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안시와 해라구를 잊는 길이 4,176 m 에 달하는 이랑산 터널은 해발 2,200 m 고 지대
터널 중 세계 최장이라고 소개 되었다. 이랑산 터널 입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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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시대의 상가를 재현 해 놓은 금리거리 )
제 2 일 ( 2 월 12 일 - 화요일 ), - 금리 거리, 아안, 차마고도, 해라구,
1호 영지 " 공갈신탕"
무후사 관광을 마치고 다시 버스에 오르자, 가이드가 마이크를 잡는다.
" 앞으로 화장실 다녀오실 기회를 자주 드릴텐데, " 화장실 " 이란 용어 대신에
노래방 " 이란 용어를 쓰겠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화장실에 가면 흥얼 거리길
잘 합니다. 그래서 화장실 간다면, 노래 하러 간다고 합니다 "
일행 중에 누군가가 짖 굳게 묻는다.
" 주로 어떤 노래들을 부르나요 ?"
" 북 쪽 길림, 영변에서는 한국 노래가 꽤 인기가 있어서 많이 불리고 있어요
중국 사람들도 한국 노래를 번역해서 곧 잘 부릅니다. 길림, 영변에서 조선족
들이 한국에 돈 벌러 많이 가지 않았습니까? 돈들을 많이 벌어와서 노래 방도
많이 생겼습니다. 노래 방 이용료도 많이 쌉니다. 20 - 30 위안( \3,000 -
\4,500 원) 이면 몇 시간이고 놀 수 있어요. 노래방에 가면 한국에서 출반 된
최신 가요도 얼마던지 있답니다. "
두 번째 관광 목적지는 " 금리거리" . 삼국 시대의 거리 모습을 재현 해 놓은 상가다.
V 자 형으로 된 거리는 폭이 5 m 정도, 길이가 약 100 m 인 골목 길로 한 쪽은 먹거리
다른 한 쪽은 풍물거리로 우리 나라의 좁은 재래 시장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상점과 상점 사이를 요란하게 장식한 울긋 불긋 중국인 특유의 치장물만이 다를 뿐이다.
금리란 이름은 이 지방에서 잡히는 금 빛 나는 물고기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란다.
전용 버스로 2 시간만에 도착한 곳이 차마고도의 시발점인 아안시 ( 雅安市 ). 인구 약
1 백 5십 만명에 달 하는 도시이나 붐비지 않고 조용하다. " 천전, 이랑산 호텔 " 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 지역은 해발 600 M.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공기가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씻어 준다.
일행은 다시 흔들리는 버스에 피곤한 몸을 맞긴 채, " 험난하고도 불가사의한 행로"
라고 소개 되었던 차마고도 (茶馬高度) 를 3 시간 30 분 동안 주행했다. 최근, KBS
에서도 차마고도를 소개한 바 있다. 오르막 산길은 2 차선 도로로 두 대의 차가 겨우
엇 비껴 갈 수 있을 정도로 협소하다. 버스가 구비를 돌 때마다 경적을 울린다.
차마고도 초입에 들어 섰을 때 가는 눈발이 휘날리더니 삽시간에 온 천지가 하얀 눈
꽃으로 뒤 덮힌다. 버스는 잠시 체인을 끼우기 위하여 길가에 멈첬다가 다시 전진한다.
산정이 않 보이는 깍아 지른 산 허리를 S 자를 수도 없이 그려가며 굴러가는 버스도
많이 지친 모양이다. 해발 2,400 M 에 이르기 까지 세번을 쉬어 간다. 이랑산 터널
입구에서 체인을 벗기 위하여 버스가 잠시 정체했다. 동시에 " 노래 방 " 가는 시간
20 분이 주어졌다.
( 이란산 터널 입구 )
성도에서 출발 할 때는 눈을 보지 못 했으나, 아안시를 거쳐 차마고도 입구에 들어서자
산자락에 눈 가락이 보이더니, 해발 800 M 지점에 이르러 온 천지가 하얗게 눈 옷을
입었다. 중도에 차가 많이 밀렸다. 눈길이 점차 두꺼워 지자 모두들 체인을 감느라고
정차를 한 것이다. 오르고 내리는 차들의 체인을 감아 주고 풀어 주는 것을 업으로 하는
조직적인 오토바이 부대가 있다.
