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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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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과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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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의 얘기다. 일본의 고바야시 고이찌 9단이 그랬다는 것이다. 대국 중간에 상대방 뒤에 서서 반상을 내려다보곤 했다는 얘기.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자주 그러해서 상대로부터 항의도 받았다는 얘기. 하긴 상대는 그 얼마나 기분 상할까. 적이 자신의 뒤에 서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사실, 상대의 입장에서 반상을 보려는 의도는 아니더라도 다른 시각에서 반상을 보고픈 것은 자연스러운 충동이다. 대국 중에 잠시 일어서서 가벼운 산책을 한다거나, 차를 가져올 때나 화장실 다녀올 때 자리에 앉기 전에 반상을 우두커니 내려다보곤 하는 것은 프로의 일상이다. 상대의 뒤에서 보는 것은 큰 실례가 되니 위에서 보는 것은 일종의 타협인가.
비슷한 기분을 주는 것으로는, 기록자에게 기보를 달라 해서 보는 것이다. 굳이 수순을 확인할 필요야 없겠지만, 그래도 그리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대국의 긴장감에서 잠시 벗어나고픈 기분일 수도 있고, 수순을 일부 회고하고픈 생각일 수도 있겠다.
사실, 방향과 거리감은 인식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바둑판의 가로와 세로의 길이가 다른 이유는 그 때문이다. 가로 42cm와 세로 45cm 정도던가. 원근법을 적용한 것인데, 회화(繪畵)에서 원근법을 잡은 것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 이론적으로 확립된 것은 불과 15세기쯤이던가. 그렇게 늦게서야 그 이론이 성립하였다는 건 대단히 놀라운 일인데, 원근법이란 것이 우리 자아의 존재를 이해하는 방식의 핵심이기에 그러하다. 인간은 갓 태어나서는 자아와 주변 환경을 구별하지 못한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비로소 세상과 나와의 거리를 인식하고 자아를 확인하게 된다.
아니, 뭐, 그렇다고 해서 반상에서의 충동을 시작으로 거창한 주제로 나가고 싶지는 않다. 자아를 때로 떨쳐버려야 하는 노력이 우리네 삶을 제대로 인정하는 태도를 가지는데 보탬이 될까. 뭐, 그런 얘기.
기보는 바로 조훈현(흑)과 섭위평의 1989년 9월 5일에 두어진 응씨배 결승 5국. 백의 입장에서 반상을 본 것인데, 차이를 느끼시는지? 필자는 느낀다. 20년 가까이 가져왔던 저 바둑의 인상을 다시 가져야겠다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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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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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하고 |
｜ 2007-01-12 오전 11:56: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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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흑으로 봤을때는 흑이 공격을 당할것같지 않았는데 백으로보니 허약해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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