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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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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의 승부 - 재능과 노력 - 후지사와와 조훈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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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12월 13일) - 5년간의 승부 - 재능과 노력 - 후지사와와 조훈현
새벽 5시 56분.
새벽인가. 쌀쌀하기 그지없는 겨울날이다. 찬바람이 써걱써걱 불어온다. 옷을 입다보니 아랫배에 살 붙었다는 것을 알겠다. 최근 생활이 과했나. 언제나 후회하지만 또 다시 후회. 자신을 다루지 못하는 그 일상의 인간.
프로는 쉬운 길이 아니었다. 나는 1984년 겨울이 다가오면서 그 점을 여실히 느끼기 시작했다. 재능, 노력, 성격, 사회적 환경, … 그런 것들이 나를 돌아보게 했다.
문군. 술 얘기는 왜 아니 하는가?
그건 술이 먼저인지, 아니면, 앞서 말한 그런 여러 요인들이 나를 술 마시게 했는지를 알지 못해서다. 지금도 난 모른다. 하긴 지금은 다른 요인들이 더 나를 압박하는 듯도 하다.
어제 살펴본 조훈현의 일본 극복, 그 조용한, 조훈현 개인의 내면 극복이었는지도 모르는 …, 아니, 분명한 자아 自我의 인식과 확인.
나는 그렇게 보았다.
그 이틀 후, 11월 11일.
여의도 MBC studio.
조훈현과 그의 스승 후지사와의 속기 대국이 있었다.
나는 기록자로 나갔다. 감사!
(사제의 대국)
白 九段 후지사와
黑 九段 조훈현
흑161 이하 생략. 흑 9집반 승.
그 때를 생각하면서 한 번 놓아보았다. 손에 잡히는 당시.
흑21 흑23은 대단한 기백. 당시 깜짝 놀랐었다.
백42 맥.
백98이 실수였던 듯. 백A 흑B 백124로 버틸 곳이었던 듯하다.
나중에 백124를 두어야 했기에, 좌하귀 흑125를 빼앗겨서는 백이 이길 수 없는 국면이다.
대국의 분위기는 이틀 전과 사뭇 달랐다.
알려져 있다시피, 두 분은 사제지간과 다름없는 관계.
화기애애.
그러나 대국에 들어가자, 분위기는 일신. 기백이 두 분 손끝에서 팽팽하게 수직으로 곧추섰다. 기록자였던 나는 그저 감탄만 할 뿐. 경쾌한 감각과 거침없는 선택에 바둑의 진수를 맛볼 뿐.
재능과 노력, 그 두 가지가 겸비된 기사의 만남을 맛보았다.
자세, 그도 보았다.
두 분 모두 무릎을 꿇고 반상에만 몰두하던 그 시간.
반상과 몸, 정신이 하나로 통일된 공간.
기사들의 기사다움.
일직선으로 가로질리는 대쪽.
“바둑을 둔다는 것은 정말이지 쉬운 것이 아니구나!”
그 날 나는 긴장된 기분으로 엷은 줄무늬 양복을 입고 나갔는데, 조훈현의 단정한 감색 양복 차림이 인상적이었다. 후지사와 선생의 탁 트인 행동도 물론! 대국이 끝난 후 야외로 나오니 늦은 가을이라, 팽팽하게 차오르고 있는 맑은 공기가 그렇게 상쾌할 수 없었다. 내 바둑도 아니었는데!
과연 바둑이란 것은 함께 하는 것이었다. 함께 할 수 있다면.
그러나 나는 나, 너는 너.
20대 중반에 접어든 나에게 가을은 심리적 공허감을 안겨주는 계절이었다.
나는 저리 둘 수 있을까?
나는 저리 둘 수 있을까?
그러나 비교만으로 나를 선택하지는 않았다.
세상엔 바둑 말고도 다른 것도 많다.
그러나 개인이 일생을 걸려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다지 많지도 않으며, 또 가능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나는 당시는 몰랐다.
정상 頂上과의 거리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나는 프로가 된 정도로 만족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도 사실이다. 나는 정상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잘 알았다. 입단하기 전부터 알았다. 패기 없는 젊은이였는지도 모르겠다.
머릿속이 허전해지기 시작했다. 목표 없는 청년. 그 점이 눈에 가까이 잡혔다.
목표가 없다는 것은 곧, 목표를 찾아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술을 많이 마시기 시작했다.
그 전보다 더.
아침 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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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집의活
마로니에™
