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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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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프면 되레 정신은 맑아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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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은 어떠신지? 웬 뜬금없는 질문? 하하. 추석은 잘 보내셨는지? 지금 이 글 쓰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이, 추석의 여파가 아직도 남는 듯해서다. 몸과 마음에 녹아 있는 휴일의 잔재가 약간은 무겁다.
무거운 건 싫은 것. 그러기에 대국 날 기사들은 아침을 굶는 경우도 있다. 정신이 맑고 반상이 밝아 수가 잘 보이도록. 비록 아침을 거르면 탄수화물이 부족해 정신이 활발하지 못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런 기사 없지 않다.
지난 9월 말 왕시 5단의 토로가 생각난다. “아픈 몸을 이끌고 대국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닌 것 같다. 바둑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중국 천진에서 열린 2006 전국개인전 남자부에서 우승한 왕시가, 몸이 아픈 상태에서 대국한 것이 어렵지 않았느냐는 기자 인터뷰에 답한 것이다.
비슷한 경험인가. 1960년대 말 피곤하기 짝이 없을 명인도전기 이틀째, 해설장에서 조훈현의 스승 세꼬에 선생이 말했다. “몸이 아주 피곤한 상태인데 수가 잘 보여서 놀란 경험이 있다. 천리안이란 이런 것인가, 생각했다.”
과연 몸이 피곤하면 수가 잘 보이는 걸까? 바둑은 몸과 마음이 합해서 이뤄지는 게임. 그럴 리가 없으리. 재밌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22살의 기타니와 26살의 무라시마(흑), 두 대국자 모두 패배를 당한 적이 있다. 사흘에 걸쳐서 한 판을 마치는 1930년대에, 사흘째 접어들자 피곤한 나머지 두 대국자가 대국을 방기한 것이다. 노발대발한 기원과 애기가에 의해 판정은 양자패.
고통과 피곤을 구별할까. 컨디션은 시합에 매우 중요한 것. 굳이 피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저 바둑은 바로 그 대국. 저 백22까지가 첫날에 둔 모든 수순이다. 덤 없는 흑은 흑3 흑11 흑19, 단단하게 지킨다. 정말이지, 저리 두면 지치지 않는 것이 이상하겠다. 보기만 해도 질린다. 겨우 하루에!
어쨌든 몸이 피곤하거나 아프면, 생각이 하나로 집약될 여지가 높아질 수도 있을 듯하다. 생각은 수만 가지 갈래 속에서 헤매는 것. 마음을 모으기 위해서 때론 몸을 괴롭히는 수업도 한다 하지 않던가. 내 마음을 오롯이 잡는 것은 실로 쉽지 않은 것. 그래, 기사들의 소박한 경험은 대국시의 몸 컨디션 조절과 정신의 관계를 보여주는 일화(逸話), 그 이상인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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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time |
｜ 2006-11-20 오후 12:09: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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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역으로 몸이 너무 편하면 마음이 나태해진다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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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이라면 몸과 마음은 일치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요새 그러네요. 몸이 약해지니 어리석은 생각만 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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