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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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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년’에 실린 바둑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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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웨일즈가 쓴 혁명가 김산(金山: 본명 張志鶴 1905∼1938)의 회고록 ‘아리랑(Song of Ariran)’ 1941년 초판본과 말로만 떠돌던 한국 최초의 문학 동인지 ‘신청년’(1919)이 발견됐다.
초판본의 뜻도 각별하거니와 동경 유학생들이 창간한 ‘창조’보다 1주일 앞서 조선에서 ‘신청년’ 동인(同人)들이 뜻을 같이 한 것은 우리 문학사상 의미가 매우 깊다. 고마운 일은 바로 그 ‘신청년’의 소장처에 필자가 자리를 함께 했다는 것.
기쁘게도 창간호에는 바둑 관련 수필도 있었는데 그 발견의 즐거움을 어찌 독자께 드리지 않을 수 있으랴. 이상춘(李常春 1882∼? 국어학자)님의 ‘운명(運命)’이라는 우화(寓話)가 바로 그것으로 내용은 이러하다.
무더운 여름날 더위를 식히려 산책을 나선 나는 80∼90년 된 느티나무 밑에 다다른다. 바람이 몰려와 땀에 적셔진 고의적삼이 선선하게 마를 즈음 우연히 잡힌 광경. 두 노인이 바둑을 두고 있지 않은가. 살색이 밝고 두 눈이 형형한 백의(白依)노인과 검은 살빛에 움푹 파인 작은 두 눈이 무서운 흑의(黑衣)노인의 대국. 두 노인은 나의 존재를 모르는 듯 바둑에 여념이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둑은 끝이 나고 백의노인이 한 집을 남긴다.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수많은 남녀노유(男女老幼). 음률을 울리면서 즐거움에 환희작약한다.
흑의노인은 아쉬운 듯 한 판 더 두자고 조르고. 이번에는 흑의노인이 이긴다. 역시 한 집. 그러자 즐거움에 가득찼던 주위 사람들이 일시에 울면서 슬픔에 못견뎌 한다. 놀란 내가 까닭을 물으니 두 노인 웃으며 답했다. “그건 우리도 모르지. 제 마음대로 울고 제 마음대로 웃으니까…” 그리곤 백의노인은 남쪽으로,흑의노인은 북쪽으로 날아간다. 아…. 그 촌민들의 어리석음을 애련히 여긴 나는 크게 외친다. “여러분…” 그 순간 몽각(夢覺)!
우화에 담긴 뜻을 새길 능력이 필자에게 어찌 있으랴만 노인들이 둔 바둑을 몰라 아쉬운 심정. 하긴 기보가 남아 있기를 바란다면 그야말로 어리석을 것이다. 아니다. 다음 기보로 대신해도 무방하리라.18급 두 분이 삼매경에 빠진 것을 얻은 것인데, 백1,흑2,백3,…. 흑백의 어울림이 18급답다. 프로의 수준이 아니어도 이치야 같으리라. 필자도 홀연 몽각!
(2002-12-17 문용직 프로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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