가급적 많이 읽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무슨 책을 읽었냐 읽어보니 어떻더냐 하는 등의 이야기는 가급적 하지 않았다. 본인이 궁금해서 물어보면 이야기 해주지만 그게 아니면 굳이 말하지 않았다. 사다놓은 책을 읽은 것 같지 않으면 슬쩍 흥미를 유발할 만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래도 안 읽으면 마는 것이다. 물론 나 자신이 책을 읽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일부러 연출한 바는 없고, 늘 머리맡에 책을(하다못해 바둑 책이라도) 두고 있었고, 신문도 역시 그랬다. 그래도 애들은 아직 신문까지는 관심을 안 갖는 듯하다. 인터넷 시대니까 아마도 대충 찾아서 읽으리라 믿는다.

공부를 잘하면 좋으나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틈틈이 말해주었다. 공부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될 때 공부 때문에 못 하는 경우만 안 되면 그 것으로 족하다고 했다. 그러나 교양쯤에 해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양보를 잘 안했다. 그런 책 정도는 읽어봤어야 되는 거 아냐? 뭐 이런 식으로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유도했다.

요새는 막내하고 전쟁이다. 숙제 등을 대강 인터넷 지식검색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나는 백과사전을 주장한다. 그러나 백과사전을 찾아보지 않았다고 야단치지는 않는다. TV시청이나 인터넷 게임 내지 검색도 하라 하지마라 한 적이 없다. 다만 시간을 좀 쓰는 것 같은 기미가 보이면 “알아서 잘 하리라 믿지만, 적당히 좀 하지.”라든가 “뭐~ 하겠다는 것은 계획대로 잘 되고 있지?” 이런 정도로 끝낸다. 어느 날인가 셋째가 새벽에 인터넷을 한참 뒤지고 있었다. 학교 숙제로 독후감을 써야 해서 검색하고 있단다. 그날 불호령이 떨어졌다. 애가 기겁을 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용서를 빌었다. 결국 그 날 숙제를 못 냈다. 내가 독후감을 썼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보여줬다. 그 다음에 어떻게 했는지 묻지 않았다.

애들이 성장하면서 좀 답답하게 여겨질 때는 항의도 했었다. 거기에서도 원칙을 내세웠다.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는 양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나는 부끄러운 애비가 될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스무 살이 넘으면 잔소리 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공언해 왔고 지금도 그 원칙은 지켜지고 있다.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엄금한 것 중 하나가 종교를 갖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정치적 활동 또는 이념 등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 둘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았다. 외삼촌이 목사도 있고 해서 교회에 나오라고 어지간히 권한 모양이다. 이모하고 사촌하고 다 친하니 교회 나가면 안 되겠냐고 여러 번 졸랐지만 단호하게 금지시켰다. 장모님이 독실한 불교신자라 애들을 데리고 절에 자주 가셨다. 갈 때마다 여행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니 잘 놀고 오라고 했다. 그러나 종교적 기미가 보이면 단호하게 근절시켰다. 스무 살이 넘어서 본인이 결정한다면 나는 말리지 않는다. 철들어서 성인이 되어 자기의 판단으로 그렇게 하겠다는 것에 대해 이 애비는 절대로 뭐라 할 생각이 없다. 내가 그랬던 이유는 종교나 이념이나 맹목적인 것으로 흐를 우려가 있어서였다. 맹목적인 것만큼 사람의 정신체계도 망가뜨린다고 믿은 탓이다.

스무 살이 넘은 큰애와 둘째한테는 이런 것은 어떻겠느냐 저렇게 하면 어떨까 하는 식으로 의견을 묻거나 권고하는 형식이다. 딱 부러지게 이렇게 해라 마라 하지 않는다. 대신 경험담을 말해줄려고 노력한다. 애들은 또 잔소리냐고 기겁을 할 일인지 모르겠으나 아직까지 그렇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적이 없다. 가령 이런 식이다. 애들이 직장을 잡고 생활하면서 간혹 힘들어 하는 눈치가 보였다. 어느 날 같이 맥주를 한잔하면서 말했다. 리더십이라는 게 세 가지가 있는데 상사에 대한 리더십, 동료에 대한 리더십, 부하 직원에 대한 리더십이 그것이다. 어떤 것이 중요할까? 뭐 나름대로 이런 저런 이유를 들며 주장을 한다. 다 좋은 이야기인데 이 애비가 볼 때는 상사에 대한 리더십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직장생활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상사와의 알력으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상사에 대해 어떻게 하면 너의 의견을 관철시키느냐가 문제 아닌가? 그렇다면 상사를 잘 보필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등등. 아마도 애들이 더 경력이 쌓여져 밑에 직원들을 거느릴 때쯤이면 다른 말을 해줄 것 같다.

