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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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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형태에서 의미를 찾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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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 마음이 붙는다. 대상을 보면 심리가 흔들린다. 그것이 감정(感情). 시간이 지나면서 사물의 형태가 의미를 지닌다고 인식한다. 아름답고 추하다는 판단, 미추(美醜)의 구별은 그 하나. 그 다음엔? 의미와 형태는 서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관계에 대한 논리가 사고(思考)를 이룬다.
바둑에서 그런 예를 하나 찾아보면, 빈삼각을 들 수 있다. 기보의 흑2와 두 개의 흑돌(▲)이 빈삼각이다. a가 비어 있다. 바둑 발전의 초기에 빈삼각에 대한 의식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수준이 향상되면서 빈삼각 형태와 그 의미에 대해서 알게 된다. 빈삼각은 형태가 나빠 돌의 효율이 낮다고 이해한다.
그래서 고민이다. 빈삼각은 두지 말라 했는데 두어야 하나…. 내가 여기 빈삼각을 두면 질책받을 듯하다. 마치 누군가가 뒤에서 쳐다보고 있는 것만 같다. 바둑의 기초도 모른다고 나를 비웃으면 어떡하지? 누구나 한 때 그리고 아마도 아직까지 느끼는 불안이자 문제다.
다행히 이런 말도 있다. 형태에 구애받지 말아야 한다고. 그래야 고수(高手)가 될 수 있다고. 대마를 잡으러 갈 때는 여기 흑2처럼 빈삼각도 태연히 둘 수 있어야 한다고. 백A는 흑B 백C 흑D 백E 흑a로 그만. 왜 a가 아니라 흑2인가? 흑a도 좋지만 흑2가 프로에게는 더욱 간결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빈삼각은 비효율적인 형태지만 비효율적인 만큼 변화의 여지가 적다. 상대의 변화의 여지를 줄이는 것이야말로 대국자가 가져야 할 지침 아닌가.
프로들에게 빈삼각은 대단히 자연스러운 형태로 인식된다. 의외라고 할 정도다. 왜 그럴까. 프로들은 미추(美醜)에 대한 감각을 생래적으로 달리 타고 났을까. 아니다. 평상시 의식적으로 훈련을 했기 때문이다. 형태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그런 의식적인 훈련을 특별히 했던 것이다. 빈삼각을 담백하게 느껴야 한다고 자신을 일깨운 것이다. 그렇다. 실로 그리 느끼고 그리 맛본다.
모든 모양은 그 자체 선악의 기준을 갖고 있지 않다. 상황에 따라 나쁜 형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그 반대일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태어나 성장하며 세상 이해하는 과정은 그 자체 편견을 기르는 과정. 마찬가지로 바둑의 성장도 그 자체 편견을 기르는 과정. 편견이 없어야 한다는 그런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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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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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중요한 이유군요 잘 생각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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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