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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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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의 승부 - 첫걸음을 디딜 때 - 자화상이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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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11월 1일) - 5년간의 승부 - 첫걸음을 디딜 때 - 자화상이 있었는가
낮 12시 23분.
가을이 어느덧 이슷하다. 돌아보기 좋은 때다.
해가 중천에 높이 떠오르지 않았으니 그건 좋다. 구름이 가렸구나. 지나치게 밝은 해는 눈을 부시게 한다.
1983년 12월.
내 입단할 시절은 바둑계에 새로운 희망이 불어넣어지고 있을 때였다.
9월에는 대우 그룹의 金宇中 씨가 한국기원 제2대 총재로, 12월에는 제9대 이사장에 徐廷覺씨가 취임했었다. 그리고 기사들의 현실적인 생활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이 강구되고 있었다.
아마시절 일기에서도 밝힌 바 있었지만,
바둑계는 1970년대 중반에 들어와서 비약적인 바둑 인구의 확산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 확산을 바탕으로, 프로바둑계의 수준을 높이려는 계획이 한국기원의 주도로 이루어졌는데, 연구생 제도의 확립은 그 가장 뚜렷한 성과로 남는 것이라 하겠다.
내 입단한 지 얼마 안 있어, 월간바둑 멤버쉽제도와 기사 활동의 기업체 연계 등도 추진되었으니, 나는 프로 생활을 운 좋게 시작한 경우가 되겠다.
문학 동네나 음악계, 미술계 등 예술 방면에서 개인들이 여유 있는 삶을 취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들었다. 본래 그 세계라는 것이 넉넉하면 창조력이 발현되기가 쉽지 않은 속성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 얼마 전 들었다. 시인 나희덕 씨가 시집을 출간했다고. 대학에 자리 잡은 시인으로서는 드문 일이라고. 나도 그 분의 시를 좋아하기에, 참 유쾌한 뉴스로 받았다.
나는 프로가 되어서 무엇이 되려고 했을까.
프로가 무엇인지 미처 확립되지 않았던 시기에 바둑의 프로가 되려고 작심했고,
굳은 마음도 부족한 상태에서 요행히도 입단했기에, 나의 프로는 무엇이 되려고 한 것일까.
그것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하나의 사회적 끈을 잡게 되었다는 점은 분명했다.
기댈 사회적 언덕이 하나 생긴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 개인의 삶에서 힘이 된다.
그 후 2005년 11월의 첫째날인 지금까지 지낸 시간이 23년.
나는 프로로써 생활해왔다. 언제나 옆으로 비껴서서 바라보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프로의 의무를 무책임하게 버린 적은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프로의 의무란 무엇일까.
자존심을 버리지 않는 것을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입단할 때, 나에게 자존심이란 것이 생겼던가?
아마도 생겼을 것이다. 그 이전까지는 없었다 할지라도 입단한 순간, 나에게 새로운 사회적 책임과 권리가 생겼을 것이다. 그것이 인식되었을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니,
내가 프로라는 그 인식이, 나로 하여금 사회로부터 그리 멀리 떨어져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던 끈이었다.
나는 어느 하나에 집중할 수는 있어도, 어느 하나에 나 자신을 던질 수는 없는 그런 타입이었다. 누구만큼이나 놀기도 좋아하며, 또 술로써 나 자신을 버릴 수도 있는 타입이지만, 그래서 우리 부모님이 형제가 언제나 걱정했지만.
어느 하나에 나를 던지지 않는다?
그렇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일어서는 이유다. 넘어서는 일도 있었지만.
아마도 몰락하려는 충동과 거부하려는 충동이 둘 다 매우 강할지도 모르겠다.
그를 위한 간편한 방식 하나는 너무 멀리 나아가지 않는 것이다. 그럴 것이다.
그러나 막 입단했을 때는 내가 그 점을 몰랐으리라는 것이 분명하다.
공부도 바둑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를 취할 때까지는. 그런 어정쩡한 상황은 물론 오래지 않아서 나에게 다가왔다. 다가온 것이지, 내가 억지로 잡아낸 것은 아닌 듯하다.
입단의 기억보다 입단 후의 기억이 더욱 나를 붙잡는다.
입단은 망설이는 대상을 하나 더 분명하게 제시해 준 것이었다.
그러나 세상이 무엇인지 모르는 청년 하나가 무엇을 자신의 기본으로 삼아야 하는가? 자화상이 미리 그려지는가?
아쉽게도 나에게 그런 자화상은 없었다. 이제는 약간 그려질 듯도 하긴 한데…. 아직 없다.
누구나 그렇게 살아가는 것일까.
누구나 그리 살아가는데 뭔가 하나를 잡으려고 내가 쓸데없이 노력하는 걸까.
바둑은 오늘날 자화상의 부재 不在로, 미래에의 자신을 그리지 못하는 관계로 어려운 전환점에 처해있다.
그러므로 이제야말로 나에게 자화상의 질문이 던져지는 것도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다.
늦은 것일까.
아니면, 그래도 빠른 것일까.
이제부터 내 초기의 자화상, 그런 것이 있는지 찾아보겠다.
오후 1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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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를 잘읽고 있습니다. 계속 좋은글 부탁드려요.서점에 가서 선생님의 신간을 구입해서 읽고싶다는 생각이 많이드네요.좋은글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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