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주호텔 후원 정원에서 일행 6 명이 내년에도 다시 올 것을 다짐하며 기념사진.
(왼쪽부터 동근 내외, 용마 내외, 은영 내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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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틀 동안 추위에 떨면서 지낸 명주화원호텔. 정원이나 실내 장식은 일급이다.)
제 4 일 ( 2 월 14 일 - 목요일 ), - 아안, 아주랑교, 성도 귀환.
벌써 4 일째다. 이제 내일이면 이 여행도 끝이라는 생각이 떠 오르자, 공연히
조바심이 난다. 어제도 추운 밤 보내기는 마찬가지였다. 냉장고에 꾸겨 넣은
이불을 찾아 내어 덮어 쓰긴 했지만 그래도 새벽녁에 찾아 온 고지대 냉기를
다스리기에는 역 부족이다.
" 이 사람들, 냉장고 박스에 냉장고는 안 놓고, 이불을 쑤셔 넣을게 뭐람?"
엊 저녁 이불울 꺼내며, 아내가 투덜대며 한 말이다.
" 이 지역은 냉장고가 필요 없는 지역이지. 엊 저녁 이불을 못 찾아 낸 것은
우리 탓이여!."
카메라가 야간 조명등에 매달려 있다. 아내가 조명등의 온기로 나마 카메라를
밤 새 말리려고 매달아 놓은 모양이다. 그 걸 보니 생각이 났다. 자기전에 프런트
에서 드라이어를 빌려다 놓은 것을! 드라이어를 욕탕에 있는 전원에 꽂아 넣고
카메라를 말리기 시작 하였다. 밧데리와 칩도 번갈아 말리기를 1 시간 남짓했을
때, 카메라의 조르게가 약간 움직이기 시작 하였다.
" 와!, 됐다! 됐어!, 살아 났어!, "
갑자기 질러대는 환호 소리에 아내도 반가운 모양이다.
" 정성이 하늘에 닿았구려! "
사실은 카메라를 물에 빠뜨린 이 후, 생생한 기록을 더 이상 카메라에 담을 수
없다는 좌절감에 혼자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이다. 그 문제가 이제 해결이 된
것이다. 그런데 밧데리의 용량이 반 밖에 남지 않았다.
( 밧데리가 충분하지 않으면 사진이 선명하게 나오지 않는데. . . 식사 시간 동안
만이라도 충전을 시켜보자. )
밧데리 충전장치를 해 놓고 식당으로 향했다. 동근이네와 은영이네 모두 와 있다.
카메라가 살아 났다고 하자, 모두들 반가워 한다. 특히 은영이 아빠가 제일 반가워
한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나, 가이드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이미 약속 시간 8 시를, 30 분이나 지나 있었다. 한 참만에 나타난
가이드의 얼굴은 땀과 검텡이로 얼룩지어 있었다. 작업용 면 장갑을 끼고.
( 잘 나가던 차가 밤 사이 고장이 났다. 후면에 기사와 가이드가 차 수리에 열중 하고 있다.)
" 차가 고장이 나서 수리 중 입니다. 앞으로 한 시간 정도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방에 계시면 다 고치는대로 모시러 가겠습니다. "
( 잘 나가던 차가 왜 갑자기 말썽이람?. 눈길에 고생 하는 건 아닌가? )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하늘도 역시 찌뿌등하여 오늘도 약간의 눈발이
있을 것 같다.
결국, 오전 10 시가 되어서야 우리 일행은 호텔을 출발 할 수 있었다.
동근 아빠가 칭찬 겸 위로의 말을 건넨다.
" 가이드가 수고 많이 했구료, 가이드 할랴, 조수 할랴, 그 직업도 쉬운 일이
아닐쎄. "
" 이 차에는 조수가 없으니, 차가 고장 나면, 제가 조수가 되는 거죠. 다만
불행한 것은 제가 차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어 기사 양반이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컴퓨터라면 얼마던지 해 낼 수가 있는데 말 입니다.
10 년 전에는 제가 컴퓨터 장사를 했었거든요."
" 그런데 왜 컴퓨터를 그만 두고 가이드를 하는 거요?, 가이드가 컴퓨터보다
나은가? "
" 컴퓨터가 인기있는 품목이다 보니까, 너도 나도 컴퓨터에 매달려서 나중에는
출혈 경쟁을 하게 되고 결국은 손 털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아주 좋았어요.
1997 년 경에는 삼성 컴퓨터가 중국에서 제일 인기 있는 품목이었는데,
그때는 한 대만 팔아도 몇 백 불씩 남았어요. 물건이 없어서 못 팔았거든요.
그 때는 일본제가 명함도 못 내밀었어요. 삼성 때문에."
( 차는 다시 이틀 전에 넘어 온 차마고도 험준한 S 자 길을 되 돌아가고 있다.)
