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일기 117, 짬뽕과 빼갈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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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일기 117, 짬뽕과 빼갈
2011-03-01 오후 8:45 조회 7398추천 11   프린트｜스크랩
병원일기 117, 짬뽕과 빼갈


짬뽕과 빼갈

춥기만 하던 겨울에 눈과 추위에 질렸다가 비 가 반갑다.
비는 눈을 녹이려나?
구정연휴부터 계속 근무하다 2월 말 처음 여유를 맛 본다.
토요일 일요일 계속 근무 이지만 조금 일찍 퇴근하며 여유를 맛 본다.
병원을 나서 구름다리를 건너며 생각한다.
ID Card를 안 가지고 와 점심도 못 먹곤 모처럼 화려한 외식을 생각한다.
짬뽕이 먹고 싶었었는데 한 번 먹어 볼 까?
아냐 그냥 가야지 돈을 쓰면 뭘해?


병원 건너편 구름다리 건너 현경이라는 중국집이 있다.
구름다리에서 내려보며 살핀다.
혹시 문을 닫은 것은 아닐까?
조심스레 들어서며 혼자 자리잡기 미안해 입구 에 않는다.
짬뽕하나 이과주 하나 주세요.
"짬뽕하나 이과두주 하나 " 조선족인듯한 여인은 능숙히 주문한다.

미국 살 때 짬뽕은 푸짐하고 맛있지만 종이그릇에 담겨 있는 것이 아쉬웠고 짜장보단 짬뽕이 이상스레 평소 먹고 싶었었다. 뜨거운 짬뽕국물에 박카스 병보다 작아보이는 이과두주를 마시고는 얼큰하다. 비로소 주변을 돌아보니 벽에 걸려있는 액자에는 이태백 시인의 우후망월 이라는 시가 적혀있다.

창 밖 통 유리장 저 편으론 비가 내리고 있고 이과두주 한 잔에 얼큰한데 벽에는 이백의 시!
운치가 넘친다.
고산에서 뒤를 보니 심해여라! 서리는 모여 강이 되었다.
한문은 잘 모르지만 뜻을 짐작해보니 그저 좋을 뿐이다.

약제부에서 휴일에 일하며 50넘은 직원이 코피를 흘려 놀란다.
나와 같이 거의 휴일에 모두 근무했는데 사위는 검사인지 라지만 열심히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억지로 피로한 몸을 혹사했던 것일까? 그를 오늘은 쉬게 했다. 거절을 못하는 그의 성격을 알고 먼저 쉬라고 말했다.

오늘 다시 짬뽕을 먹는다.
가족끼리 온 테이블이 많다.
업그레이드 해 삼선짬뽕이다. 이과두주 와 같이 얼큰하다.
바로 옆 테이블엔 가족 넷과 애기 둘이다.
애기를 않고 있는 할머니는 사위가 식사하시라며 애기를 받으려는데 말린다.
"자네가 먼저 먹어야지"
할아버지는 오무라이스를 중국집에서 어울리지 않게 드시고 계신다.
손녀에게 먹이려고 시키셨겠지.
두 세살 되 보이는 손녀는 아무것 안 먹겠다고 투정이다.
이쁘장한 딸은 애 엄마는 부지런히 먹고있다. 부모 앞이니 애들은 나중이고 자신도 모처럼 애기가 되고 싶겠지.
이과두주 한 잔 얼큰한 술에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하다.
다만 사위인듯한 이는 뚱뚱한 모습의 험상궂은 얼굴에 저리보여도 돈은 잘 버나보다 싶다.

