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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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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의 경계선에 사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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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는 재밌다. 훈수 하는 재미없이 어떻게 바둑을 두나? 하하. 그리고 훈수는 바둑보다 장기가 더 유쾌하다. 왜냐? “장군이야!” 그런 큰 소리 칠 수 있는 것이 장기밖에 더 있나. 그러면 옆에서 “에이! 그리 두면 되나!” 하고.
가끔 장기 구경을 한다. 일산 호수공원 앞 정자에 어르신네들이 모여서 장기를 두시기 때문이다. 쌀쌀한 날씨에도 모두가 즐거운 표정. 훈수를 들어도 경쾌하게 넘겨버린다. 아니 오히려 훈수도 즐기고 계신 듯했다. 본래 훈수하면 참견 말라면서 화를 내는 것이 인지상정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르신들의 연배가 되면 마음이 넉넉해지는가 싶다.
훈수는 장기에 적합하다. 장기의 기물(器物)은 다들 저마다의 주어진 길이 있다. 상(象)은 전자(田字) 행마를 해야만 하고 포(包)에는 상대를 건너뛰는 역할만이 주어진다. 바둑은 장기와 달리 돌이 가야할 길이 주어지지 않은 것. 요컨대 바둑과 달리 저마다의 갈 길이 정해진 터라 길이 쉽게 보이기에 훈수의 충동도 강할 것이다.
문제 하나 풀자. 장기 문제다. 초등학교 때 보았던 것인데, 참 묘했다는 기억이 있다. 좌변 흑돌 두 개는 졸(卒)이다. 백 돌 하나는 포(包)이고. 졸로 포를 잡아보지 않으시련지?
우하귀부터 올라가면서 답을 찾겠다. 먼저 졸 하나 움직인다. A 다음에 B 그리고 1선까지 흑돌 하나 움직인다. 백돌은 움직일 수 없다. 건너뛰는 것이 포의 길이니 말이다. 흑돌 하나 1선까지 움직인 다음에는 다른 흑돌 하나를 C로 올린다. 그러면 백은 건너뛰어야 한다. 우변을 보자. 2선밖에 갈 곳이 없다. 이제 다시 흑돌 하나 움직인다. C에서 한 줄 위로. 그 다음엔 1선의 흑돌을 D로. 자, 이제 다 왔다. 우상귀가 바로 그 결론이 된다. 백돌은 움직일 수 없다. 건너뛸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하하.
답을 보니, 역시 장기도 반상의 조건이 기물의 한계를 정함을 알겠다. 바둑과 동일하고 인간사와 다를 바 없다. 그렇다. 유희든 게임이든 모두가 현실의 경계선에 있는 것. 훈수를 하고픈 마음은 참견 이상의 진실을 보여준다. 우리 모두 함께 한다는. 그 어느 때 그 어느 장소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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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斯文亂賊 |
｜ 2007-02-16 오후 12:46: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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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오호~! 재밌군요... (써먹어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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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이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간다면 궂이 포라고 건너 뛰기만 해야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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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우제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