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 아우 타살

어릴 때부터 성경을 읽으면서 이해되지 않는 부문들이 꽤 있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들은 그대로였다. 여러 가지로 해석을 가하지만 무엇 하나 속 시원한 것이 없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자의적으로 각 교파가 자신들의 도그마에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대부분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장면 중 하나가 카인과 아벨에 관한 것이다. 창세기에 언급된 인간 창조의 이야기를 문자적으로 이해하고 추론하면 아담과 하와는 배꼽이 없을 것이다. 인간 태를 통하지 않고 흙으로 빚어졌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반면 하느님이 배꼽모양도 아로새겨 넣었으리라는 생각도 한다. 여하튼 하와가 하느님의 저주대로 잉태의 고통을 감수하며(출산의 고통이 아니다) 수고하여 낳은 첫 자식이 카인이었다. 즉 우리와 같은 정상적인 탄생과정을 겪은 첫 번째 인간이 카인이라는 것이다.

히브리 말로는 ‘얻었다’라는 뜻이라는데 아담과 하와는 기뻤던 모양이다. 얼마 안 있어 그 아우 아벨이 태어났다. 카인은 농사꾼이 되었고 아벨은 목축하는 자가 되었다. 둘이 하느님에게 제물을 드렸는데 아벨의 것만 열납하였다. 무슨 특별한 이유도 없다. 카인은 땅의 소산을 아벨은 양의 첫 새끼와 기름을 드렸다는 말밖에 없다. 우리가 흔히 들어온 바 카인은 식물 중 형편없는 것을 아벨은 기르는 양 중 제일 좋은 놈으로 골라서 올린 것이 아니다.

입장 바꾸어 생각해 보자. 기분이 좋을 까닭이 있는가. 창세기 말대로 상상해보면 적막강산에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제 둘 이상 네 명만 달랑 살아가는데 누구 것은 받고 누구 것은 받지 않는다는 말인가. 4장 7절에 죄가 문에 엎드린다느니 죄를 다스리라는 말이 씌여져 있지만 달랑 네 명이 살아가면서 무슨 죄악을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일반적으로 죄는 사회라는 유기체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아무튼 열 받은 카인은 아벨을 쳐죽였다. 돌로 내려친 것도 아니다. 무기를 사용한 것도 아닌 듯싶다. 주먹질이었던 것 같다.

아우 살해 이후

그런데 그 처리과정이 정말 이상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살인죄는 사형 아닌가? 카인은 두려움에 떨었고 유리(떠돌아 다님)하다 만나는 사람이 자기를 죽이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런데 하느님은 비록 저주를 했지만 오히려 그에게 표를 주고 카인을 죽이는 자는 벌을 칠 배나 받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보통 카인의 표식이 그의 이마에 새겨진 것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성경에는 단순히 표를 주었다는 것이다.

우선은 용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왜 벌하지 않았으며, 그를 해하는 자에게는 일곱 배의 벌을 준다고 하니 일곱 번 죽인다는 말도 아닐 것이고 대체 어떤 형량을 기준으로 일곱 배인지 그 기준이 없다. 왜 카인을 보호하려 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또 재미있는 것은 적막강산에 달랑 네 명만 살아가는 중에 다른 사람이 죽일까봐 걱정한다는 것도 도통 이해 못할 일이다.

아무튼 카인은 그 사건으로 악의 상징이 되었다. 그에게 주어진 표는 이마의 표식으로 와전되어 포악한 자 내지는 횡포자의 아이콘으로 부상된 것이다. 아우를 죽인 것이야 잘못된 것이지만 거의 육천년에 걸쳐 악의 화신쯤으로 치부되는 것은 정말 가혹한 저주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그 이후 카인의 후손에 관한 내용이 5장에 나온다. 후손 아다는 육축 치는 자의 조상이 되었고, 유발은 수금과 퉁소를 잡는 자의 조상이 되었으며, 두발가인은 동철로 날카로운 기계를 만드는 자였다는 것이다. 농사야 원래 카인이 농사꾼이었으니 이렇다면 인류문명의 제반 요소를 카인과 그 후손들이 발전시켰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요지에서는 벗어나나 잠시 곁길로 빠지자. 이에 대한 여현의 해석은 이렇다. 아마도 이스라엘(셈) 족속의 원 조상은 유목민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농사를 짓고 정착 생활을 하는 카인 족속에게 밀려 유랑의 길을 떠난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아벨을 자신들의 원류로 인정하고 그의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모티브를 채택해서 자신들을 유랑으로 몰아낸 선진 문명 세력 - 카인의 무리을 저주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들의 문명은 부인하기 어려우므로 어쩔 수 없이 기술했지만 거기에도 함정은 많다. 궁금하신 분은 창세기 4장을 읽어보시길...

타락한 천사 그리고 네피림

자. 그러건 저러건 카인과 아벨을 한꺼번에 잃은 아담 부부는 다시 셋이라는 아들을 얻는다. 그리고 그의 계보가 쭉 나열된다. 그리고 노아에 이른다. 이때 묘한 사건이 발생한다. 소위 하느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그녀들을 아내로 삼는 것이었다. 이상은 창세기 6장에 나오는 바 하느님의 아들들이란 천사를 말하는 것이다. 타락한 천사라고 해야 옳은 것이지 모르겠다.