집사람과 결혼하면서 파마머리를 못하게 했다. 생머리를 주장했다. 애들도 역시 그랬다. 귀걸이나 이런 장신구 하는 것을 집사람도 딱히 즐기는 편이 아니라 그럭저럭 문제없이 넘어갔다. 문제는 사춘기 즈음 되었을 때 났다. 사촌들이 귀걸이를 한 것이 무척 부러워 보였나보다. 왜 우리는 하면 안 되냐고 난리가 난 것이다. 절대 안 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학생이 귀걸이를 하겠다고 귀에 구멍을 뚫다니 용납할 수 없다. 요즈음은 안 한 애들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하도 고집을 피우는 통에 그럭저럭 넘어갔다. 명절이 되어 형님 댁에 갔더니 그 다음날 형수부터 시작해서 집사람과 조카와 우리 집 애들까지 나한테 살랑살랑 거리면서 애교가 극에 달하는 것이다. 멋모르고 기분 좋다고 따라주는 술잔 넙죽넙죽 받아 마시고 있는데 취기가 좀 돌았다 싶었을 무렵 집사람과 애들이 다 귀를 보여주는 것이다. 단체로 뚫었다는 것이다. 기가 막혔는데 옆에 형님과 형수님이 계시니 뭐라고 야단을 칠 상황이 아니었다. 사촌들이 데리고 가서 해주었다는 것이다. 옆에서 형님이 한마디 거드신다. 애비야 그냥 인정해주어라. 내가 하라고 그렇게 했다. 그러시는 것이다. 이미 벌어진 일이고 형님도 옆에서 한 말씀 거드시니 뭐라 할 말이 없어 인정하고 말았다.

큰놈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안 되어 집사람이 나를 꼬드긴다. 염색을 하고 싶다는 데 한번 하게 해 주십시다. 처음에는 될 법한 일이냐고 고집을 피웠지만, 마누라가 속살대는 통에 안 넘어갈 수가 없었다. 지나치게 튀는 색은 안 된다는 것과 파마도 역시 안 된다는 조건으로 승낙했다. 뛸 듯이 기뻐하고 갈색으로 염색을 했지만 두서너 달 지나자 별로라고 느낀 모양이다. 다시 검정색으로 해야 되겠다는 것이다. 이제는 다 자연색의 긴 생머리를 하고 다닌다.

큰놈이 어느 큰 병원에 면접을 보고 떨어졌던 모양이다. 자기 인상이 좀 차갑게 보여서 떨어진 것 같다고 쌍꺼풀 수술을 하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만약 수술해서 헤살거리는 웃는 표정의 얼굴이 되면 좋은 일이나 만일 그 헤살거리는 얼굴로 품격이 떨어진다는 말을 들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며 반대했다. 외모도 중요하지만 아마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다행히 모 대학병원에 합격했다. 다연히 쌍꺼풀 수술소리는 쑥 들어갔다. 천만다행인 일이었다.

외모와 관련된 이야기가 조금 장황하게 되었지만, 몸이 아파서 칼을 대야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위적으로 몸을 어떻게 하는 것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대를 한다.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반대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몸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고 받아드린다면 자기 몸을 함부로 내둘리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물론 정절에 대한 교육이야 집사람이 따로 시키는 모양인데 애비된 자로서 거기까지 거론하기는 남사스럽지 않겠는가. 그러나 가끔 알아듣도록 강하게 강조는 한다.

요새는 언니들이 밑의 애들을 잡는 것 같다. 그래서 간혹 너무 심하게 다그치지 말라고 권한다. 물론 알아서 잘 하겠지만 이라는 말과 덧붙여서. 야단을 치더라고 웃는 얼굴과 사랑스러운 말로 하라고 권한다. 화안애어(和顔愛語)라고 하던가.

이상이 나의 자식 교육법이다. 소위 아버지의 권위가 서고, 아버지의 말이 먹히는 집안이 되게 된 것의 숨은 일등 공로자는 단연 집사람이다. 또한 엄마와 이 부족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잘 따라주는 애들이 고마울 뿐이다. 우리 집 가훈으로 글을 맺는다.

修本以誠 善而積德 (수본이성 선이적덕)

정성으로 근본을 닦고 착함으로 덕을 쌓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