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잎새에 쓰는 엽서 7

아침 방송,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라디오에서 우산을 꼭 지참하라며 염려해 주는

여자 아나운서의 봄비 같은 목소리

바람에 서걱거리는 포플라 초록 잎새와

벌과 나비에 수군대는 배나무 하얀 꽃들이

하늘을 보며 다이빙 준비를 하고 있었다

먼지에 덮여 잿빛 차 돼 버린 내 검정색 지프도

3주 전부터 샤워를 위한 몸풀기중이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내리지 않았다

버스 정거장 앞에

지하철역 입구 계단에

5천원짜리 우산 한아름 안은 우산장수 아저씨는

헛물을 켰다

내일 아침 방송에서

그 여편네는 얼마나 미안할까?

어쩌면 전혀 미안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봄비 같던 목소리가

걸걸하게 들릴 뿐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