이들은 눈발이 두꺼워지는 지점에 대기하고 있다가, 올라오는 차량에게 체인을 감아
주고 20 위안 ( 약 3,000 ,원 )을 받는다. 해발 2,260 M 지점인 이랑산 터널 입구까지
오면 대기 해 있던 다른 오토바이 요원이 체인을 회수한다. 이랑산 터널을 지나면 눈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가이드의 말로는 이 지역에 눈이 온 것은 4 년 만이고 이처럼 대설이 내린 것은 14 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서울에서 들었던 " 중국 중서부의 대형 눈 사태 " 의 현장, 우리
일행은 바로 그 현장에 서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우려 했던 눈 사태는 까맣게 잊고,
자연이 내려 준 엄청 난 경관에 정신없이 빠져 들고 있다.
' 세상에 이런 경관이 또 있을까? "
카메라의 촬영은 일단 뒤로 미룬다. 눈 앞에 전개 된 경관에 탄성을 지르며 이 쪽에서
저 끝까지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천천히 음미 해 나간다. 건너 편 하늘 높이
치 솟은 산 봉우리, 굽이굽이 겹쳐 보이는 산 자락, 어떤 것은 급격하게 깍아 내린
절벽이고, 어떤 것은 부인의 치마 자락처럼 곱게 흘러 내려 계곡 지면에 닿아 있다.
까맣게 내려다 보이는 계곡, 계곡을 타고 다시 올라가는 산 자락, 그 모든 것을 덮어
버린 하얀 눈 꽃, 시각에 따라 눈의 색갈도 여러가지 색갈로 변한다. 멀리 보이는 높은
산 정상은 눈 발에 가린 것인지 구름에 둘러 싸인 것인지, 하늘 끝에 닿아 형체를 알아
볼 수 조차 없다. 또 가까이 보이는 비탈 길의 나무 가지는 수북이 쌓인 눈의 무게로
굵은 가지가 금방아라도 떨어져 나갈 듯 휘어져 있다.
" 정말 오기를 잘 했다. 언제 이런 장관을 내 생전에 다시 볼 수 있으랴? "
환희와 기쁨이 전신을 감싸고 돈다. 이 경관에 도취되어 있는 것은 나 뿐만이 아니다.
모두가 절경에 도취되어 감탄사를 연발한다. 표현도 여러가지다. 곧 이어 카메라의
셧터 소리가 여기 저기에서 들린다.
" 정말, 정말, 아름다워!. 여기 오기를 잘 했어!"
" 너무나 멋져! 내 생전 이런 장관 처음 봐!"
" 한국의 산은 동산에 지나지 않아!, "
누군가 깊은 신음소리를 낸다.
아름다운 경관과는 별도로 곤혹 스러웠던 경험담도 털어 놓아야겠다. 이랑산 입구에
있는 공동 화장실은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게 지어진 건물이었으나, 바닥을 매끄러운
타일로 깔아 놓아 여러 사람이 곤욕을 치렀다. 바닥이 얼어 붙어 많은 사람들이
미끄러져 나 딩그는 사태가 발생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벌벌 기어 다니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하루에도 수 천명이 사용하는 화장실인데 흙이라도 갖다 뿌리던가, 아니면 가마니라도
갖다 엎어 놓으면 그많은 사람들이 마음 조리지 않고 편하게 사용 할 수있을 터인데,
누구 하나 신경 쓰는 사람이 없다. 경비 초서와 관리 사무소가 코 앞에 있는데도 말이다.
화장실 다녀 오는 사람마다 한 마디씩 한다.
" 공산주의 국가는 어디가 달라도 다르군!, 올림픽이나 제대로 치룰 수 있을까?"
이랑산터널 ( 二郞山隨道) 은 길이가 4,176 M 이다. 해발 2,200 M 이상 되는 고지대
터널로는 세계 최장 터널이라고 한다. 비교적 넓은 2 차선 도로로 내부 조명 시설이
잘 되어 있어 깨끗 해 보인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이랑산 터널을 경계로 터널 전과 터널 후의 기후가 완전히
상반 된다고 한다. 터널 전이 흐리고, 비나 눈이 오면, 터널 후는 반대로 하늘이 맑고
바람만 잔잔한 쾌청한 날이 된다고 한다.
일년 중 대부분 터널전 쪽이 짖꾸준 날이 많이 계속 된다고 하는데 이는 주위에
해발 7,556 M 의 공갈신산 ( 貢喝神山 ) 을 비롯하여 해발 4,000 M - 6,000 M 에
이르는 고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어 성도에서 불어오는 비 구름이 산맥을 넘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아 터널 전 쪽은 항상 찌프린 날씨에 비 나 눈이 오는 날이
많은데 비하여, 반대로 터널 후 쪽으로는 넘어 오는 비구름이 없어 항상 해가 뜨는
쾌청한 날이 되는 것이다.
