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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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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신두의 묘수에 희망을 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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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전설처럼 들리는 얘기. 진신두(鎭神頭)의 묘수. 왜 마치 도달할 수 없는 것처럼 들릴까. 뛰어나서? 아니다. 그리 어려운 묘수가 아니다. 프로라면 누구나 다 알고 둘 수 있는 맥점. 그렇다면 왜 그리 유명할까?
바둑은 의미가 주어진 하나의 문화. 우린 그 문화를 즐긴다. 무엇이 그 문화를, 바둑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의미 있다고 부여해주는가? 그것은 바둑이란 것이 인생과 같은 추상적인 세상을 잘 개념화시키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 “인생은 한판의 바둑과 같다.” 말 되는가? 이해된다. “바둑은 인생과 같다.” 개념 되는가? 잘 안 된다. 잡혀지지 않는다. 왜 그러한가. 바둑은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것. 인생은 모호하고 추상적인 것. 그래서 그러하다.
기보를 보자. 우변 백7이 진신두의 묘수로 알려진, 그러나 실은 A와 B 두 축을 예방하는 당(唐)나라 국수 왕적신(王積薪)의 묘수. 좌변 백5가 수상전의 수를 늘리는 진신두의 묘수. 그러나 우린 우변을 아낀다. 굳이 좌변이 보다 진실에 가깝다 하더라도 많은 애기가는 우변을 진실로 여긴다. 왜 그러한가?
축을 말하는 정(征)은 정벌의 뜻이 있다. 바르다(正)는 뜻도 있다. 길이라는 뜻도 있다. 길은 나아가는 것. 정벌도 행하는 것. 행하는 것은 내가 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현시키는 것. 그러한 의미들이 함께 새겨져 있다.
내가 살아가는 인생은 바른 것. 나의 길. 그러나 나의 뜻과는 반대로, 내 비록 바르게 살아왔다 할지라도 암초는 있는 것. 살다보면 어려움을 겪는다. 축으로 몰릴 때도 있는 것이다. 그 때 타개의 묘수가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그래서 우린 바둑으로 인생을 비유할 때, 보다 구체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우리 인생의 어려움을 헤쳐줄 묘수까지 투영시킨다. 나의 현실을 돌파할 묘수가, 그것도 전혀 예측하기 어려운 곳에서 발견된다면 그 얼마나 좋으랴. 피할 길 없는 두 개의 축을 이겨내는 묘수란 그 얼마나 희망적이랴.
그래서 우변 백7을 좌변 백5보다 바둑의 진실로 더욱 가까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진실이란 그런 것. 문화의 생명도 그런 것에 있는 것. 진실이라고 받아들이고픈 마음이 먼저 있어야 하는 것. 나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해주고, 퇴색한 것이라면 그 의미를 되살려 줄 수 있는 그런 문화의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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