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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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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채워주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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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채워주는 것들
프로들이 속해 있는 기사회는 매우 작은 집단이다. 인원이야 한 210명. 그나마 지난 10년간은 1년에 10명 가까이 프로를 배출했기에 이 정도 크기나마 되었다. 기사회는 매우 독특한 집단이다. 전문직이지만 자유직에 가깝고, 자유직이지만 예술 분야와는 달리 기사회에 속해 있지 않으면 활동에 제한을 받는다. 프로들의 활동 무대인 기전에 출전할 수 없는 것이다.
집단의 크기가 작아서인지 서로가 동질감을 갖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기쁨보다는 아쉬움을 나누는 편인데, 아마도 기쁨은 순간인 때문이겠다. 승부를 지향하는 젊은 기사들은 검토와 연구를 통해서 서로를 나누고, 사범들은 연구생 등 프로 지망생들의 공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눈다. 관전기나 책을 쓰는 기사는 그리 많지 않은데, 글은 바둑과는 다른 분야이기 때문이다.
세대에 대해서 하나 더 덧붙이자면, 승부에서 멀어진 40대는 승부보다도 생활과 활동 여건 등 현실에 대해서 공감대가 더욱 크다. 물론 20대도 현실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겠지만, 그래도 그들에게는 이상(理想)이 큰 무게로 잡혀 있을 것이다. 좌우간 상대의 아쉬움을 느끼고 서로가 돕는 것은 자연스럽다.
나도 도움을 가끔 받는다. 굳이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가벼운 대화 중에 문득 한 마디 해주곤 하는데 상당한 힘이 된다. 후배라면 이리 말한다. 문 사범님, 여기 이 장면을 칼럼 소재로 쓰면 어때요? 내가 하는 일이 관전기와 칼럼 정도이기에 나의 아쉬움을 알아주는 것이다.
그런 거 하나. 지난 5월 8일 김영삼 7단이 박영훈 9단과 서무상 6단의 왕위전 8강전에서 재료를 하나 주었다. 실전은 a를 두었는데 백1 이하의 수단이 숨겨져 있었다. 백5 이후 흑A는 곤란하다. 백B 이하 백F까지 흑이 망하는 것이다. 물론 패감은 백이 많다. 백3을 5에 두면 흑3으로 백이 실패하니 조심.
박영훈은 최근 여간 성적이 나쁜 게 아니다. 패국 중에는 반집, 1집반, 2집반 등, 매우 아슬아슬한 차이가 많다. 그저, 이런 때를 빌어서 격려나 할까. 바둑에도 리듬이 있으니, 잘 안 될 때는 잘 안 된다. 그런 말로 격려나 할까. 김 7단에게는 점심을 살까, 한잔을 할까. 아니지, 그 날, “감사!” 했으니까 그것으로 족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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