우후망월!
더우기 이백의 詩라니!
짬뽕 한 그릇에도 감동을 하는 나이가 되어서 일까?
이과두주 한 잔에 감동이 되어서 일까?
얼콰한 기분에 기원에 들어서지만
결과는 냉혹하다.
그렇지!
내기바둑을 둘 때는 절대 음주운전을 안 했었는데
이과두주 작은 박카스 병 같은 조그만 술도 역시 영향이 큰가보다.
계속 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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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cosys ｜  2011-03-01 오후 8:55:5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생활속 여유가 느껴지는군요.
늘 바쁘다는 핑계로 작은 행복을 놓치고 사나봅니다.
글 잘읽었읍니다.^^*  
소라네 지 자신이 생각 할 때는 여유가 없었는데 그 속에 작은 행복이 녹아있는것을 저만 모르고 있엇나봅니다^^ 감사합니다.
장터목 ｜  2011-03-01 오후 9:41:2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음주바둑은 에러가 만치요~~~  
소라네 장터에서 국밥 순대국 한 그릇을 좋아하던 저 여서인지 장터목님의 예명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月谷川 ｜  2011-03-01 오후 10:33:2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귀하의 글에댓글 은 처음인데.. 실감나는 글입니다.. 이과두 내가 애용하는 술입니다 45% 술인데 순식간에 취했다가 순식간에 깨는 술이지요. 짬뽕국물 혹은 유산슬이나 탕수육과 곁들이면 일품입니다  
소라네 다음엔 유산슬을 시켜보고 싶습니다^^ 옆 자리의 사람들이 기스면을 시키는데 무언지 몰라 궁금하더군요^^ 왕림에 감사드립니다
月谷川 기스면..우동4촌쯤 되는데 우동보다 면이좀가는것 같고 우동보다 시원하고 약간 담백하지요.별거 아닙니다.이과두 안주는 짬뽕이 좋지요
소라네 소소한 궁금증에 답까지 해 주시는 성의에 다시 한 번 예를 표합니다
江湖千秋 ｜  2011-03-02 오전 1:02:4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이과두 좋지요..아니 환상이지요...그게 짬봉에도 맞나 모르지만 울 동네서는 주로 양꼬치구이에..곁들이는 마늘구이에... 마시면 거의 끝장볼만큼,,ㅠㅠ주먹만한 이과두주는 술도 아니죠 4홉들이 혹은 댓병 이과두주도 쓰러트리지요  
소라네 사실 미얀마 고산족 마을에서 패트병(비니루 병) 꼬죄죄해 보이는 비닐에 담은 중국 백주를 먹곤 선물로 준비해 간 팩 소주를 드리지 못하고 왔었습니다. 이리 싱거운 물을 선물하면 안 될것 같았죠^^
가죽商타냐 ｜  2011-03-02 오전 4:19:2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갑자기 이시간에 짬뽕생각이 간절합니다..!  
소라네 타냐님도 퍽 오랜만에 뵌것같아 제가 더 죄송스럽네요^^ 자주 졸필도 올려야 하는데^^
당근돼지 ｜  2011-03-02 오전 6:23:1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음주바둑은 안하심이 좋을듯 한푼이라도 잃고 나면 .........본인만 손해라서 잘 보고 갑니다.  
소라네 잃건 따건 그 와중에서 추억이 남겠지요^^ 성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여현 ｜  2011-03-02 오전 7:15:4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아취가 넘쳐납니다.
좋은 글을 읽고 정신이 번쩍 납니다.
덕분에 우후망월 감상합니다

四郊陰靄散 사방에 짙은 안개는 흩어져가
開戶半蟾生 방문 열어 젖히니 반달이 떠오른다
萬里舒霜合 만리 가득 서리(달빛) 내리니
一條江練橫 한 줄기 가람 길게 흐르는 듯
出時山眼白 떠오를 땐 산을 비추더니
高後海心明 높이 떠서는 바다 속까지 밝힌다
爲惜如團扇 둥근 부채(보름달) 아쉬워라
長吟到五更 길게 읊조릴 때 어느새 오경  
소라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도 찾아보고 싶었지만 포기 했었는데..
소라네 근데 중국집엔 3,4,5,6 줄 만 액자에 있었답니다. 일부만 발췌하는 액자도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소라네 10여 년 전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우연히 써 본 글에 격려의 댓글을 달아주셨던 그 때 그 분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오늘의 댓글들을 앞으로 못 잊을것 같군요^^ 진심 감사드립니다.
一圓 ｜  2011-03-02 오전 9:37:4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글 오르는것이 전보다 뜸해져 혹 무슨 변화가 있으신가 은근히 걱정이 되었는데 마음이 놓입니다
무후망월 을 바라보며 소라네님과 이과두주를 얼큰한 짬뽕과 곁들여 한잔 하는날을 기다려 봅니다
마음으로 건네져 오는 진솔한 글 잘 읽고 갑니다

 
소라네 오늘 글을 써 보고 싶었는데 열어본 컴에서 시작도 하기 전 저 자신이 감동입니다.^^ 그래도 써 보고 기쁨을 나누고 싶은 심정입니다^^ 진심 감사드립니다.
팔공선달 ｜  2011-03-02 오후 3:34:3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요새는 왜 자꾸 졌다는 글이 오르지.?

선달이 못 쳐들어 오게 할라꼬?

아저씨 여기 짬뽕 국물에 빼갈 한병요.~~~~~~~~~~~~~~~~~~

그라고 저기 시는 무슨 뜻인교?
한문은 젬병이라.(저번에 소라네님이 중국집에서 봤다는 그 글인가.)  
소라네 언젠지 이청선생의 숙제에서 한문시를 해석해보며 나름 너무 기뻐 처에게도 들려주고 의견을 물었는데 오늘 여현님의 우후망월 소개에 버금가는 기쁨입니다.^^
무제여 ｜  2011-03-03 오후 10:02:0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헛 편찬으신지 알앗네요..  
소라네 바쁠때는 글도 자주 못 올리니 벗들은 한가할때만 청하고 만나는 사이는 아닐텐데 제 노력과 성의가 아직 부족해서 인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무제여 님
꿈속의사랑 ｜  2011-03-05 오전 12:04:4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제가 지금 중국 상해에 출장나와 있는데 이과두술은 이 곳 중국서민들의 술이죠 52도 56도 짜리가 있고 그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싼 것은 4홉들이 한 병에 우리돈으로 1500원에서 10만원이 넘는 것도 있지요. 출출할 때 한 잔 털어넣으면 목이 따끔할 정도로 독합니다. 저도 한잔하고 나서 바둑을 두면 그 어떤 상대도 혼내주고 다 이길것 같은데 결과는 항상 무참하죠  
소라네 평소 궁금했던 점을 알게되어 감사드립니다. 빨리 취했다 빨리 깨는 것 같던데 제대로 아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왕림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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