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지방 소도시의 공장 사무실 안
"사장님, 안녕하세요?"
"어, 정석 과장 어서와."
"눈도 안좋으신 분이 지금 뭐 보고 계세요?"
"으~응, 조례안 보고 있어."
난 슬적 장난끼가 돋았다. 그분은 거래처 사장인데, 도의원 이셨으며, 그의 아들이 나와 동년배로 친구로 지내고 있는 터였다.
"에이, 사장님. 보시면 뭐 아세요?"
"ㅎㅎㅎ 그래, 니도 알다시피 내가 보면 뭐 알겠냐?"
"그럼 왜 보세요?"
"그래도 보고 가면 시에서 설명할 때 뭐라는지 알아 듣기 쉽지. 읽어 보지도 않고 가면 설명해도 몰라."
"힘 안드세요?"
"힘들어, 그래서 담엔 안할거야. 남들이 보기엔 하는 일 없는것 같아도 볼거도 공부할 거도 너무 많아. 그래도 이렇게 읽어도 보고 미리 생각도 좀 해보고 가면, 알아 듣기도 하고, 묻기도 하고 손을 들든 말든 하지. 안하면 그냥 손들어 주기도 뭣하고, 안하기도 뭣하지. 그래서 보는거야. 참 니 지금 바쁘지? 결제해 줘야 하는데... 그러고, 니 안 바쁠 때 가끔 좀 내려와라. 이런거도 좀 봐주고."
장면 2 지방 대도시 구청장실
"안녕하세요?"
" 아 어서와요,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바쁜 민원이 있어서, 처리하느라.. 더운데. 밖에서 시원한 차 한잔 하셨나?
"아 예, 마셨습니다. 바쁜 시간에 찾아 와 죄송합니다."
"아니요. 기다리게 해서 내가 미안하지요. 바쁜 사람 기다리게 했으니. 끊어줄게 이 금액 맞죠?"
"사실 여기서 이리 오시라 하면 안되는데, 내가 요즘 좀 바빠서, 다음주엔 좀 한가 할 것 같으니 저녁이나 한번 해요."
장면 3 시방 중소 도시의 공장 사무실
"천 사장님 안녕하세요? 요즘 바쁘시죠?"
"아 정석 과장 어서와. 그나 저나 지난 번에 내가 말한 것 정석 과장 생각좀 해 봤나?"
"아 예, 감사하지만, 그래도 좀 그렇네요. 그건 그렇고 요즘 공직자 재산 신고 한창인데 사장님은 하셨나요?"
"야, 말도 마라. 줄이고 줄여 신고했는데, 2등 이란다. 그래도 다행이지."
"그나 저나 남사장님은 어찌 된거죠?" (그분은 며칠 전 갑작스런 화재로 공장과 함께 부부가 함께 돌아가셨고 여기 천사장과는 매우 친한 터였다)
"야, 말도 마라. 사람이 갑자기 안하던 짓 하고, 하던 짓 안하면 죽는다더니, 그 말 꼭 맞는 말인것 같더라."
"그 날 내가 같이 한잔하자고 하니, 평생 빼는 법이 없던 사람이 그날 따라 그냥 공장에서 마누라랑 잔다고 하더니 그리됐다. 나하고 한잔하고 장에서 잤으면 안죽었을텐데 말이다."
장면 4. 목포 사무소 소장실(저의 사무실)
"유 계장. 들어 와 봐. 신문 봤냐?"
"아 예 봤습니다."
"아 이 양반 대단한데, 평민당 텃밭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다니...벌써 몇번째야. 또 들어 갈라나?"
"그 분 여기서는 아버님 때 부터 알아줍니다. 군 장성 출신이거든요. 재산도 많구요. 그런대 상납을 안하니 공천을 안해주지 뭡니까. 지난번에도 무소속으로 당선되서 당에 들어 갔는데, 공천 안되고, 이번이 세번째인것 같습니다."
"주민들이 고민이겠구만, 당을 택하느냐, 사람을 택하느냐. 어쨌든 대단하네. 공천 세번 물먹고, 세번 무소속으로 당선되고.. 요즘 우리하곤 거래가 좀 뜸하던데."
"선거하느라 공장엔 신경을 안쓰시나 봅니다. 곧 다시 하겠지요."
장면 1의 도의원은 그때가 두번째였는데, 단신의 말씀처럼 다음엔 나오질 않으셨다. 잘 몰라도, 그래도 보고는 가야한다는 그 분의 말씀에, 의원은 저런 분이 하여야한다고 생각했었다. 의원이 어찌 다 알 수 있겠는가. 그러니 공부도 하고, 적어도 보고라도 가야, 손을 들든 말든한다는 말에 의원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는 다하고 계신게 아닌가 생각했었다. 또 그분은 출석도 빠지지 않고 하신다고 하셨다.
장면 2의 주인공은 지방 구청장이셨는데, 부인이 공장을 운영하셨다. 사실 그 부인은 동종 업계 큰 공장의 사장의 동생이었기에, 오빠 공장과 오래된 고객에게 납품하고 있었다. 토목, 건설과 관계있는 업종이므로 사실 구청장 힘이면, 매출 규모를 10배로 늘리는 것도 어렵지 않을 터였지만 하나도 거래처를 늘리지 않았다. 그분 말씀이, 적어도 자기가 공직에 있는 한은 거래처를 안늘리겠다고 하셨다. 주위에서 시장 출마하라는 걸 정치인이 되기는 싫다고 굳이 마다했었다. 결제를 할 때 공장에서 부인이 주로 했었는데, 사정이 있어 부인이 못할 때 두번인가 구청장실에서 미리 끊어 놓은 수표를 주었다. 적어도 내가 아는한 그는 깨끗한 것은 둘째치고, 자기의 분수도 아는 요즘 보기 드문 공직자였다.
장면 3의 지방 의원은 절대 그런 사람이 정치를 하면 안되는 사람이었다. 사실 내게 당시 내가 회사에서 받던 급여의 두배를 보장하며 자기 밑으로 오라고 제안했었지만. 그는 도의원도 헸지만 국회의원 공천까진 받지 못했다. 술먹고, 오입하고, 부정한 돈 가리지 않는 전형적인 욕먹는 부자 스타일이었다.
장면 4는 호남의 어느 의원 애기인데, 그는 무소속으로 도의원, 군수를 거쳐 국회의원이 됐다. 그래서 언론에서도 떠들석 했었다. 소위 텃밭이 깨졌다고. 그런데 실은 그는 그곳 주민들에겐 누구보다 지지를 많이 받았다. 문제는 그 곳 주인의 측근에게 돈을 안 바친다는데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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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이끼그늘
당근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