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와 네모, 심층에 자리 잡다(2)

III. 실례
 
한판의 바둑에서 얼마나 많은 세모꼴 네모꼴이 나오느냐?
그것은 세모와 네모를 보는 눈이 얼마나 깊은가에 달려 있다.

3도를 보자.

      3도(안정이란 무엇인가)

3도는 다까가와와 임해봉의 1967년 명인전 도전기에서 가져왔다.
돌의 리듬감이 아주 좋은 바둑이니 한 번 가볍게 손맛 느끼시면 좋겠다.

첫 번째 초점은 3-1도.

      3-1도(서로가 무난. 모양이 입체적)

실전 좌하귀 흑21.
만약 백22 끊어오는 것을 대비하고자 하면 3-1도가 적절하다.
이 경우 흑의 모양이 3각형 즉 세모, 백도 세모 또는 네모에 가까운 것을 알 수 있다.
당연히 안정적이다.

실전은 서로가 입체적인 형태를 갖고 있지 못한 것을 보여준다.
즉 서로 간에 불안정한 돌을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서로가 쫒고 쫒긴다.

3-2도는 그 점을 더욱 명확하게 보여준다.

      3-2도(부분 균형 그 핵심은 입체)

3-2도를 보자.
흑1부터 흑7까지 모두 한 마디 할 수 있는 자리, 착점이다.

먼저 흑1. 좁지만 백이 둔다면 근거, 즉 좌변에 네모난 집이 생긴다.
백2. 입체화된 집이 없으면 - 즉 쫒기는 형편이 되면 - 중앙으로 달아나야 한다. 
물론 돌의 형태는 입체가 아닌, 선분으로 이어진다.

흑3. 세모의 형태를 이룬다. 무엇과? 기보를 유심히 보시라. 마주하는 곳이기도 하다.
흑5. 백6과 흑7을 맞보는 자리다.

흑7을 두지 않으면? 즉 상변에 두면?
그러면 백이 즉시 7 자리에 둔다.
여기 실전의 흑 네모 입체는 무너지고 선분만 남는다.

백6을 7에 먼저 두면?
그러면 흑이 6 자리에 둔다.
그 경우 흑3 흑5와 함께 세모를 이루는 것을 확인하시라.

IV. 한칸이 중요한 행마 되는 이유
 
이제 우리는 반상이라는 자연에서 발견되고 찾아지는 경물(景物)을 인식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그 힘은 세모꼴과 네모꼴이 반상의 가장 핵심적인 형태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에서 온다.
이해하면, 그 힘은 얻은 것과 진배없다.

이제부터는 그 힘을 약간 더 구별해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그 힘을 보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1) 왜 중앙으로 한칸 뛰는 것이 바람직한가.

보았다. 왜 입체적 꼴이 유력한가. 정방형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앙으로 한칸 두칸이 유력하다.
물론 아래로 한칸 두칸도 때로 두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아래로 내려가면 발전이 없다.

세모와 네모, 라는 심층적인 형태 인식꼴에 기반하여
한칸은 그 활용도를 얻게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세모와 네모를
우리의 의식 저 밑바닥에 자리 잡은 상징의 원형으로도 보고 싶을 정도인데
이러면 심리학적으로나 인류학적으로 지나치게 나아가는 걸까.
그래도 세모와 네모가 한칸과 같은 선분의 형태보다 원초적인 구조를 이루는 것,
그것이 반상의 본질 아닐까. 그리 본다.

선분은 세모와 네모의 구성요소지만
세모와 네모는 그 스스로 전체성(全體性)을 이루는 그런 형태이기에 욕심 가져보는 것이다.

2) 공격은 상대의 돌을 선분으로 만들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이미 3각형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면, 그 의미는 이러하다. 집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즉, 안정적이고 안전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런 지침도 줄 수 있다.
2각형 - 물론 2각형이란 단어는 없다 - 즉 선분이면 불안정하니 세모꼴을 만들어라.
그러면 안정되리.
...
등등
오늘은 이만 하자.
이 정도로 충분하다.

4도를 마저 볼까.

      4도(급소인 이유. 네모를 이룬다)

4도는 1967년 일본 명인전 도전자 리그전 결승국.
“명인전 전집”을 공부했던 분들은 이 장면을 기억하고 있으리. 그래서 골랐다.

초점은 좌변 백28과 흑29.
백28을 흑에게 앗기면 백은 네모 입체 형태를 잃어버린다. 불안정하고 불안전하게 된다.

흑29.
이에 대해서는 오청원이 이리 말했다.
“이곳은 다른 큰곳보다도 더욱 중요한 요소다. 이곳을 백이 두게 되면 흑이 허(虛)해지며 반대로 상변 백진이 집으로 변할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저 흑29가 인상적이었다. 저 좁은 곳이!

이제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흑29는 흑에게 입체적인 네모를 안겨준다.
안정을 안겨주는 것이다. 안전을 보장해주는 자리인 것이다.

아, 그리고!
우상귀 흑, 우하귀 흑, 좌하귀 흑도 네모를 이루고 있음을 확인하시라.
비록 돌로 둘러싸지는 않았지만, 테두리가 불안을 보완해준다.
언덕에 기대는 것은 안정감을 더해 준다.
“나무들, 비탈에 서다.” 그 소설이 전해주는 이미지의 반대.

희망한다.
앞으로 우린 이로부터 파생되는 많은 반상 언어 - 형태 - 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언어가 단순한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얼마나 다채롭게 반상을 꾸며가고 있는가를 보게 될 것이다.

V. 행마의 존재 이유

세모와 네모.
이것이 심층 구조, 즉 표층의 모든 행마에게 의미를 갖게 하는 기초적이고도 핵심적인 형상 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자.

한칸(一間)
두칸(二間)
田字
口字
日字
目字

이제 오늘의 시각에서 보면
이런 행마는 세모와 네모를 얻기 위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그 동안 뭔가 부족했다. 만족스럽지 못했다. 만족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이제 알겠다.

모든 행마의 인과(因果). 또는 그 행마의 기능, 목적.
그런 것을 알고 싶었다.

이기기 위해서?
아니다. 행마의 목적은 그거 아니다. 그렇게 보면 땅 위에 서지 못한다.
대지(大地)에 서서, 그 위에서 바라봐야 한다.

이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도 하나의 세상.
반상에서 잘 두는 거 - 돌의 효율 높이는 거 - 그거도 하나의 세상.

승부는 승부.
반상은 반상.
승부와 반상은 떨어져서 존재할 수 없지만, 또 서로 다른 세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두 개의 서로 다른 세계를 겹쳐놓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반상에서는 반상의 언어로
그것에 한정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모든 행마는
세모와 네모,
그 성장과 매듭을 위해서 노력하는 전체의 일부이다.
그것이 그들의 존재 이유다.

VI. 질정 주시라

형상(형태, 모양).
특히 자연에서 널리 발견되는 형상.
그리고 언어.

그로부터 여러 이야기가 드러나고 있는데, 두려움도 없지 않다.
전공이 아닌 영역을 멋모르고 건드리게 되는데 오류도 많고 투박한 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예컨대 언어. 사실 거의 모른다.
상식 수준인데, 그 정도를 가지고 쓰려니 거참! 지금 와서 공부할 수도 없고.

질정(叱正)도 주시고 도움 되는 지식도 말씀 주시면 좋겠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무의식적 그림자도 인식하면 의식에 건강하게 통합되듯이
세모와 네모도 인식하게 되면
반상의 표층에로 쉽게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와 같기에 질정 주시면 글의 넓이에 큰 힘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