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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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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덕담, 쉽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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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예선전에서다. 대국 중 차 한 잔 마시러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오랜 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인사를 먼저 받고 - 필자가 선배라서… 후배가 워낙 싹싹한 친구라서… - 뭐라고 덕담해야 할지 일순 당황했다.
실례라는 느낌이 오면서도 말이 먼저 나왔다. 이리 말해도 될까, 하면서. 말하십시오. 그럴까. 내년에 타이틀 하나 해. 말해 놓고 또 당황. 그래서 다시 말했다. 그런데 이거 내가, 말한 다음에도 약간 그런데, 내가 농담한 걸까? … 그 후배, 잠시 차 한 모금. 진심을 말했다고 믿습니다. 그래? 땡큐! 그 친구 표정이 진지했다.
내 그 친구 알고, 그 친구 나를 안다. 서로가 안다. 그러므로 무엇을 말하고 싶어 했는지를 안다. 그래도 난감했다. 내 경솔하지 않았을까. 프로의 자존심을 건드린 거 아닐까. 프로는 나이 30을 넘어도 자존심과 승부사의 기백을 갖고 산다. 당연히 타이틀을 넘봐야 한다. 그런 내면의 약속 없다면 공부를 등한시할 좋은 핑계만 찾게 된다. 아니다. 그래도 나름의 입장은 저마다 다른 것인데…. 불안정한 프로의 세계!
새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희망을 그리는 자리. 새해는 그런 자리이기에 표현을 필요로 한다. 표현이 없으면 구체적인 인상이 남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덕담을 나누어야 한다. 그러나 어려운 게 덕담. 덕(德)의 본뜻이 믿을 신(信)이라든가. 덕담을 건네는 자신부터 돌아봐야 할 듯하다.
참, 그러고 보니 최근 덕담 나눈 적이 거의 없다. 기억에서도 지워진 듯하다. 앞을 내다보는 의지보다도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진 때문인가. 요즘, 새해 복 많이 받아라, 그리 말하면 친구들도 다들 당황해 한다. 저 멀리서 전화선을 타고 흩어지는 토막 음절이 친구의 어색한 표정을 그대로 전한다.
기보는 내 최근 감탄한 수순. 백1에 이은 백3이 멋진 맥점. 백3을 5에 밀면 흑이 3에 뻗어 백보다 흑이 넓어진다. 일순에 반상이 중앙으로 치닫는다. 돌은 3선에 놓여야 맘이 편한데, 프로들은 오늘도 내일도 저 하늘을 향해서 맘을 쏟는 것이다. 약간의 불안정을 동반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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