차는 다시 이틀 전에 넘어 온 차마고도 길을 따라 올라간다. 예의 S 자 모양의
험한 길이다. 올 때와는 달리 흐린 날씨에 산자락 구비를 돌 때마다 희끗 희끗
녹다 만 눈 두덩이도 보인다. 이틀 전, 넘어 올 때 본 풍겨이지만 다시 보아도
역시 절경이다. 창을 통 한 바깥 풍경에 카메라 초첨을 맞추어 보지만 화면이
선명하게 나오질 않는다. 사진 찍기를 단념하고 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만을
즐긴다.
승객들의 무려함을 달래 듯, 가이드가 마이크를 다시 잡는다.
" 중국에는 " 짱오 " 라고 하는 세계에서 제일 사나운 개가 있습니다. 물론
값도 제일 비싸구요. 이놈은 보통 새끼를 9 마리씩 낳는데, 사람들이
이 개가 새끼를 낳을 때쯤 되면 커다란 구덩이를 깊게 파서 그 속에서
새끼를 낳도록 합니다."
" 새끼들이 젖 떨어질 때 쯤 되면, 어미 개는 구덩이에서 꺼 내고, 새끼들만
남게 한 답니다. 그리고 먹이를 주지 않아요. 허기 진 새끼들은 굶주림에
못 견뎌 서로가 서로를 잡아 먹는대요. 몇 달이 지나면 결국 한 새끼만 남게
되는데, 그 살아 남은 한 새끼만을 키운답니다."
" 이렇게 자란 개를 잘 훈련 시키면, 개 한마리가 늑대 두마리를 간단히 해
치울 정도로 힘이 세고 용맹 하게 된답니다. 머리는 사자머리 모양이고
업드린 키가 사람 허리까지 올라 온 답니다. 한 마리 값이 1 백 6 십만 위안
( 2억 4 천 만원 )이나 나갑니다. 옛날, 징기스칸이 러시아를 칠 때, 이 개
4 만 마리를 동원해서 크게 승전 했다고 해요. "
" 그 개를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
" 여기서는 볼 수 없고 북 쪽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 이랑산 터널에 이르기 전 검문소에서 검문과 함께 통행료 (?)를 징수 하고 있다)
산 중턱에서 차가 멈춘다. 가이드가 일러 준다.
" 검문소인데, 잠깐 검문을 할 것입니다. "
경찰이 탑승객 명단을 들고 올라 오더니, 둘러 보고는 그냥 내려 간다.
가이드가 따라 가며, 몇 푼 돈을 건네는 모양이다. 승객 명단에 서명하고
명단 한장은 돌려 준다.
" 여기도 통행료가 붙는거요? "
" 통행료는 기본이지요, 그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 철저한 공산주의로군! "
(이랑산 터널을 빠져 나오자 이틀 전에 본 설경이 그대로 남아 있다.)
차는 어느 덧 4,176 m 의 이랑산 터널을 빠져 나와 예의 화장실이 있는
주차장에 정차한다. 터널 이 쪽은 아직도 천지 사방이 흰 눈으로 덮혀있다.
노래방 시간 20 분이 주어지고 버스는 체인을 다시 감는다. 이제 부터는
내려가는 길이기 때문에 올라 올 때보다 더 위험하다.
화장실은 여전히 미끄럽다. 누구 하나 손질 해 놓은 흔적이 없다. 모두들 투덜
대며 나온다. 그러나 화장실을 나서면 앞에 전개되는 설경에 금방 얼굴 표정이
밝아 진다. 일행 중 광주 부녀가 노점상에서 이 곳에서만 나는 호두 비슷한
열매를 한 보따리 사와 일행들에게 나누어 준다.
동근 아빠가 한마디 거든다.
" 아주머니는 복 받아서 천당 갈거유. . . ."
체인을 감은 버스는 이랑산 터널을 뒤로하고 천천히 굽이 진 길을 돌아 나간다.
창 밖으로 전개되는 절경은 이 틀전에 본 같은 절경인데도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단 올 때와는 달리 맑은 하늘에 햇볕이 찬란하다. 산 등성이 그늘 진
곳에는 녹지않은 눈이 하얗다 못해 푸른 빛마저 돈다.
가이드가 마이크를 다시 잡는다.
" 여러분!, 호텔이나 어느 곳에서도 여권은 잘 보관 하셔야 됩니다. 한국 여권은
인기가 많아서 도난 사고가 많이 나요, 여권은 이 곳에서 5 분이면 위조 여권으로
둔갑 할 수 있어요, 한국 여권 한개에 4,000 위안( 6 십만원 )씩 거래되고 있답니다."
" 미국 비자 있는 여권은 더 비싸겠군요?"
" 물론입니다. 시세는 잘 모르겠지만, 배는 더 주어야 할 겁니다. "
누군가 우스게 소리로 한 마디 한다.
