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와 네모, 심층에 자리 잡다(1)

I. 중앙으로 한칸 뜀에 악수 없다, 그 말씀

고수(高手)는 잘 쓴다. 중앙으로 한 칸 뛰는 수를.
하수(下手)는 잘 못 쓴다. 중앙으로 한 칸 뛰는 수를.
 
왜 그럴까.
고수는 그 맛을 알아서 그리 둔다.
하수는 그 맛을 잘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하수도 그 맛을 알 수 있다.
어떻게 그 맛을 알 수 있나?
맛의 본질을 알게 되면 미각을 발달시킬 수 있다.
향만 번져도 맛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먼저 반상의 조건에서 출발한다.
그 조건으로부터 유추되는 반상의 원리 하나 얻는다.
그리곤 적용한다.

II. 반상의 유일한 이론 있나
 
1) 초반 중반 종반, 그 모든 과정에서 변함없이 지침이 되어줄 만한 그런 이치, 그런 이론, 있을까. 발견할 수 있을까.

2) 귀와 변 중앙 그 서로 다른 영역에 대해 변함없이 적용될 수 있는 그런 이론 있을까.

없다 할지라도 그에 가까이 가는 이론은 발견할 수 있을까.
아마도 있다면, 그것은 반상의 조건을 잘 반영함으로서만 얻어질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조건 반영, 그것을 염두에 두고서 드릴 수 있는 이론은 다음과 같다.
먼저 조건을 분명히 하자. 그것이 출발.

1) 반상의 기초 조건

a) 격자(格子 grid) 무늬로 이뤄진 것이다.
b) 19줄 정방형이다.
c) 반상과 반상 밖은 테두리로 구별된다. 즉, 반상 공간은 면적에 한계가 있다.

2) 반상의 기초 조건은 기하학적으로 그 조건이 매우 분명하다. 그러면 다음과 같은 기초적인 이야기, 즉 기하학의 기초를 말할 수 있다.

a) 점(点) 하나는 면적이 없다.
b) 선분 또한 면적이 없다.
c) 3각형, 즉 세모꼴의 형태는 면적을 가진다.
d) 4각형, 즉 네모꼴의 형태는 정방형에 가까울수록 더욱 큰 면적을 가진다.

이와 관련, 대단히 흥미로운 문제 하나 답할 수 있다.
그것은 흔히 “19로장통”이라 부르는 바로 그 문제.
한자로 쓰면 이런가. 맞는지 여부 잘 모르겠다.
19路 長通.

문제라고?
문제는 무슨 문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아니다. 널리 알려져 있지만 왜 그 표현 - “19로 장통이면, 크다!” - 이 가능한가?
그에 대해서는 아무도 답하지 않았었다. 실제 그 표현이 맞는지 여부도 모른다.

이제 여기서 답을 드린다.
그 표현은 맞다. 틀린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이러하다.
1도를 보시라.

      1도(19로 장통)

1도를 보면, 아래에는 19로장통.
위에는 9집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흑 돌의 개수를 알고자 했다.
19로장통이 왜 크냐?

사실 19로장통이 큰 것은 아니다.
집인데 무슨 크고 작은 것이 있겠는가.
초점은 이렇다.

아래 19로장통 집은 위에서 흑집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벽(壁)이 필요 없다. 세모난 흑 돌. 그것이 필요 없다.
그러면?
아, 그러면 흑집이 대단히 효율적으로 지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19로장통에서는 - 윗그림에서는 필요했던 좌우의 돌이 여기서는 필요가 없으니 - 여분의 돌이 반상의 다른 곳에서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19로장통을 크다, 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19로장통이면 이긴다! 그리 말해도 대개의 경우 틀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2도(가로지른 집)

2도는 다께미야가 처음으로 시도한 우주류, 바로 그 대국. 앞선 글에서도 한 번 보았었다.
여기서 다께미야는 이리 말했다.
“우하귀를 기점으로 중앙의 공간을 좌상으로 가로 지른 이같은 ‘가로지른 집’은 보기보다는 훨씬 크다.”

그 함의는 바로 앞서 본 1도 19로장통의 논리에서 찾을 수 있다.
중간 중간에 집을 짓기 위해서 - 벽을 세우는 것 - 보통은 필요로 하는 외곽 돌이 필요 없는 것이다.

알 수 있다.
이것이 세력 바둑이 무서운 이유 중의 하나임도.

3) 반상의 착수 원리

a) 집을 얻지 못하면 그 돌은 生死가 걸리게 된다.
b) 집은, 선분만으로는 얻을 수 없다.
c) 집은, 세모꼴 또는 네모꼴의 형태를 얻어야만 얻을 수 있다.
d) 집은, 안정(安定)과 안전(安全)에 절대적으로 요청되는 조건이다.
e) 세모꼴과 네모꼴의 형태는 반상에서 절대적으로 요청되는 형태이다.
f) 세모꼴과 네모꼴의 형태를 얻기 위해서 돌은 두어진다.

그렇다. 이제 얻었다.
반상의 조건에서 유추한 결과
반상에서 널리 쓰일 수 있는 이론을 하나 얻었다.

세모꼴과 네모꼴의 형태를 구하는 것이 행마의 주요 목적이다.
그것이 착수의 숨겨진 욕심이자 원칙이다.

이 결론을 얼마나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까. 이제는 그것이 남은 숙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