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이미 지났건만 아직도 모기가 남아있습니다. 자다가 가려워 깼더니 세 군데나 물려있습니다. 시간을 보니 대강 세시가 넘었습니다. 젊을 때는 모기에게 물리고 가려우면 짜증이 났었는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불현듯 모기에게 너그러워진 자신을 발견합니다. 모기도 먹고 살아야 하니.

어제 하루는 착잡한 날이었습니다. 병원에 가서 의료과실이 아니냐고 따져야했기 때문이지요. 당신의 과실로 이러한 피해를 입었으니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야 되는 것 아니냐 하는 식의 것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탓입니다. 그러나 나의 일이 아니고 부친의 일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따라 나서서 일의 선후와 책임을 따지기는 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괴로운 하루였습니다.

저희 아버님은 올해 여든다섯 입니다. 건강하십니다. 일년 반 전 어머님을 저 세상에 먼저 보냈습니다. 그동안 시골에서 밭일로 소일하시며 혼자 생활해오셨습니다. 반년 전 저희 집에 오신다고 버스를 타셨는데 급출발 하는 바람에 버스 안에서 넘어지셨습니다. 병원을 가서 정밀검사를 하니 고관절에 금이 갔다고 하더군요. 성공적으로 수술이 이루어졌습니다. 수술 후 문제가 발생한 거죠.

간호사가 링겔을 놓는다며 혈관을 찾다가 아마도 신경을 건드린 모양인가 봅니다. 오른손의 감각이상을 자꾸 호소하셨는데 이제는 오른손에 힘이 가지 않으신다는 겁니다. 오른손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으니 혼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힘들게 되었습니다. 이번 명절 때 강력하게 주장을 하시더군요. 양노원에 가시겠다는 겁니다.

가정사를 논하기는 곤란한 일이나 아들이 셋입니다만 누구도 아버님을 모시길 꺼려하는 상황이 되어있습니다. 위의 형님 두 분은 경제적 여건은 되지만 다른 이유로 모실 수 없다고 합니다. 제가 모셔야 하는데 망가진 자식이 되어 놓으니 모실 공간이 없습니다. 괴롭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내키지 않는 마음을 뒤로 두고 여기저기 요양원과 양노원 자료를 검색했습니다. 강화도가 고향이라 강화에 있는 것을 중심으로 검색하고 대략 두 군데 후보지를 선정했습니다.

오늘은 아버님을 모시고 두 군데를 둘러볼 계획입니다. 사전 답사를 하고 어느 것이든 결정을 하시게 하려는 것이지요. 강화를 갈 때는 늘 설레는 마음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떠났지만 저의 고향이었기에 언제 가도 푸근하고 신선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습니다만 오늘은 마음이 무겁군요. 흥이 나질 않습니다.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시설이 꽤 괜찮다는 것입니다. 카톨릭 재단 산하인데 가서 봐야 알겠지만 일단 인터넷상으로 자료를 보시더니 아버님도 만족해하시는 듯 합니다. 작년에 홀로 되시고 나서부터 고집이 더 세어지시고 노여움과 외로움을 많이 타셨습니다. 비슷한 연령의 말벗이 함께할 수 있다는 환경도 정신건강상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불효자의 마음을 조금은 위로하는 듯 합니다.

어떻게 보면 현대판 고려장입니다. 친구 어머님이 파킨슨병을 앓고 계서서 요양병원에 모셨습니다. 몇 차례 병문안을 갔었지요. 말이 좋아 요양병원이지 저승 문턱이더군요. 아주 충격적이었습니다. 제가 형님들에게 고집을 피웠습니다. 요양원은 안 된다. 실버타운으로 모셔야한다. 다행이 주장이 먹혔습니다.

그러건 저러건 오늘도 어제에 이어 착잡한 하루를 보내야만 할 것 같습니다. 답사하는 곳이 아버님 마음에 들기만 바랄 뿐입니다. 여생을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수녀님들의 인도를 통해서 신앙적으로도 깊어지실 수 있는 기회라는 것 역시 불효자의 마음을 다소는 완화시키는 듯 합니다.

어떻게 삶을 마감해야 하는 것이지....

▲아버님의 남은 여생이 지리산 단풍같이 아름답기를 바랍니다만...(디카방 나무나루님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