" 중국여행 하다가 여비 떨어져도 크게 걱정 않해도 되겠네, 여권 팔아 여비
충당하고, 영사관에서 여행 증명서 쉽게 발급 받으면 되니까."
해라구 명주 호텔을 떠난지 3시간 여만에 우리 일행은 천전 이랑산 호텔에 도착하여
점심 식사를 하고 다시 1 시간 여 만에 아안에 도착. 아안의 명물 아주랑교 관광에
들어갔다.
( 아주랑교 위에 세워진 상가 건물, 사천성 사람들의 소박한 생활 모양을 엿 볼 수 있다.)
아주랑교 란 다리 이름이다. 넓은 하천을 가로질러 만들어 놓은 다리위에 상가
건물들이 3 층 또는 4 층으로 들어섰다. 건물 모양이 중국 특유의 문양을 살려
높은 전각이나 처마 모양이 매우 화려하다. 상가에는 주로 사천성의 특산물인
차(茶)와 농산물들이 진열 되어 있다. 사천성 주민들의 소박한 생활상을 엿 볼
수 있어서 관광 명소로 꼽히고 있다.
다음 일정으로는 그 동안 쌓인 피로를 풀어 주는 발 마사지 프로그램이 계획되어
있었다. 모두가 기대 반, 호기심 반의 심정으로 발 걸음이 빨라진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가이드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넓은 차도를 신호도 보지않고 가로 지른다.
( 마사지 집은 들어가는 입구가 화려하여 간판만으로는 식별 할 수가 없다.)
마사지 전문 집은 번화가 대로 변에 있었다 입구가 화려하게 장식되어있어 간판만
으로는 식별이 않된다. 6 층으로 된 건물 전체가 마사지실이다. 10 인승 에레베타를
타고 4 층에 내리니 이미 예약이 되어 있어 일행을 별관으로 안내한다.
발 마사지는 60 분에 30 위안( 4,500 원), 전신 마사지는 110 분에 130 위안. 팊 별도.
마사지 비용도 여행 경비 299,000. 원 속에 포함되어 있어 신경 쓸 일은 아니다.
방마다 사람이 만원이다. 대기실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 일행 6 명은 한 방에서 전신 마사지를 받았다. 한 사람만 남자이고, 다섯명은
모두 젊은 여자들이다. 그 남자 한사람이 하필이면 아내 담당이다.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시선이 자꾸 그 쪽으로 향한다.
( 에라이 못 난 놈! 별 걱정을 다 하고 있어! 너나 잘 하고 있어! )
부드러운 여자의 손길이 발부터 시작해서 배, 가슴, 어깨, 목, 얼굴, 머리, 그리고
뒤로 젖혀 뒷다리, 엉덩이, 허리, 등어리를 차례로 흝어 올라온다.
시원하기 짝이 없다. 오래 간만에 젊은 여자의 손길이 닿으니, 시원한 감에 잠이 절로
스며든다. 잠깐 눈을 붙였다고 생각 했는데 벌써 2 시간이 되었단다. 아쉬움 속에
마사지실을 나온다. 나올 때는 팊으로 한국 돈 만원씩을 건넸다. 팊을 건네 받는
손길이 매우 공손하다.
예정 된 식당도 번화가 중심에 있었다. 마사지집에서 걸어서 10 분 거리. 일행은
버스를 주차장에 놓아 둔 채 걸어서 가기로 했다. 도중에 무후사 정문을 지나게
되었다. 여기도 번화가이기 때문에 낮보다도 더 화려하게 야간 조명으로 치장을
해 놓았다. 이 근처는 가장 번화한 거리로 시가지의 야간 풍경을 보기에는 안성
마침이다. 카메라의 후레쉬가 여기 저기에서 터진다.
오늘 저녁 식사는 특식이다. 계획대로라면, 대중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가이드의 제안으로 마지막 밤의 추억을 남기기 위하여 성도에서 제일
화려한 식당에서 만찬을 하도록 의견을 모았다. 단, 만찬경비 1 인 당 $10 불씩은
각자 부담 하기로 하고.
(만찬이 준비된 흠선재(欽善載) 는 성도에서 제일의 고급 식당이다.)
과연 3 층으로 된 식당 건물은 먼 거리에서도 눈에 확 뜨일 정도로 화려한 등과
조명 시설을 해 놓았다. 입구에도 화려한 옥석 공예품과 조각품을 진열 해 놓아
고급 식당임을 알 수 있다. 각 방마다 손님들로 초 만원이다. 예약 된 자리에 앉자
해산물을 곁들인 12 가지의 표준 음식물과 도수 높은 고량주가 제공 되었다.
우리 일행도 한 껏 고조 된 분위기에 젖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마음 껏 먹고
마시고, 즐겼다. 내일이면 마지막 날이란 긴박감에 더욱 흥겨운 시간을 보내
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식사는 10 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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