약간 이상한 것은 천사는 여성이 없느냐 하는 것이다. 사람의 딸을 아내로 삼았다면 타락한 천사는 남성적이라는 말이 아니겠는가. 아담 창조 설화부터 여기까지 읽어보면 유태 사회는 부계적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보통은 문명이 오래되면 모계적 성향이 많다고 하는데. 여하튼 그 타락한 천사들과 인간 여자들의 사이에 자식들이 탄생하니 그들을 네피림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용사이며 고대의 유명한 사람이었다는 말도 덧붙여진다. 아울러 하느님이 홍수를 결정하게 된 근본 이유가 사람의 죄악이라고는 하지만 아마도 이 네피림이라는 희한한 족속들 때문이었으리라는 것도 쉽게 추정할 수 있다.

해서 그 유명한 노아의 홍수로 모든 인류가 노아 가족만 빼고는 다 멸절되었다는 것인데, 여기서 당혹스러운 이야기가 한참 건너 뛰어 제시되니 이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네피림의 후손

민수기 13장 33절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거기서 또 네피림의 후손 아낙 자손 대장부들을 보았나니 우리는 스스로 보기에도 메뚜기 같으니 그들의 보기에도 그와 같았을 것이니라’ 대뜸 이런 이야기를 하니 성경에 관심 없는 분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 여겨 부언을 하자면 이렇게 된 사연이다.

모세가 바로의 박해에도 불구하고 열 가지 이적을 행하며 결국 엑소도스를 단행하여 홍해를 건너 그들 조상의 땅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 바로 인근에 도착했다.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에 앞서 정탐꾼을 미리 보냈다. 그런데 그 정탐꾼들이 가나안 땅에 가서 보니 그 땅의 주민들의 모습이 저와 같았다는 것이다. 덩치가 저렇게 큰 거인들이 있었다는 것과 또 그 땅에서 나는 포도는 장정 둘이 포도 한송이를 막대기로 꿰어 멜 정도로 엄청난 크기였다고 기록되어 있다(민수기 13장 23절).

거 참 이상하고 기이한 일이다 하면 그 뿐이겠으니 조금 더 음미를 하면 그 기괴함이 극에 달하게 된다. 홍수로 세상 모든 생명체를 멸절시켰다고 했는데 느닷없이 네피림의 후손을 거론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네피림은 그 당시 멸절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 홍수는 어떻게 된 것인가? 결국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아마도 홍수는 국지적이었을 것이다. 그 셈족속이 관할하는 영토가 홍수로 인하여 대단한 수해를 입어 거의 모든 생명이 멸절된 것이리라. 그러나 다른 지역은 무사했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네피림의 후손이 생존할 수 있으랴.

고대의 용사

게다가 창세기부터 신명기까지 모세오경은 말 그대로 모세가 썼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학자들의 견해이고 보니 이 또한 생각할수록 괴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모순된 기록을 남기다니. 그러건 저러건 내가 네피림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들이 고대의 용사라는 것이다. 아마도 헤라클레스 같은 영웅들을 일컫는 것이리라.

다윗과 골리앗의 설화로 유명한 골리앗도 모르기는 모르되 네피림의 후손인 아낙족의 유전자를 이어받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 고대 용사 내지는 영웅이라는 자들의 행태는 초법적이었다. 자신의 용력을 믿고 사람 목숨 알기를 파리 그것쯤으로 여긴 것 같다. 카인에게 덧씌워진 범죄자의 이미지가 후대에는 소위 영웅이라는 칭호와 이미지로 변질되었으나 그들의 초법적 폭력성이라든가 횡포는 이루 말을 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던 것이리라.

이런 글을 쓰는 이유

이렇게 장황하게 글을 쓰는 이유는 이런 것이다. 요즈음 오로광장에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천사같이 착하신 죽시사라는, 많은 기우들로부터 사랑 받았던 분이 절필을 선언하고 오로를 떠난다고 외친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이유도 그렇거니와 그 계기가 되었던 사건부터 목격했던 나로서는 가슴 아프기 그지없고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들 사이버 폭력자들은 처음에는 천사와 같은 모습으로 접근하고는 나중에는 자신이 카인의 표지를 가지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떠들 뿐만이 아니라 고대 용사들의 용맹성과 흉포성을 본 받아 칼과 창이 아닌 글이라는 무기를 함부로 휘둘러 대는 것이다. 대개 무력을 쓰는 자는 단순한 성향을 갖는다. 그런데 글의 폭력을 휘두르는 자는 교활하기 이를 데 없는 것 같다. 그 배움과 앎이 그 자신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그릇된 길로 인도하고 심리적인 폐해를 주게 되니, 그들이야 말로 타락한 천사요 네피림이요 아낙의 후손되는 자로서 다른 바티즌들을 메뚜기 정도쯤으로 치부하는 듯 하여 이런 글을 쓰는 것이다. 현대판 카인의 표지를 보는 것 같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