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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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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의 승부 - 수입을 기록해두라 - 20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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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11월 14일) - 5년간의 승부 - 수입을 기록해두라 - 20대였다
오후 6시 25분.
입단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고마운 말씀 하나 들었다.
수입을 기록해 두라. 크건 작건.
홍종현 사범님의 말씀이었다.
프로들의 생활은 일반 직장인과 달리 규칙적이지 않다. 수입도 마찬가지. 성적이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차이는 물론이고, 겨울과 봄이면 대국이 많지만, 여름에는 거의 없다.
그러나 나는 그 말씀을 새겨두지 못했다.
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면, 가까운 장래에 반드시 근심이 생긴다.
그래, 내 입단할 때의 나이가 25살이니까 무엇이 귀에 들어오랴. 그래도 청춘이 아니던가. 청춘은 언제나 뒤에 후회할 일을 하나 정도는 마련해두는 법이다. 범속 凡俗한 인생에서는 말이다. 하하.
그래, 입단 하니까 좋은 것이 하나 있었다.
주머니에 대국료가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입단 후 3개월인가 연수과정이 있어서 대회를 당장은 못 나갔지만, 3개월은 그래도 금방 지나갔다. 만약 6개월이었다면 괴로웠을 것이다. 입단이야말로 바둑을 두고 싶어서 하는 것. 그런데 6개월이라면 그건 지나친 것이다.
대국료는 소중하다. 바둑 두는 것도 프로에겐 노동인 것. 노동의 대가는 소중한 것이다. 노동 그 자체를 의미 깊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내 나이 아쉽게도 25.
나는 그 소중한 의미를 새겨듣지 못했고 생활은 하루의 즐거움을 위해 살았다.
생활이 무절제까지야 아니었지만, 프로의 일상은 정말 쉽지 않은 것이었다.
자신이 자신을 통제하지 않고서는 입신 立身할 수 없는 세계였음은 뒤늦게 안 사실.
자신만이 자신을 관리해야 한다는 그 사실.
나는 술이 좋았다. 술 취한 다음 날은 속쓰림에 고통스러워했지만, 그거야 점심까지의 일. 오후부터는 다시 황혼병을 기다린다.
어릴 때부터 훈련 받지 않고 나이 들어서야 입단한 사람들에게 술은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다. 실로 프로기사로써 술과 멀어진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어렵다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1985년 이전에 입단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랬다. 왜냐? 1985년에야 비로소 연구생 입단대회가 본격화 되었기 때문이다.
연구생이 아니면, 바둑 공부라는 것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해야 하는 것. 당연히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술자리는 너와 나를 이어주는 좋은 가교. 그런 힘을 술은 갖고 있다.
내 25살에 입단했으니, 술이 부족할 만도 했다. 나이로도.
인생의 항로를 또렷이 잡아두지도 않았으니, 시간에 부대낄 여지도 없다.
그저 즐기면 좋을 뿐. 좋으면 즐길 뿐.
참 술을 많이도 했다. 입단한 다음엔 더욱 그랬다. 자유직이라지만 그래도 입단 전엔 실업자. 그러나 입단 후엔 실업자는 아니다. 돈이 많이 생기는 직업은 아니지만 그래도 술을 마실 수는 있었다.
아니다.
돈이 없었기에 술을 더 했을 수도 있다. 그것이 좀더 진실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돈이 많으면, 인생의 즐거움을 더욱 다양한 곳에서 찾을 것이다.
바둑의 프로란 직업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업종.
나는 프로로서 돈을 벌어본 적이 - 그러고 보니까 - 별로 없었다.
좌우간 이렇겠다.
프로는 자유직이라 시간이 많이 주어진다.
시간을 통제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것.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 웬만한 자제력 아니면 낭비를 할 수밖에 없다. 시간의 낭비.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느냐?
쉬운 것이 있다.
자신을 쉽게 잊어버리는 것이면 무엇이든 재료가 된다.
그런 기본적인 조건을 갖춘 세계에서 나는 즐거워했다.
바둑도 두고
술도 마시고.
그렇게 출발했다. 그 언제나의 출발처럼.
오후 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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