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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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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 낙서로 빚어낸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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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5월 일본. 제한시간 16시간의 상담(相談) 바둑. 스즈끼와 세꼬에, 두 기사와 그들의 제자인 기타니와 오청원. 덤 없이 제자들이 흑으로 두었다. 완벽한 기보를 얻어 보자는 바둑계의 염원을 담은 대국이었다.
신포석을 창안한 제자들은 구포석을 대표하는 스승들과 다른 안목을 지녔다. 물론 이 때는 신포석의 연구가 어느 정도 끝나서 스승도 제자들도 신구(新舊)포석에 대한 이해를 높여 견해의 수렴이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
대국자들은 별실에서 머리를 맞대어 다음 한수에 대한 검토를 마음껏 했다. 그야말로 최선의 착수를 찾아보자고 했다. 그러니 논쟁이 없을 수 없었다. 여기 흑1(실전 흑89)을 주장한 오청원은 나중에 좌하귀 흑(▲)의 사활이 문제가 될 때 흑1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물론 집으로는 흑1이 A에 비해 3집 정도 손해다. 백A 흑B 백C면 빅이 되기 때문이다.
기타니는 흑1이 아니라 흑B를 주장했는데, 그 이유는 백 넉점(△)의 공배를 메워두면 흑a나 흑b가 강력한 선수활용이 될 것이라는 데 있었다. 물론 그 경우에도 흑A에 비해 집으론 손해.
요컨대 두 기사 모두 집으로는 손해가 되더라도 주변의 조건, 즉 전체의 흐름을 더욱 중시했던 것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흑이 1집을 이겼는데, 묘하게도 나중에 흑D가 선수가 되어서 좌하귀 흑의 사활을 해결한 것에 힘입은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흑D가 흑c 건너는 수를 보아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예지력이란 존재하는 걸까. 알 수 없는 문제지만, 기사들은 무의식적으로 어떤 예감을 갖곤 한다. 당연하다. 기사가 아니어도 누구나 그리 한다. 정보가 완벽하게 주어지지 않는 현실에서는 누구나 약간의 예감을 갖게 된다.
기사들은 그러한 예감을 어디서 얻을까. 반상의 흐름에서 얻는다. 논리적인 착수마다 남게 된 약간의 정돈되지 못한 오차들이 정신 속에 낙서(落書)로 남는데, 그것이 부족한 정보를 보충하는 것이다. 그래, 그리 부르자. 마음의 낙서. 그것도 우리가 현실을 이해하는 방식인 것이다. 낙서를 정리한 것, 그것이 흑1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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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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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일화네요.^^ 그런데 제자와 스승의 대국에서 1집 승부가 나다. 아름다운 일이지만 오청원과 기타니가 스승을 사모하는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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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