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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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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았던 반상,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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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가 있다. 2월에 들어서니 봄이 멀지 않다는 인상. 가로수 메마르고 먼 산 차가운 인상 갖춘 것도 벌써 지난 해. 아직 마음에 잿빛은 남아있지만, 그래도 겨울이 지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사시(四時)의 운행, 어제와 오늘 차이가 있다.
내 바둑에도 차이가 있다. 많은 분들이 겪는 것이라서 진부하지만, 그래도 말한다면 이런 것. 수읽기의 힘은 약해지고 감각은 무디어졌다. 계산은 느릴 뿐만 아니라 정확성은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떨어졌다. 승부욕의 저하는 나를 더욱 괴롭히고 있으니, 승부는 말할 필요도 없다.
결국엔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만,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어떨까도 싶다. 듣기로 기억 등 지적 능력은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천천히 쇠락한다고 하니까. 다만 우리가 예민하게 반응해서 결과를 빨리 앞당길 뿐이라고 하니까.
그래서 요즘 나는 이리 둔다. 소목은 두지 않는다. 화점을 두어서 실리에 집착하려는 나를 멀리하려고 한다. 세력 지향적인 수법을 의식적으로 선택한다. 내 비록 세력 활용에 서툰 기풍일지라도. 싸움을 먼저 건다. 싸움이야말로 적극성이 요구되는 것. 적극적인 사고를 가져야 하는 것이 반상의 본질인데, 전투를 회피해서야 말이 되는가. 불리한 여건에서도 걸어본다.
이렇게 바둑을 둔지 약 2개월. 차이가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시원한 기분 느낄 때는 가끔 있다. 기보는 최근의 내 바둑. 흑1 흑3이 그럴 듯하다. 저런 감각이 아직도 남아있구나, 그런 자부는 내 조심스레 느끼는 것. 백2는 부득이하다. 젖히면 무조건 끊는다. 흑3 이후는 흑9까지 진행.
실로 세력과 두터움은 의식적으로 노력해야만 “내 바둑”에서 나타난다. 예컨대 다짐을 잊고 둘 때도 있는데 - 무심코 실리바둑을 둘 때 - 그러면 내 흐름은 매우 좁아진다. 바둑 둔 지 40년이 되었건만 의식적인 노력이 반상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이제야 약간 알게 된 것이다.
바둑은 지식의 게임으로 지혜의 영역엔 아니 속한다고 믿었었다. 그러나 의식적인 자세가 반상을 변화시키는 것을 보면서 뚜렷이 드러난 것은 나의 반상 이해. 생활의 변화도 의식적이어야 가능한 것인데 바둑이라고 왜 아니 그러겠나. 그 점을 몰랐던 나의 반상 이해는 좁았던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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斯文亂賊
나무등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