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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의 넓이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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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의 산책 - 신포석 - 넓은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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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6월 15일) - 포석의 산책 - 신포석 - 넓은 놀이터
아침 5시 11분
바둑은 쉽지 않다.
쉽기는 커녕, 포석의 세계를 그리는 것도 어렵다. 난감하다.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바둑의 세계에 대해서.
여기서 이해란 무엇인가. 주어진 규칙 아래에서 설명할 수 있는 것, 바둑이란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 바둑이란 이런 식으로 두어지는 것이 바르다, 바로 그 설명을 이론적으로 할 수 있는 것. 바로 그것이다.
바둑이란 무엇인가.
흑백이 번갈아 두어서 공배가 다 막히면 반상에서 돌을 들어내며, 패의 경우엔 동형반복금지의 원칙을 적용하고, 반상에 집이 많은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그 규칙의 전제 아래 상대를 이길 수 있는 논리를 발견한다면, 그게 최고의 이론인데, 과연 그런 것이 있을 수 있는가.
먼저 두는 흑에게도 그런 이론이란 것이 있을 수 있는가.
우리가 알기로, 아직 그런 이론은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이론이 있음을 확정할 수 없다는 얘기를 어느 수학자에게 들은 듯도 한데 내 증명할 줄 모르니 모르겠다.
차원이 다른 얘기다.
바둑을 두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리하게 반상을 이끌어갈 수 있는 이론이다.
수천 년 동안의 노력이 경주되었지만 부분적으로 쓰일 수 있는 이론만이 개발되어 있다.
쌍립되는 자리가 급소.
석점의 중앙이 급소.
두점의 배붙임이 급소.
급소라는 것 외에 어떤 유용한 개념이 있었던가?
내 지금 생각하기로, 다른 개념을 찾지 못하겠다.
우리의 판단을 도와주는 개념은 없지 않다.
수나누기.
효율.
포석에서 쓰일 만한 이론은 어떤 것이 있던가. 엄밀한 이론이 아니어도 말이다.
중복되면 나쁘다.
3선은 실리, 4선은 세력선.
마주보는 중앙이 큰 곳.
같은 개수의 돌로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집의 형태는 정사각형이다.
같은 개수의 돌로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집의 형태는 정사각형이라고?
아니다. 쉬운 얘기가 아니다.
방금 생각이 스쳐갔는데, 이건 그렇게 간단하게 단정할 것이 아니다.
반상에는 귀와 변이 구별되고, 사활의 조건은 그 경계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귀와 변이 구별된다면 - 사활도 함께 생각할 때 - 정사각형 형태가…?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
그렇군. 이건 내 전공이 아니다.
이론이 무엇이냐? 바둑에서 이론의 수준은 어디에 와 있고, 또 어느 정도까지 정리되어 있느냐? 약간 관심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바둑을 갖고 노는 사람임을 인정하겠다.
1930년대 신포석의 시대에서 무엇이 어떻게 탄생했느냐?
언제부터 오청원이 조화 調和란 개념을 사용했는지 내 모르나, 조화라는 개념으로 신포석을 규정할까. 아니다. 그건 또 아니다. 신포석의 시대라고 불리어도 족한 시대가 실제 있었던 만큼, 그 영향력은 古今 최고였던 만큼 신포석은 엄밀한 규정을 받아야만 할 것이다.
신포석.
신포석 패러다임.
그런 것이 있었다.
그 이후로 우리의 바둑관에 큰 변화가 왔으니 그리 부르는 것이 합당하다.
세력. 발전성. 균형. 속도.
그런 표현이 그 이전에 또 언제 있었던가?
그런 개념을 활용해서 성립되었던 - 한 판의 바둑이 짜여졌던 - 그런 바둑이 그 이전 언제 있었던가? 없었다. 그 이후, 우리가 그런 개념을 쓰지 않고 있는가? 쓰고 있다. 지금도 너무나 유용한 개념들이다. 쓰지 않고 바둑 두는 프로 있던가? 딱 잘라서 경계를 또렷이 긋기란 실로 어려우나, 이전과 이후의 바둑 보는 논리를 확연히 그었던 개념의 창조와 발전 시대가 있었다. 1930년대.
어렵구나. 함께 노는 아이가 있다면 나도 좀 쉽고 즐겁게 놀아볼 터인데…. 놀이터에서 혼자 노는 것은 따분하다. 따분한 아이만이 놀이터에서 혼자 논다.
잠깐 시기를 넘어가 볼까. 그것도 괜찮으리. 돌아보고 나누어 정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940년대 이후로 보다 세련된 바둑이 두어졌다.
그것은 바둑 담는 그릇을 좀더 엄밀히 만들 수 있는, 실험과 개념의 결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소목도 화점도 서로가 서로를 배척하지 않고 상대의 효용을 인정하고 이해하기 시작하던 때. 그것이 1940년대 이후.
이론이 세련되어 갔던가?
답을 긍정한다면, 세련된 이론, 궁극적으로 그것은, 반상이 19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신포석의 지나친 발상을 자제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약간 옆으로 비껴서 얘기할 수도 있을까….
자신의 이론을 자제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균형, 반상의 균형 이전에 가져야 할 덕목이자 반상 이론의 가장 큰 지침이 되는 것.
실험 결과를 보고 미련 없이 이론을 수정하는 것.
수정된 이론은 무엇이었던가? 고정적 집은 19줄 반상에서 그 의미를 잃지 않는다?
그것이었던가?
아니다. 그리 말할 것이 아니다.
짧고도 좁은 결론을 하나 얻는다면,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세력이라는 명확한 개념이 바둑의 폭을 넓혔다.
2) 세력으로 인해 반상이 넓어졌다. 그러면 넓은 반상을 뛰어 놀아야만 할 것이다 - 그 이전에는 걸어 다녔다고 비유하자 - 넓은 반상을 뛰어 놀기 위해서는 발 빠르게 뛰어다녀야만 할 것이다. 속도는 좋은 개념이다.
3) 그렇다면 세력이 제1의 개념인가? 그건 아니다. 반상이 넓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보니, 세력이란 것의 효용을 깨달았을 것이다. 깨닫다? 아니다.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4) 반상이 넓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을까? 모호한 세계, 정리되지 않은 영역이 있다는 것을느끼기 시작했을 때, 지식의 좁음을 아쉬워했을 것이다. 그것일까.
5) 19줄 반상으로 바둑은 제한되어 있기에 세력의 활용 또한 제한된다.
아침 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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