이랑산 터널을 지나면 해라구 ( 海螺溝 ) 에 이르게 되는데, " 해라구 " 란 이름은
아안, 천전에 살던 조선족들이 항상 흐린 기후에 살다가 이랑산 터널을 넘으면
밝은 태양을 보게 되어 하늘을 가리키며 " 해라구! " 한 것이 계기가 되어 그런
지명을 얻게 되었다고 전한다. 과연 그날도 이랑산 터널을 넘자,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을 보게 되었다.
이랑산 터널을 지나니 올라 올 때와 마찬가지로 S 자 모양의 산 허리를 수도 없이
굽이 져 내려 간다. 내려 갈 때도 눈은 없지만 절경이다. 산 허리에 우뚝 선 절벽
S 자 굽이를 돌 때마다, 눈 앞에 문득 문득 다가서는 또 다른 산자락, 깊게 패인
계곡 등이 변화 무쌍한 절경을 만들어 내며, 지처 있는 나그네들의 지루함을
달래주고 있다.
버스 옆 좌석에 앉아 있는 아내가 갑자기 한 숨을 내 밷는다.
" . . . . . . ? ? ? ? "
" 갑자기, 웬 한숨이야? "
그 때가지도 아내가 창 밖에 전개되는 절경에 몰입되어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표정이 너무 심각하다. 빤히 쳐다보는 나의 시선에 아내가 힘없이 내 밷는다.
" 엊 저녁 호텔에 까만색 잠바를 놓고 나왔어! "
" 저런! 그래, 가이드한테 이야기 했나? "
" 가이드가 전화로 알아 보았는데, 없었다고 하드래요."
" 그 날 청소 당번과 듀티 매내져하고 직접 애기 해 보라고 하지 그랬어? "
" 가이드가 공안에 신고한다고 엄포도 놓고, 나름대로 애를 썼나봐요.
그런데도, 소용이 없더래요, 공안에 신고하면 자기네들도 적극 협조
하겠다고 그러드래요 "
외투용 까만 잠바는 아내가 무척 아끼는 옷이다. 작년 11 월 시애틀에 갔을 때
아우렛이 있는 명품점에서 고르고 골라서 산 것이다. 그것도 한번에 산 것이
아니다. 망서리다가 사흘만에 다시 가서 산 것이다. 그렇고 보니, 오후 내내
아내의 표정이 밝지 못 했었다. 애지 중지하던 옷을 잃어버려 마음이 쓰렸던
것이다.
" 잊어버려!, 좋은 구경 한 대가로 지불 했다고 생각 해! "
오후 6시 경 일행은 해라구 빙천 호텔 (海螺溝 氷川 飯店 )에 도착 하였다.
순서를 바꾸어 저녁 식사를 먼저 하기로 했다. 그 동안 서먹하게 지내던 다른
5 명과도 자연 스럽게 대화가 이루어져 가져온 음식들을 서로 나누어 먹을
정도가 되었고 가벼운 농담도 오고 갔다.
일행 중에 모녀 팀은 밑 반찬도 많이 준비 해, 식사 때마다 소주와 볶은 며루치
꼬추장, 김치, 내가 좋아 하는 나라쯔께 등을 내 놓아 중국 음식과 함께 식사를
즐겼다. 모녀는 전남 광주에서 왔으며, 딸은 방년 29세로 아름다운 미모에국악을
전공 한다고 했다. 일행들의 짖구준 농담이 곧 잘 건네 졌으나 수줍음을 타 잘 받아
내지를 못한다. 그러나 건네지는 술 잔만은 사양하지 않는다. 자연히 일행 중에
꽃이 된다. 그 녀의 창을 꼭 들어 보고 싶었으나 여행이 끝 날 때까지 그 기회는
좀 처럼 오지 않았다.
해라구 1 호 영지 " 공갈 신탕 (貢喝神湯 ) " 은 해발 1,580 M 지점에 있는 노천
천연 온천으로, 5 만 년전, 지각 변동으로 빙하가 녹아서 암석층으로 스며 들었던
물로 형성 된 고온의 온천이라고 소개 되었다.
30 여 종의 인체에 유익한 원소가 다량 함유 되어 있으며, 마실 수 있고 치료 효과도
있다고 했다. 이 지역에는 모두 29 개의 노천탕이 있다고 하였으나, 어둡고 너무 늦어
가까운 한 개 탕에서만 온천욕을 즐길 수 있었다. 탕 안은 넓었으나, 물 나오는 한
곳에서만 40 도 정도의 수온이 유지 될 뿐,조금만 벗어나도 낮은 온도로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한가지 특기 할 것은 중국에서 온천욕을 할 때는 남녀 불문하고 필히
수영복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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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李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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